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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붕괴론' 믿던 정부가 들어서니, '북한 오보'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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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붕괴론' 믿던 정부가 들어서니, '북한 오보'가 늘어났다

SNS 달군 김정은 건강이상설, 보도준칙 무시한 언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로 북한과 관련한 잘못된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면서 세심한 보도 준칙 설정과 오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4일 서울 NPO 센터에서 (사)한반도평화포럼이 "한반도 흔드는 북한 가짜뉴스, 생산과 확산 그리고 가려보기"를 주제로 진행한 5월 월례토론회의 발표를 맡은 이제훈 <한겨레> 선임기자는 "북한과 관련해서 확실하지 않은 소식을 매우 비중있게 처리하는 '오보'가 기사 자체의 판단만으로 생겨나는 것 같지는 않다"며 환경적 측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기자는 "북한에 대한 오보가 집중된 시기와 그렇지 않던 시기의 차이는 남북 간 교류다. 오보가 많지 않던 시기에는 남북 간 교류가 활발했다. 그런데 당국 관계가 끊기고 교류가 없어졌을 때, 즉 기술적인 문제로 북한에 대한 취재가 불가능할 때 오보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기존의 오보 양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 선임기자는 "이번에는 건강이상설이 퍼지던 처음부터 정부가 사실상 오보라고 확인했는데 잘 진화되지 않은 특이한 케이스"라고 진단했다.

실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불을 붙인 미국 방송 CNN의 보도가 나왔던 지난 4월 21일, 보도가 나온지 약 2시간 뒤에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 확인해 줄 내용이 없으며,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도 식별되지 않고 있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과 관련한 보도는 이어졌고 김 위원장의 후계가 누구냐는 관심으로까지 옮겨붙었다. 그러자 지난 4월 23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북한의 내부 동향에 특이점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선임기자는 "제가 1998년부터 북한에 대한 기사를 써왔는데 북한 관련 보도를 NSC가 공식적으로 부인한 것은 유일무이한 사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보도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지성호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인까지 나서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성호 당선인은 김 위원장의 사망 가능성이 99%라고 확정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 선임기자는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은 탈북민 네트워크의 강력한 정치 활동의 성과물인데 그 첫 번째 공적 테스트에서 실패했다. 신뢰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라며 "이는 두 분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이 국면에 관여하지 않은 애꿎은 일반 탈북민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이날 사회를 맡은 장용훈 <연합뉴스> 한반도부장은 "2008년 이후 북한 정권 붕괴에 대한 믿음을 가진 정부가 남한에 들어선 이후 일부 탈북민들을 통해 나온 이야기가 그대로 보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언론에 보도될 이야기들과 일부 탈북민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어떻게 분리해낼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건강이상설이 지속된 데에는 사람들의 심리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기사의 댓글을 보면 다수는 김 위원장의 사망을 바라고 있다"며 "이런 심리적인 상황이 있다면 상업적 목적의 가짜뉴스 생산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14일 서울 NPO 센터에서 한반도평화포럼 5월 월례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왼쪽부터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제훈 <한겨레> 선임기자, 장용훈 <연합뉴스> 한반도부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한반도평화포럼

30년 전 보도준칙만 지켜도

이제훈 선임기자는 북한과 관련한 오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배경에 대해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없는 취재상의 제약 △오보를 한다고 해도 정정보도나 명예훼손 등의 후과가 일어나지 않는 구조적 환경 △미디어 환경의 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이 선임기자는 "기자가 사실이라고 믿고 기사를 썼는데 오보인 경우가 있고 아예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경우가 있다. SNS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장례식 영상이 퍼졌던 것이 이같은 사례"라며 소위 '가짜뉴스'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 양극화 심화와 조회수에 따라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확장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오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95년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가 만든 '평화통일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기자는 "준칙 보도 실천요강을 보면 각종 추측보도를 지양하고 외신 보도를 신중하게 인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며 "이미 30여 년 전에 공유했던 이러한 기준점을 잘 지켰다면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북한이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의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짜뉴스가 나왔을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양무진 교수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언론, 전문가 등의 역할이 있겠지만 총리실 산하에 팩트를 체크할 수 있는 위원회 같은 형식의 민관 공동 기구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보도준칙을 보면 합리적인 내용인데 애초에 몇몇 언론은 이를 지킬 생각이 애초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며 "악의적인 보도를 하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최소한 준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준칙도 보다 디테일하게 제시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언경 공동대표는 이번과 같은 오보뿐만 아니라 일부 종합편성채널에서 김 위원장의 이마 흉터, 북한의 신형 군복 입수 등의 내용을 전하며 북한을 무시하고 조롱하며 희화화하는 보도 행태도 문제라면서 방송 심의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방송심의를 신청하면 북한과 관련한 건은 거의 대부분 기각된다. 그렇다면 심의규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이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며 "남북관계나 통일, 북한 문제와 관련한 오보에 대해 최소한의 강제력이 생기도록 규정을 조정하고 이를 통해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자리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내용적 측면에서 한국에서 정확한 분석을 내놓는다면 외신만을 믿는 행태가 다소 수그러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이사장은 "우리의 분석이 정확하다는 것이 해외에 많이 알려져야 한다. 외신이나 탈북민을 통한 정보 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더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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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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