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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일상화, 관광·토건 공약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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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일상화, 관광·토건 공약 달라져야 한다

[함께 사는 길] 바이러스의 경고 그리고 교훈

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3차 세계대전에 버금간다'고 언론은 피해상을 보도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워낙 급속한 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여론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있지만 파주를 비롯한 접경지역은 또 하나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 강화, 김포, 파주, 연천의 사육돼지들은 모두 살처분했지만 야생 멧돼지에서는 여전히 확진이 확인되고 있다. 급기야 파주시에서 근무하는 전문 공무원(수의사)이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 대처에 고군분투하다 과로사했다.

지난해 9월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 첫 확진 판정이 나온 이후, 파주에서는 집회가 금지됐고 민간인통제구역안으로 들어가는 안보 관광도 중단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던 셈이다. 율곡문화제, 개성인삼축제 등 유명한 파주의 지역 축제들이 취소됐고, 가을철 마을 단위 축제도 모두 열리지 못했다. 그 뒤를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재차 피해를 입고 있다.

야생의 세계에서 사람의 세상으로 나온 이 두 개의 바이러스 모두 인간의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동물들의 공격이라는 게 일반의 인식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은 '공격'인 것일까, 사실은 '살려달라!'는 '호소'는 아닐까?

돌아갈 길이 없다

"우리는 영원히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대면 접촉을 금하는 대응정책에서 '생활방역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면서 정세현 국무총리가 했다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 19 혁명 기념식에서 더 직설적인 언어로도 표현했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바이러스와 같이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화한 체제의 도래는 생활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이전처럼 쉽게 국내외 여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식당에 모여 밥을 먹고 술을 먹기보다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는 게 더 흔해지리란 것은 예측의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당연한 일이다. 산업 지형도 방역을 중심에 두는 형태로 바뀔 것이고, 다종다기한 노동 형태를 로봇이 대체해 나가면서 사람들은 기본소득 등을 기초로 한 복지 확대의 수혜를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급격한 사회 전환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큰 전쟁 이후 사회의 모든 것은 새롭게 재편된다. 3차 세계대전에 버금간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전 세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변화는 두려운 것이다. 사회 일각의 변화조차 두려운 일인데 삶과 생활의 패러다임 전체가 바뀌어야 하는 변화는 더 말해 무엇할까. 그 한편에 인간이 지구 전체를 아무 거리낌 없이 휘두르던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달리 '긍정적'이라고 할 만한 변화도 나타났다. 해마다 이맘때면 시야를 가리고 폐를 쥐어짜던 황사와 미세먼지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중국에서부터 공기가 달라졌다는 보도다. 운하를 오가는 관광용 배들이 멈추자 물고기가 늘어났다거나, 사람이 오가지 않는 거리에 여러 야생의 동물들이 나타났다는 기사까지 나온다. 심지어 사람들이 멈추자 지진도 줄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보도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우리가 얼마나 지구를 괴롭히며 살았는지 돌이켜 보게 만드는 얘기들이다. 인간행동이 겸손해지고 자연이 굽은 허리를 조금 펴게 되는 일은 반길 만하나 이제 우리는 변화된 시대 때문에 새로운 환경문제를 갖게 됐다. 엄청난 방역으로 인한 토양과 수질의 오염 문제, 마스크와 방제복, 방역용 비닐, 배달음식과 함께 오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대표적이다.

자연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

4.15 총선이 끝났다. 우리 지역 후보들이 내건 공약을 주의 깊게 살폈다. 두 개의 바이러스가 인간사회에 던지고 있는 경고를 후보들이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봐야 했기 때문이다. 실망을 넘어 한심했다. △유라시아 국제철도역 문산 유치 및 고속철도 연결 △환태평양동아시아권 스타트업 국제벤처센터 유치 △평화(경제특구) 연계한 4차 산업 혁신성장 거점 산업단지 개발 △통일경제특구 지정 추진 △LG디스플레이 상권 활성화 교육시설 유치 △미군반환공여지 국가 주도 개발 및 주도권접경지역 규제 완화 △한반도 생태평화종합관광센터 조기 준공 추진 △GTX 금촌까지 연장 추진 △GTX 문산까지 연장 추진 △GTX 파주까지 연장 추진 △미군부대 공여지(캠프스탬던)에 산업단지와 아파트 주민편의시설 유치 △마장호수 관광인프라 확충……. 파주지역에 출마한 후보들만이 이런 식의 개발의제만을 골라 공약하진 않았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야당이고 여당이고를 막론하고 당색도 당정체성도 없는 개발 공약의 향연! 오가는 발길과 차량이 줄었는데 여전히 도로를 놓겠다, 철도를 놓겠다, GTX를 깔겠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어야 한다는데 온통 '관광 개발'만 외쳐댄다. 두 개의 바이러스를 불러온 기후·에너지의 위기, 야생의 존엄을 무시한 개발주의, 연이은 바이러스로 민생이 곧장 '지옥'이 되는 현실이 환기하는 보편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일절 찾을 수 없었다.

바이러스의 경고 그리고 교훈

민통선 안에 있는 캠프그리브스를 연결하는 곤돌라가 파주 임진각에 완공돼 4월 1일부터 운행할 예정이었다. 예산 낭비 사업이라는 비판을 샀던 이 곤돌라는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운행 중단 상태다. 자연을 무시한 인간 중심의 세계로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이 명백한 바이러스의 교훈 앞에서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런 변화의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4.15 총선 당선자들이 이전의 헛 공약을 반성하고 나아가 성찰하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와 교훈을 법과 정책에 반영하는 의정 활동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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