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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녹음방초! 여수 꽃섬으로 소풍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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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여름 녹음방초! 여수 꽃섬으로 소풍 가요

[2020년 7월 섬학교]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아져 6월 강의(제91강)를 휴강하고 7월 강의로 준비합니다.

*버스 안 거리두기를 위해 이번 강의는 참가자 19명으로 제한합니다.

*코로나19 관련,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본인 또는 가족이 14일 이내 국내외 감염지역 방문을 한 경우 참가를 자제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섬은 집에서 밥해 먹는 사람이 없어요.” 여수의 꽃섬, 하화도는 모든 주민들의 세끼 식사를 마을식당에서 해결해줍니다. 섬에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섬의 부녀회에서 마을회관을 마을식당으로 운영하면서부터 생긴 일이지요. 부녀회원들은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마을주민들 모두에게 밥상을 차려줍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섬.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해결하는 노인은 드물었습니다. 대충 때우기 일쑤였죠. 그런데 마을식당이 생기면서 돈도 벌고 다 함께 밥도 해서 나눠먹으니 온 섬마을이 더욱 밝고 건강해졌습니다. 부녀회원들은 “우리 돈 욕심 부리지 말자”고 한답니다. 그저 함께 밥을 해먹고 어울려 사이좋게 사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지요. 이 마을식당이야말로 꽃섬 하화도의 진짜 꽃입니다.

▲‘아래꽃섬’이란 이름처럼 하화도는 밝고 화사한 섬이다.ⓒ섬학교

마을공동체의 아름다운 정신이 살아 있는 섬. 7월 섬학교(교장 강제윤, 시인·섬여행가) 제91강은 7월 4(토)-5(일)일, 여수의 꽃섬 하화도로 갑니다. 하화도는 섬을 일주하는 둘레길이 더없이 평탄하고 유순합니다. 느릿느릿 해찰을 부리며 걷기에 더없이 좋은 섬길. 6km의 하화도 둘레길은 걷는 내내 여수 바다와 섬들을 마주할 수 있는 환상적인 트레일입니다. 걷기야말로 진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지요. 온전한 걷기란 단지 다리 근육의 운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잠들어 있는 생각을 깨우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정신의 운동이기도 합니다. 섬은 자동차가 주인이 돼버린 세상에서 이 땅에 남은 마지막 사람의 길입니다. 섬의 길은 무중력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무게를 다 내려놓게 만들지요. 무중력의 섬, 세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만드는 꽃섬으로 소풍 떠나실 분들을 초대합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2020년 7월의 걷는 섬 <여수 하화도>에 대한 설명을 들어봅니다.

섬에서 만난 고물장수

여객선 안에서 이 시대 마지막 엿장수를 만났다. 엿장수이자 고물장수인 노인은 여수의 섬으로만 다닌다. 그에게 섬은 보물섬이다. 섬 주민들이 내다버린 고철이나 구리, 알루미늄, 밧데리, 양은냄비 등이 그가 찾는 보물이다. 그는 섬의 쓰레기더미 속에서 광맥을 찾는다. 오늘은 어느 섬에서 피복이 타고 남은 전선줄에서 가장 값비싼 구리를 얻었다. 고철은 1kg당 170원에 불과하지만 구리는 4천원이나 된다.

노인은 오랫동안 과일행상을 하다가 그만두고 15년간 어선을 탔으나 “뱃밥 먹는 게 징해서” 그 또한 그만두고 시작한 것이 고물 수집이다. 섬이 좋아 노인은 15년 동안 뭍은 버리고 섬으로만 다녔다. 노인은 섬 주민들이 버린 고물을 줍기도 하지만 "고물이여, 고철" 외치고 다니며 사들이기도 한다. 섬 주민이나 그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작은 섬에서도 보통 하루 10만원어치 고물은 거뜬하다. 경비를 제외해도 절반 정도는 남는다. 섬 길을 다니는 노인의 길동무는 4만원짜리 중국산 카세트다. 중국산이지만 성능은 좋기만 하다고 자랑이시다. "사랑이란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는 게 사랑뿐일까 마는 노인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건들건들 섬 길을 걷는다. 노래가 없었으면 그 고독한 섬 길을 또 어찌 걸었을까.

여름에는 녹아버리는 통에 가지고 다닐 수 없지만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 노인은 내내 엿도 싣고 다닌다. 짤랑짤랑 가위를 치며 다니는 진짜 엿장수가 되는 것이다. 각설이 분장을 하고 붙박이로 파는 엿장수 말고 엿목판을 매고 떠돌아다니는 진짜 엿장수의 모습은 요즘 아주 희귀한 풍경이다. 나그네도 어느 날쯤 엿목판을 메고 노인을 따라 나서봐야겠다.

하화도 선창가에 내리니 물량장 한 켠에 노인 한 분이 쪼그려 앉아 있다. 섬은 나날이 늙어간다. 노인은 어로에 쓸 그물을 손질 중이다. 물고기뿐이랴. 노인의 생애도 그물에 걸려 있으니, 생애의 바다에서는 물고기도 노인이고, 노인도 물고기다.

▲하화도는 시원하면서도 여수바다만의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바다의 모습을 보여준다.ⓒ여수시

모든 주민에게 밥상 차려주는 섬

“우리 섬은 집에서 밥해 먹는 사람이 없어요.”

꽃섬, 하화도 사람들은 집에 밥을 해먹지 않는 것이 자랑스럽다. 모든 주민들의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모두 마을식당에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섬에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섬의 부녀회에서 마을회관을 마을식당으로 운영하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부녀회원들은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마을주민들 모두에게 밥상을 차려준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섬.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해결하는 노인은 드물었다.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그런데 마을 식당이 생기면서 돈도 벌고 다함께 밥도 해서 나눠먹으니 온 섬마을이 더욱 밝고 건강해졌다. 부녀회원들은 “우리 돈 욕심 부리지 말자”고 한다. 그저 함께 밥을 해먹고 어울려 사이좋게 사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마을주민들 밥해주고도 남는 수익은 부녀회원들이 균등 분배한다. 이 마을 식당이야말로 꽃섬의 진짜 꽃이다. 진정한 마을식당, 공동체의 식당이다. 다른 섬들, 다른 마을들이 배워야 할 아름다운 마을식당이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섬의 공동체가 파괴된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만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서로 반목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주민들끼리 백 건이 넘는 고소고발로 지옥이 된 섬도 있다. 그런데 하화도는 개인들의 욕심을 제어하고 공동체가 살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다. 섬이 이토록 공동체성을 회복하니 여수에 나가 살고 있는 출향인들 70여 명도 퇴직 후에는 고향 섬으로 돌아와 살겠다고 한단다. 모두가 돌보고 모두가 돌봄을 받는 여생을 누린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국가도 못하는 일을 작은 섬마을 공동체가 이루어 냈다. 공동체성의 복원, 이것이야말로 도시 재생, 마을 재생의 근본정신이 아닌가! 그래서 하화도 부녀회를 따라 배우러 오는 마을들도 많다. “전국에 소문난 부녀회요.” 부녀회원들의 자부심이 가득하다.

사람들이 이 섬을 찾는 이유

하화도는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 섬 거문도나 금오도 못지않게 각광받고 있다. 하화도의 트레이드 마크는 꽃이다. 섬 이름의 뜻이 꽃섬인 것을 적극 활용해 섬을 꽃으로 상징화했다. 그래서 하화도는 섬 곳곳에 꽃들을 심어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0.71㎢에 불과한 섬에 해마다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2017년에는 7만6천 명이나 다녀갔다. 요즘도 주말이면 “섬이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몰려와 북적거린다. 꽃길을 걸으려는 인파가 주말이나 성수기면 1천5백 명씩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룬다. 수도 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니 하화도에는 민박 펜션도 생기고 식당도 생기고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마을식당도 생겼던 것이다.

꽃섬은 하나가 아니다. 1km의 거리를 두고 상화, 하화 두 섬이 나란한 형제 섬이다. 상화도는 위꽃섬, 하화도는 아래꽃섬이다. 섬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인 2001년 송일곤 감독의 영화 <꽃섬>이 하화도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꽃섬. 그 이름의 힘이 영화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 꽃섬이란 이름은 하화도만의 것은 아니다. 이 나라에는 꽃섬들이 많기도 하다. 어디 세상에 꽃이 한 종뿐일까! 고흥의 상화도 하화도, 신안의 화도, 거제의 화도, 완도의 화도, 태안의 화도 등이 모두 꽃섬이다. 다들 꽃이 많아서 화도라 했다는 유래가 전하지만 옛날에 꽃이 많지 않은 섬이 어디 있었으랴. 어느 섬이나 야생화가 지천이었을 텐데...

그래서 꽃섬들의 정확한 유래야 알 길이 없지만 요즘은 너도 나도 스토리텔링을 완성하기 위해 꽃들을 심어 치장한다. 하화도는 섬의 형상이 소의 머리와 비슷하다 해서 한때는 ‘소섬’으로 불리기도 했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것을 보면 섬은 꽃이 많아서라기보다 멀리서 보면 섬의 모습이 한 송이 꽃처럼 보여서 꽃섬이라 이름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초봄 연초록 새순들이 솟아오르는 모습은 흡사 꽃과 같다. 그럴 때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한 송이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섬이라는 이름의 섬들이 한결같이 아주 작고 둥그스름한 섬들인 것을 보면 그런 추측을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오랫동안 공도정책으로 비워져 있던 하화도에 사람들이 다시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무렵이다. 전란을 피해 들어온 이들이 정착하면서 섬은 다시 사람살이가 시작됐다. 처음 인동장씨가, 그 후 나주임씨, 파평윤씨 등이 들어와 살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65가구 400여 명이나 살기도 했지만 지금은 겨우 26가구 43명이 살아간다. 사람들이 많이 살 때는 산 정상까지도 숲을 개간하여 밭농사를 지었다. 그 조막만한 땅에 고구마, 보리 심고 해초 뜯어 먹으며 살았다.

큰 나무들이 없으니 그 무렵에는 원추리, 선모초(구절초) 등 꽃들이 잘 자랐다. 하지만 사람들이 떠나고 다시 숲이 우거지면서 꽃들은 자취를 감추고 이름만 남았다. 지금의 꽃들은 둘레길을 만들면서 인공으로 조성한 것이다. 요새 하화도의 농사 중 가장 큰 것은 부추다. “여수에서도 하화도 부추는 알아줘요.” 하화도에서 오랫동안 목회 일을 하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김영구 목사의 전언이다. 부추는 베어내고 또 자라면 내내 몇 번이고 수확할 수 있는 채소다. 하지만 하화도 부추는 봄에 딱 2번만 베어내 출하한다. 그러니 영양가가 높다. 한 해 두 번 베어내는 부추농사만으로 가구당 평균 300만원의 소득을 안겨주니 부추는 하화도의 효자다.

▲기암괴석이 절경인 하화도 출렁다리ⓒ섬학교

“둘레길이 순하다”

마을 뒤안을 따라 약간 가파른 길을 오르면 숲과 초지가 나타나는데 둘레길은 내내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다. 둘레길 오르는 길에 발전소가 있다. 하화도에 공급할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태양광 발전과 화력을 겸해서 전기를 생산하는데 태양광 발전은 1994년 우리나라 최초로 건설된 것이다. 60kw 규모. 10분 남짓만 가파른 길을 오르면 곧 걷기 평탄한 길이 펼쳐지고 둘레길은 탁 내내 트인 전망을 선물한다. 세 시간이 남짓의 길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걷기 편한 길이란 반증이다. 김영구 목사는 이를 “둘레길이 순하다”고 표현한다. 섬 뒤안은 드넓은 바다다. 그래서 뒤안은 깎아지른 절벽들로 이어진다. 하화도가 여수 장수만과 여자만 입구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하화도 뒤안이 오랜 세월 거친 풍랑에 맞서다 보니 살들은 발라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것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큰산도 108m에 불과할 정도로 섬은 전체가 낮은 구릉으로 형성되어 있다. 요즈음은 해수면 상승으로 큰산의 높이가 104m로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인근 사도 또한 주민들로부터도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가라앉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다. 사도는 해마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처럼 바다가 갈라져 인근 7개의 섬을 잇는 길이 나타난다. 1, 2월, 4, 5월 보름 썰물 때 바닷길이 열리는데 특히 2월 영등사리 때 가장 넓은 바닷길이 열린다. 사도에서 추도, 중도, 장사도, 나끝, 연목, 증도까지 7개의 섬들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져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하지만 사도 주민들은 해마다 물길 열리는 시간이 짧아진다고 증언한다. 해수면 상승 탓이다. 보령의 천수만 안의 섬들에서도 해수면 상승으로 물이 집 앞까지 차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수면 상승이 결코 머나먼 섬 나라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조사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비탈 아래 들어선 마을 위쪽은 선바구, 애민골, 가마패, 낭끝, 시짓골, 평바구, 딴녘, 순네밭넘, 막산, 문도 등이 있는데 작은 섬이지만 물은 늘 풍족해서 섬에서 가장 큰 불편인 물 걱정 없이 살아왔다. 근래에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방치됐던 자갈샘을 복원했더니 하루에 15톤의 물이 쏟아져 나왔다. 자갈샘 아래 45톤의 물탱크를 설치해 자갈 샘물을 받아 주민들이 사용 중이다. 물은 하화도가 가진 큰 복이다.

하화도 인근에는 장구섬, 부도, 소부도 등의 무인도가 있고 여뚱, 칠여, 낭끝바위 등이 있는데 이들은 섬 주민들의 소중한 살림밑천이다. 이 무인도와 바위섬에서 미역, 다시마, 톳, 우뭇가사리 등의 해초와 홍합 등의 조개가 서식하고 바위섬 주변은 농어, 솜뱅이, 놀래미, 서대, 문어, 멸치 등이 사철 잡혀서 소득에 보탬을 준다. 육지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저 쓸모없는 바위덩어리로 보일 뿐이지만 섬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자원인 것이다. 하화도와 곧 닿을 듯이 인접한 장구도는 무인도지만 옛날에는 1가구가 살았었다. 섬에 지네가 워낙 많아서 못 견디고 떠난 뒤 무인도가 됐다고 전한다. 섬의 모습이 장구를 닮았다 해서 장구섬이다.

하화도의 부속 섬인 무인도 부도에는 아주 흥미로운 사연이 깃든 동굴이 있다. 이 동굴은 작은 어선들이 충분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동굴은 1970년대 여수 통영 지역에 한창 밀수가 성행할 때 밀수선들이 금괴를 숨기던 곳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금괴 밀수를 해오던 무역선들이 단속선이 뜨면 재빨리 이 동굴 안에 금괴를 숨겼다고 한다. 1990년대 여수 세관에서 바다 밑을 탐색하기도 했다 하니 그저 뜬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금괴와 함께 녹용 밀수도 흔했는데 실제 총격 사건으로 세관원이 사망한 일도 있었다. 1964년 통영항 녹용 밀수사건 때 상금 문제로 시비가 붙어 부산세관 감시과장이 권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만큼 밀수는 밀수꾼이나 감시자들에게 모두 황금어장이었다. 그 세관원들은 과연 부도 동굴에서 금괴를 못 찾았던 것일까?

▲하화도 앞바다 바위섬이 마치 웅크린 물개 같다.ⓒ섬학교

연륙교는 양날의 칼

여수엑스포 이후 화태도, 개도, 낭도, 둔병도 등 인근의 많은 섬들이 연륙교 공사로 육지에 편입되고 있다. 백야도는 진즉에 육지가 돼버렸다. 섬으로 가는 방법이 보다 다양해져야 한다. 연륙교만이 능사는 아니다. 연륙이 된 많은 섬들이 그냥 육지의 변두리로 편입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깝다. 섬에 다리를 놓는 것은 주민들의 열망 때문이다. 그 열망을 천번만번 이해한다. 하지만 연륙교는 양날의 칼이다.

교통의 편리를 얻은 대신에 섬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교통 불편 해소 방법이 꼭 다리 공사뿐일까? 섬 주민들이 다리에 목을 매는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토건 자본의 이해 때문이기도 하다. 마치 자동차 산업과 토건 자본을 부양하기 위해 철도 대신 자동차도로만 이중삼중으로 수도 없이 만들었던 상황과 같은 맥락이다.

외국의 경우 많은 섬 주민들이 다리 건설을 포기하고 섬의 정체성을 지키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형 여객선의 대형화, 전천후 여객선 도입, 야간 운항, 소형 비행기 운행 등으로 정부가 섬 주민들의 교통 불편 해소해 주었기 때문이다. 교통 불편도 해소하고 섬의 고유성도 지키고. 우리 또한 이런 정책들을 시급히 도입해야 마땅하다. 다리 공사가 끝나면 이 인근의 온전한 섬은 상화도, 사도 등 몇 개 남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하화도가 가진 섬으로서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섬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하화도를 지키는 일이다.

2020년 7월 4(토)-5(일)일, 섬학교 제91강의 답사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7월 섬학교 제91강의 자세한 내용은 인문학습원의 '학교소개'에서 안내 받으세요. 또한 기사 게재 후의 변동사항도 인문학습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섬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섬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강제윤 교장선생님이 쓴 <전라도 섬맛기행> <당신에게, 섬> <신안> <섬택리지> <섬을 걷다> <걷고 싶은 우리 섬> <어머니전> 등 섬 답사기를 참고하면 섬 여행의 의미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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