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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이 日에 요구한 수출규제 입장 표명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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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이 日에 요구한 수출규제 입장 표명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박병일의 Flash Talk]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보고자 한다. 한 아이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른 한 아이를 때렸는데 맞은 아이는 때린 아이와의 미래 관계를 걱정하여 억울하고 분했지만 참았다고 하자. 이번에는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먼저 때렸는데 맞은 아이가 맞은 만큼만 때린 아이에게 정확히 갚아줬다고 하자. 마지막 상황에서는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렸는데 맞은 아이가 때린 아이에게 더 세게 갚아줬다고 한다면, 향후 때린 아이가 맞은 아이를 또 때릴 가능성이 가장 큰 경우는 위 세 가지 중 어느 상황일 것이라고 여겨지는가? 이론의 여지 없이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위의 일련의 모습은 지난 10여 년간 보아왔던 한·일 관계를 보여준다. 첫 번째 맞는 아이의 행동은 대체로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이 대한민국에 집권했을 때의 대(對)일본 상황이고, 두 번째 맞는 아이의 경우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게 대처하고 있는 대응방법이며, 안타깝게도 먼저 때린 아이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가장 잘 교정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세 번째 경우는 아직 보지 못하였다.

최근 한국 정부는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과 입장을 오는 5월 말까지 밝히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동시에 한국 외교부는 '일본이 가까운 이웃이며, 따라서 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통 크게 밝혔다.

그런데 필자의 추측으로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대로 5월 말까지 수출규제 원상회복 조치를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만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로 재지정할 의사가 있다면, 일본 정부로부터 방역물품에 대한 지원요청이 한국 정부로 벌써 타진되었어야 했다. 즉, 일본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정부 차원의 방역 협력 요청이 오지 않는 이유는 자칫 한국으로의 도움 요청과 그 수혜가 한국에 의해 수출규제 해소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물론 정부에서도 대응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다면 일본이 우리 요청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해야 할, 혹은 할 수 있는 전략적 조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전략적 카드는 당연히 '지소미아' 종료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의 요청을 고려하여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해 주었던 바, 부당한 수출규제 철회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일본 정부가 보여주지 않는다면 조건부 연장을 단호히 종료하는 것이 타당하다. 일각에서는 지소미아의 종료 시 한미 동맹의 훼손 등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우리가 충분한 성의를 다했고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일본 정부에 귀책 사유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남북협력을 위해서라도 미국의 지지가 필요한 우리의 입장을 고려할 때 미국에게 종료의 정당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함으로써 미 행정부를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의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압류한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 등 징용 소송 피고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신속히 매각하여 현금화할 것을 제안한다. 이 경우 한일 간 걷잡을 수 없는 확전이 예상되고, 실제로 일본은 기업자산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두 자릿수의 보복을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며, 한국기업의 일본 내 자산도 압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한국기업의 일본 내 자산압류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해외직접투자에 있어서 한국 시장은 유럽연합을 제외하고 주요국 1위이고, 그나마도 대부분 그린필드(완전자회사나 합작기업 설립 형태의 투자) 유형이며, 2018년 현재 한국은행의 '지역별 대외금융부채' 현황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496억 달러(약 58조4000억 원)인데 이는 일본의 전체 투자액(833억 달러) 중 60%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는 곧 한일 갈등이 격화되더라도 일본기업이 한국에서 발을 쉽게 뺄 수 없을뿐더러 일본 정부가 한국기업의 일본 내 자산을 압류했을 때 일본기업 역시 한국 시장에서 대단히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한국이 일본에 등유 수출을 금지할 경우 일본의 난방비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일본으로의 등유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

넷째,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및 각종 검사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보건 그리고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는 정당성을 갖는다.

다섯째, 당연히 세계무역기구 제소는 재개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과거 사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겪었던 다양한 행정적 규제들을 상기해 볼 수 있다. 앞서 많은 일본 주요 제조 기업들이 그린필드 투자 형태로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행정적 규제를 강화할 경우 얼마나 많은 일본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버틸 수 있을지의 판단은 일본 정부의 몫이다.

만일 일본 정부가 5월 말로 시한을 못 박은 우리 정부의 요청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과거사 반성이 없는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향후 정부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를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며, 국력과 가능한 모든 지원을 총동원하여 기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던 각종 핵심부품소재들 중 국산화가 가능한 것들은 시급히 개발해야 할 것이고, 단기간 내 국산화가 어렵다면 우선 수입선을 다른 국가로 신속히 바꾸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

이왕 하는 전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작금의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보여준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 수준이라면 앞으로의 전쟁에서 틀림없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는 때린 아이의 덩치가 크다고 하여 겁먹지 말고 일본에게 딱 두 배로 갚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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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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