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고용동향은 지난 3월의 추세를 벗어나지 않았다. 예상된 것이었다. 고용 위기는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취약계층에서 시작해 경제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 제조업은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수출 통관 실적이 4월과 5월에 크게 위축되어 걱정이다.
일시휴직 취업자가 3월에 이미 전년보다 100만 명 이상 늘었는데 그 흐름은 4월에도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내용 없는 6개월 단기 일자리 대책 중심의 5월 14일 정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고용 대책은 실기한 감마저 든다. 5월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합의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특수고용종사자의 노동자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사정 합의도 소용없었다. 몇 년을 기다렸지만,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된다. 21대 국회라고 사업자들과 보수야당이 달라질 리 없다. 실직을 전제로 하는 고용안전망마저 이렇게 발목이 잡혀 있다. 앞으로 원 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 3차 추경도, 고용보험법 재개정도 힘을 받기 어렵다.
정부 고용 대책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일자리의 대량 파괴를 막기 어려운 제도설계 상의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사용자가 휴업수당의 최소 1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유급휴직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유급휴직보다 무급휴직을 선호한다. 10%의 자부담이 버겁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무급휴직 지원금을 선심 쓰듯 신청해주면 노동자는 최장 석 달간 50만원씩 받는다. 3개월에 150만원은 2019년 비혼 단신근로자의 월 실태생계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노동자로서는 취업 상태를 유지하며 무급휴직 지원금을 받기보다 실업자로서 실업급여를 받는 편이 낫다. 그렇게 노동자들은 가능하면 실직을 선택한다.
근로기준법 미적용으로 휴업수당이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의미가 없다. 파견, 용역, 외주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나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고용보험의 실질적인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고용 유지 장치가 전혀 없다. 정부 대책이 실망스러운 또 하나의 이유이다.
현실의 절박함에 비해 정부 대책은 기대에 못 미친다. 왜일까?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은 재정을 보는 시각 차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재정총량 제약을 전제로 대책이 구상되었다면, 개별 대책의 취지를 온전히 살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를테면 무급휴직 지원금이나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이 왜 둘 다 50만 원씩 세 번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역사 속 재정의 '정상 수준'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정부지출이 거의 없는 것이 정상 상태였지만 뉴딜 이후 오랫동안 연방정부지출이 국내총생산의 20%를 넘는 것이 자연스럽게 수용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재정의 정상 수준을 40% 선까지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위기는 이를 더 올릴 것이다. 과거의 기준으로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대공황시기의 긴축적인 경제운용이 걷잡을 수 없는 정책 실패를 낳은 것이 그 증거이다. 결국 이 정부의 철학이 얼마나 단단한지에 따라 고용 대책의 내용과 폭의 한계가 정해질 것이다. 정책의 성패도, 정부의 책임도 그와 함께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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