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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굴뚝 없는 전략 산업, 세 가지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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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포스트 코로나' 굴뚝 없는 전략 산업, 세 가지를 제안한다

[기고] 국제화 시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그리고 미래 먹거리

우리는 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국제화 시대'라고 한다. 국제화는 크게 시장의 국제화와 생산의 국제화로 구분할 수 있으며, 시장의 국제화를 촉진시켰던 요인으로 다음 사항들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국가 간 자유로운 교역을 저해하던 각종 장벽들이 상당 부분 감소하였다. 둘째, 인종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비자들의 기호가 수렴하였다. 셋째, 이로 인해 기업은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하여 다른 국가로 대량 판매하는 게 가능해졌다.

반면, 생산의 국제화는 제품을 생산하는 주요 생산요소들의 부존량과 품질 및 가격이 국가마다 다름으로 인해 기업은 해외시장으로 설비를 이전하여 많은 생산 활동을 다른 국가에서 영위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국제화는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일상을 순식간에 바꿔버린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과 질병의 확산은 범지구적인 국제화가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현상이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의 한 도시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금은 지구의 반대편 남미는 물론,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을 요즘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7일 하루만 보더라도 브라질에서는 일일 확진자가 이미 1만 명을 넘어섰고, 또 다른 남미 국가인 페루도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 지난 5일에는 3817명에 달했다는 뉴스가 있었으며, 콜롬비아는 자국의 코로나19 극복과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다는 기획재정부 발(發)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은 국제화의 촉진으로 인한 사람의 이동이 기폭제가 되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코로나의 급속한 확산을 통해 짐작컨대, 국가 간의 경계나 대륙 간 물리적 거리가 무색할 만큼 이 질병은 폭발적인 전염력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최근 각국은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함으로써 추가적인 전염병의 전파를 막고자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세균과의 전투였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그간 무수히 많은 전염병(예컨대, '검은 죽음의 병'이라고 불렸던 흑사병 포함)과 사투를 벌여왔고, 마지막에는 세균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승리하였으며, 또한 결국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이번 전쟁도 승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 이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한민국은 이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해야할 시점에 와있다고 여겨진다. 즉,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기존의 세상이 제조업 중심의 국제화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세상은 서비스업 중심의 국제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선진국이라고 표현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금융'이라는 서비스산업에 특화하여 그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도 쉽게 그리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금융산업을 시급히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여 단기간에 고용을 창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이다. 아시아만 보더라도 일본의 동경, 중국의 홍콩, 그리고 싱가포르 등이 이미 산업 리더로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 외에도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며, 따라서 그러한 전제하에, 향후 국가의 관심과 육성이 필요한 세 가지 '굴뚝 없는 전략 산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 서비스업을 추천하고자 한다. 기존 전 세계 유학생들을 대부분 흡수하던 미국, 영국 등 전통적인 교육산업 절대강국 외에도, 캐나다, 호주, 일본, 중국 등은 대학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유학생 유치 활동을 펼치며 미국과 영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교육서비스를 전략적으로 육성시켜야 할 서비스 산업 중 하나로 인식하여 2000년대 이래로 자국을 '동양의 보스턴'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 계획은 싱가포르의 교육수요를 충족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유학생 흡수를 통해 전략적으로 싱가포르를 세계 교육시장의 중심지로 변모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의하면, 대학교 이상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유학생의 연간 생활비에 의한 고용효과만 고려하더라도 외국인 유학생 만 명당 국내 일자리 효과는 연간 94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하여 수업료 납부로 인해 대학 내에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효과도 460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유학생 가족 및 친지의 한국방문 효과나 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계산하지 않더라도 유학생 만 명을 유치 시 연간 1400명 이상에 이르는 고용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교육서비스 수출이 일자리에 있어서 차지하는 기여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특히 여타 제조업이 외부적인 경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비하여, 교육 서비스업은 경기 변동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음으로써 경기 안정화에도 공헌함은 물론, 지난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사회 재정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줄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점에서, 장학금 지급, 한국어 학습지원, 졸업 후 취업기회 제공을 통해 유학생을 보다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미·영의 2∼3배에 이르러, 이것이 최근 코로나 위기를 버티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코로나를 인류가 극복할 것이라는 가정과 동일 선상에서, 육성해야 할 또 다른 서비스업 부문으로 보건의료산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의 의료기술은 그간 눈부시게 발전해 왔으며, 세계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손색이 없는 정도가 아니고, 사실 대한민국의 의료기술로 못 고치는 질환이 웬만해서는 없을 지경이다. 각 병원에 다양한 언어에 대한 통역을 대폭 확충하여 외국인 고객 방문 시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상당 부문 해소한다면 서비스 수출증대를 촉진할 수 있는 전략산업으로서의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의료산업의 성장과 의료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의료서비스 수출이 연평균 26.4% 증가하고 수입은 3.3% 감소하여, 2억 1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그렇다고 의료민영화 내지 영리병원 설립을 권유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 본 글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영리병원 설립이 허가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논의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수출사례로 세브란스병원을 들고 있는데, 세브란스병원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진료과목별 전문의, 외국어 능력을 갖춘 간호사, 그리고 국별 코디네이터(러시아(2명), 중국(1명), 일본(1명))를 고용하여 수익개선을 도모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마지막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GDP대비 관광산업의 비중을 살펴보면, 최근 통계 기준 독일 9.1%, 영국 9.0%, 미국 8.6%인데 반해, 한국은 겨우 3%에 불과하다. 그나마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중국과 일본, 두 나라에 집중되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품 외에 추가적으로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이를 인위적으로 조성하는데 주력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의 다변화와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의료산업의 발전이 관광산업과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킬 경우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수를 괄목할만하게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고, 관광 서비스의 양적·질적 개선은 수출(해외 관광객의 국내 유치)과 동시에 수입대체(관광을 목적으로 해외로 떠나던 한국인의 국내 유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만성적으로 적자를 시현하고 있는 교역수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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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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