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공약이행’ 여부를 따지지 않는 표심을 행사했다.
전북'제3금융중심지’지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산하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는 지난해 4월 12일, 제 37차 회의에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전북 혁신도시의 '제3금융중심지 프로젝트'를 무산시켰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당시 이같은 금융위의 결정과 관련해서 ”이번 결정이 전북의 금융 인프라 등 제반 여건이 충분히 갖춰질 때까지, 금융중심지 지정이 잠시 늦춰지는 것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에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반드시 이행되리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제2공약은 ‘메가탄소밸리 조성’사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산업진흥원 설립에 필요한 ‘탄소소재법 개정안’이 20대 국회를 통과했어야 했다.
탄소법은 전북지역에 탄소밸리를 조성해서 탄소산업의 메카로 도약할 수 있도록 물적 지원을 하는 법안이다.
이 두가지 ‘대표공약’이 성사되지 못했으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민주당은 이번 4.15총선에서 그에 상응하는 심판을 받는 것이 정상일 텐데 전북도민의 표심은 다시 민주당의 압승으로 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전북도당위원장은 지난달 23일, 4.15총선을 앞두고 전북관련 10개 정책과 67개 총선공약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이날 공약 발표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은 21대 총선공약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해 민주당 차원의 공식 사과가 없었다며 안호영 도당 위원장을 다그쳤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민주당 전북도당의 20대 총선 대표 공약였고 탄소소재법 역시 전북의 미래산업을 대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그러나 전북의 최대현안으로 꼽히던 이 두가지 공약이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될 운명에 직면해 있다.
이 점에 대해 민주당 차원의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면서 기자들이 질문공세를 퍼붓자 안호영 도당위원장은 “여러 가지 노력을 했으나 현재까지 지정되지 못하고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도민들에게 송구하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민주당전북도당은 전북을 ‘감염병안전지대’로 만들고 ‘세계가 주목하는 전북을 만들겠다’는 등의 10가지 정책을 21대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4.15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전북 10개 선거구 가운데 9개 의석을 싹쓸이했다.
20대 총선에서는 텃밭으로 여겼던 전북에서 겨우 두석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전북의 최대 현안이라고 꼽히는 두가지 공약에 덧붙여 ‘공공의대법’ 통과가 무산된 상황에서도 전북도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다.
다른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4.15 총선에 앞서 전북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서는 ‘막대기만 꽂아도 민주당 옷만 입으면 된다’는 식의 선거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호소했지만 결과적으로 씨도 안 먹혔다.
실제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전북정치의 판을 뒤 엎었던 국민의당 출신 현역 다선 국회의원들이 리턴매치한 민주당 후보와 정치신인들에게 속절없이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11월 27일, 전북 정읍을 찾은 자리에서 “전북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탄소산업’을 뒷받침할 ‘탄소소재법 개정안’이 가능한한 정기국회에서나 아니면 1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북지역에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둘 밖에 없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해 4.15총선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을 많이 뽑아달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적어서 일을 하지 못한다는 말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으로 전주병에서 당선된 후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한 민생당 정동영의원은 그 당시 이같은 말을 했다. “전북에서 새누리 1,민주 2, 국민 7명이 됐으니 황금분할이다...전에는 전북이 모두 더민주이니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전북에 2명이 있으니 더 값어치가 높아진 거다”
다른 당에서는 ‘값어치가 높았다고 평가’하는 집권여당 2명의 국회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수가 적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꼴이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무려 9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해찬대표의 말 대로라면 "못할 일이 없게 되는 셈"이다.
그 이전에 20대 국회에서 꼭 끝내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지난 2월 13일, 전국 시도지사들은 긴급영상회의 겸 임시총회를 열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사태에 대응하려면 ‘공공의료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공동입장문을 내고 ”공공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할 관련법률도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호남권 광역의회의장단협의회는 이달 14일, 전남도의회에서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호남권광역의회의장단이 총선 직전, 긴급 성명서를 발표한 데는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 공공의료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판단과 함께 제20대 국회 마무리 전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의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20대 국회가 임기 말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문을 닫는 20대 국회와 함께 처리되지 못한 ‘공공의대법안’은 자동 폐기되고 남원에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계획도 자동 폐기된다.
민생당 후보로 전주을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조형철 전 국회의원 후보는 ”민주당이 탄소법안 통과를 여러차례 약속했지만 번번히 국회문턱을 넘지 못했고 공공의대법안 역시 의지 부족으로 국회통과에 실패했다“면서 5월말까지 전북도청 앞에서 탄소법과 공공의대법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와 함께 100만 명 서명운동에 들어 갔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약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전북에는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입증해 보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