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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중심 대응은 구시대적...코로나 시대엔 패러다임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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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중심 대응은 구시대적...코로나 시대엔 패러다임 전환해야

참여연대서 토론회 열려..."대규모 확장 재정정책으로 전환해야"

"임시 대응이 주를 이루고, 구조적 문제 대응은 찾기 어렵다."

"기존의 경제위기 성격에 기초해 V자형 경제 회복을 전제했다."

"코로나19가 사회·경제적 위기라는 인식보다 기업 중심의 경제위기라는 인식을 한 듯하다."

24일 참여연대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방역 과정에서도 공공 의료 부족 한계를 절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비판은 지구 체계를 뒤흔드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미래 대응이 부제하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시적 위기가 아닌, 대전환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정부가 제대로 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취약 노동자 고용유지지원 없다

대담은 크게 코로나19 사태의 성격을 개괄적으로 규정하는 데 이어 정부의 △일자리 대책 △방역·의료 대책 △자영업자·중소상공인 대책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대책 △주거 등 민생대책을 평가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전 분야에서 정부 대책의 안이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상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원금이 가장 절실한 취약 노동자는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로 분류된 특수고용노동자 170만 명과 고용보험 미가입 임금노동자 680만 명 등 850만 명의 노동자가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에서 제외된다"며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파견·용역·사내하청 등 비정규 노동자가 소속된 업체에서는 사실상 고용유지지원금제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은 앞서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비정규직 안 자르는 기업에만 금융 지원한다면?")

이 연구위원은 또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근로기준법상 휴업, 휴직수당 일부를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라 근로기준법의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휴업, 휴직수당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다수 5인 미만 영세 기업 노동자가 혜택받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제도 자체가 한계 기업, 한계 노동자 지원을 위해 전혀 작동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378만3000명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의 18.4%다.

이 연구위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과 유급휴가제도 관련 조항을 적용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고 "파견·용역·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유지 요건을 사업체 기준으로 변경"해 취약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의 금액 수준도 낮고, 지원 기간이 짧다는 지적도 아울러 제기됐다. 현행 고용유지지원금은 휴업수당의 최대 90%까지 지급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휴업수당이 임금의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지원금을 수령하는 노동자는 실질 임금의 63%만 받게 된다. 지원 기간도 최대 6개월로 한정됐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경제적 충격은 단시일 내에 극복하기 어렵다"며 "고용유지지원금은 해고 시기를 다소 늦추는 데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원 수준을 임금대비 70~80% 수준으로 올리고, 지원 기간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촉구했다.

▲정부가 자찬한 방역 성공 사례와 별개로, 한국의 공공의료 부족 실태는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레시안(최형락)

공공의료 확충 노력 필요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은 공공의료 체계 부족 사태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사태의 경험과 공격적인 감염자 동선 추적 등으로 초기 불길을 잡는데 성공했으나,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되짚어야 한다는 얘기다.

변 상임연구원은 대구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던 당시를 거론하며 "민간병원으로 이전 준비 중이던 대구 동산병원의 빈 병상(400병상)을 공공수용해 임기응변으로 위험을 넘겼다"며 "3월 초 4000여 명의 환자가 대구에서 발생했을 때 2300명이 집에서 대기해야만 했던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상임연구원은 이어 "감염 환자 중 최소 5%가 중증치료실이 필요하다는 통계를 보면, 중환자병상 부족은 더 큰 문제"라며 "중환자실 확보가 늦어져 3월 중순 사망자 75명 중 17명(23%)이 입원하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꼬집었다.

간호인력 부족 사태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변 상임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지방의료원 등 경증 환자 치료시설에서는 간호사 1명이 20여 명의 환자를 돌보는 상황도 나왔다"며 "개인보호구를 착용한 상황이 극심한 노동 강도 강화로 이어졌고, 결국 간호사 탈진 문제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변 상임연구원은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공공의료 체계 확충이 곧바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상임연구원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병상을 갖고 있지만, 환자 전담 치료 병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병상은 70만 개 중 7만 개에 불과하다"며 "공공병상 확보를 위해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정부가 민간병원을 매입해 공공병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의료원이 없는 울산, 대전, 광주에 이 같은 조치가 시급하다고 그는 촉구했다.

아울러 "국립대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여유 중환자실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며 "의료진 개인보호구의 생산-유통-관리를 국가가 책임"지는 한편 "국공립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변 상임연구원은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영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사태가 확산한 후 9일 만에 500병상 규모의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었고, 앞으로 3500병상을 더 만들 예정이라는 점, 스웨덴 역시 600 병상을 추가 준비한다는 점을 변 상임연구원은 예로 들었다.

임차인 강력히 보호하는 법제화 필요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는 '착한 임대료 운동' 역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생각은 않았다는 이유다.

김남근 변호사(경제민주화넷 정책위원장)는 △6월 30일까지 상가 임대차 계약 해지를 원천 금지한 독일 사례 △34개주에서 임대인 퇴거 금지를 아예 법제화한 미국 사례 △임차인의 임대료와 전기·가스·수도세를 유예한 프랑스 사례 등을 들며 한국 정부의 임차인 보호 의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임대인의 시혜적 혜택에 기대지 말고 임차인 권리찾기를 적극 지원하는 행정이 필요하다"며 한시적으로 강제퇴거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거나 자영업자와 관련한 사회안전망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문화·체육·예술 등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 대책을 정비하고 하도급 구조에서 어려움을 일방적으로 떠안을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을 보호할 대책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정부의 돌봄지원은 전무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돌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특히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사회적 돌봄체계를 대대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체제 전환적 성격을 가지는 만큼, 정부의 대책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

"정부 현실 인식 안이해...체제 전환 패러다임 따라야"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현실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는 코로나19 사태가 일시적 경제 위기가 아닌, 인류의 모든 기존 체제를 뒤흔드는 대위기임에도 정부 대책은 일시적 위기 극복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월드 뱅크, OECD 등 신자유주의를 주도한 국제기구 정책기조가 재정건전성과 인플레이션 통제에서 고용과 임금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근본 질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특히 "코로나19는 회복 중인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한 게 아니라, 90년대 후반부터,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장기불황에 빠진 자본주의를 타격했다"며 "자본주의의 종언까지는 아니더라도,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이 같은 전환기에서 정부 대응의 핵심은 △고용유지 △기업지속(자영업지속) △사회보장제도 확대 △보편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그러나 여태 한국 정부 대책을 나열한 후, 한국 정부가 "중장기적 영향보다 단기적 위기"로 상황을 국한하고 "V자형 경제 회복을 전제"해 대응책을 짠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거버넌스는 철저히 경제 관료 중심의 대응체계로 구축한, 구시대적 패러다임"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윤 교수는 정부 대응책이 "임시적"이며 "기업 지원 중심"에 쏠렸다며 "위기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결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체제 전환에 걸맞게, 정부가 근본적으로 현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재정건전성이라는 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대규모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고 모든 기업 지원대책에 "고용유지를 전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영세 자영업자에게 갚을 필요가 없는 유동성을 현금으로 지원"하고 "소득을 상실한 모든 개인에게 보편적 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노동과 시민의 교섭력을 높이도록 이를 제도화"해 정부 패러다임을 "고용과 임금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복지국가의 역할을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 제공에서 고용찰출과 유지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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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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