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왜 우린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 사용료'를 받지 못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왜 우린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 사용료'를 받지 못할까

[박병일의 Flash Talk]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단호하게 임해야 하는 이유

2013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2월과 3월에 북한은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으며, 역시 2월에 3차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올라가 있을 때였다.

나는 그해 4월 영국 버밍햄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아스톤 대학을 방문했는데, 마침 영국에서 근무하는 한 중국인 교수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평소 알던 지인이라 부담 없이 "요즘 중국의 북한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마구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는 걸 보니…"라고 말을 건넸다. 그런데 이 중국인 교수의 답변이 가관이었다. "남한과 달리, 북한은 독립국이기에 과거부터 중국이 북한에 대해 통제를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어라? 이 양반 보게?'라며 "'남한과 달리, 북한이 독립국'이라는 당신 말에 의하면, 남한은 어느 나라의 속국 내지 식민지란 말이오?"라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되돌아왔다. "이보시오. 자기 국가에 대한 전시(戰時) 방위를 외국인 손에 맡기는 독립국가가 어디에 있단 말이오?"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왜냐하면 그의 말이 전혀 부당하거나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명백한 독립국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에 군 작전을 통제할 권리를 의미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은 한국군이 아닌 한미연합사가 가지고 있으며,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혹자들은 이를 두고 전시작전권은 어디까지나 한미연합사에 있지, 주한미군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주한미군사령관이 곧 한미연합사령관이라는 사실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은 주한미군의 통솔하에 들어가게 됨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 보수정권에 의해 무기한 연기된 전시작전권을 시급히 반환받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고, 공산권 세력으로부터 자유진영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한국전쟁 이래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으나, 실은 한반도 방위군의 성격을 벗어난 지 오래되었으며, 가장 중요한 목적은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 특히 과거 한국 정부와 맺어진 불평등한 소파(SOFA)협정, 예컨대 협정 22조 5항에는 주한미군이 국내에서 살인, 강간 등 중대 범죄를 저질러도 현장 체포가 아니면 구속수사를 하지 못 하도록 규정되어있어 주한 미군의 범죄와 일탈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국방부가 매년 편찬하는 연례보고서인 <미군기지 구조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해외에 가지고 있는 기지의 3분의 2가 글로벌 군사전략상 핵심지역들로 꼽히는 독일, 일본, 한국에 집중되어 있으나, 방위비 분담 규모와 구조에선 확연한 차이가 두드러진다.

첫째, 미국과 맺은 소파협정과 별개로 거액의 미군 해외 주둔비를 매년 지원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뿐이다. 두 나라와 달리 독일은 한때 미군 주둔비용 상당의 미국산 무기나 채권을 사준 적은 있지만, 이는 직접 지원과는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1975년 이후 미군에 분담금 성격의 돈을 주지는 않으며, 미군에 대한 지원의 대부분은 임대료 및 세금면제 등 간접지원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한겨레> 2017년 7월 12 자 기사 참고) 둘째, 비록 미군 주둔비 총액에 있어서는 일본의 지원액이 한국보다 크다고 할 수 있으나, 국내총생산, 즉 GDP를 기준으로 고려할 때, 한국은 일본대비 직접지원비 비율이 더 높다는 점에서 국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국가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한국의 부담금(2019년 1조389억 원)이 전 세계 최고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심지어 주한미군의 월급까지 한국 정부에 떠넘기면서 50억 달러(6조 원)의 주둔비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던 바, 이는 한국의 2020년 외교·통일 예산(5.5조 원)보다도 많은 터무니없는 액수였다. 또한 최근 일련의 방위비 협상을 통해서 한국은 방위비 5년 계약을 하되 전년 대비 2020년에 13%를 우선 인상하고, 5년째 마지막 해에 13억 달러(약 1조 5918억 원)를 부담할 것을 제안하였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시혜하듯 50억 달러에서 깍아주었다며 "2020년부터 당장 13억 달러를 지출하라"는 비이성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필리핀은 1976년부터 미군이 철수를 선언한 1992년 전까진 주둔 비용을 분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군기지의 사용료를 받았다. 한국 입장에서 부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군의 필리핀 주둔은 미국의 필요와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목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군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철수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한국 내에는 이미 엄청난 규모의 미국 자산이 투자되어 있고, 한반도 전쟁 발발 시에는 미국의 자산도 함께 잿더미가 된다. 둘째, 한국의 공군기지들은 일본 오키나와나 요코타 공군기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베이징과 가깝고, 따라서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할 경우, 자국의 방위를 위해서 일본이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고, 이런 분위기가 주변국으로 도미노처럼 번질 수도 있으며, 일본과 중국의 밀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주한 미군의 규모가 축소된다고 해도 완전 철수가 아니라면 미국의 핵우산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비이성적인 주둔비 인상 요구에 대해 단호하게 거절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