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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표 구걸하며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 퍼뜨리는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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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표 구걸하며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 퍼뜨리는 후보들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강바닥 파헤치기보다 나쁜 부동산 열풍

서울에 거주하는 38세 A씨는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를 6억 원가량에 부모님으로부터 증여받았다. A씨는 자녀 교육문제로 3년 전, 서울 강남구의 새 아파트를 14억 원에 추가로 구입하였다. 송파의 아파트는 현재 18억 원, 강남의 아파트는 현재 28억 원으로 각각 가격이 올라 50억 원에 가까운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되었다. A씨 초미의 관심사는 종부세, 양도세 등의 절세비법이다. 코로나19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수억 원을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지만, A씨는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매도할 생각이 전혀 없다.

45세 B씨는 서울, 수도권의 부동산 규제가 강해지자 풍선 효과로 지방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갭투자로 투자할만한 지역을 물색하던 중, 3억4000만 원을 주고 전유면적 82㎡의 아파트를 구입하였다. 이 아파트는 작년 초반까지 3억 원 전후에서 거래되었으나 작년 4분기 3억 초중반대 가격에 실거래가가 형성되며 거래량이 폭발했다. 올해 1분기 실거래가는 4억 원 이상으로 올랐다. B씨 역시 자산을 불리는 방법은 부동산 투자가 정답이라 생각한다.

68세 C씨는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고 조금씩 모아두었던 쌈짓돈 3000만 원가량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일 년에도 몇 억 씩 오른다는데, 은행에 넣어두어 봤자 1년 이자는 고작 몇 십만 원 정도였다. 평소에 밥도 잘 사고, 아는 것도 많은 지인이 은행에 넣어놓는 것보다 곧 개발되면 10배 이상 오를 수 있는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말을 듣고 쌈짓돈을 털어 투자 목적으로 토지를 매수하였다. C씨가 매수한 토지는 개발제한구역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비오톱(생태현황지도)1등급지역의 임야 지분이었다. 산림의 유지, 보존 목적 외에는 사용수익이 불가능하므로 소유권이 유명무실한 토지다. 그럼에도 유사한 토지 지분은 실거래가 2000~5000만 원 정도로 계속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언제, 어떤 부동산을 구매했는지에 따라서 우연히 소수의 누군가는 부자가 되었다. 이들을 따라서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부자가 되고자 부동산 환상을 쫒아 다닌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우리는 모두 불행해졌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가격 상승으로 보유세가 늘어나서 불만, 집이 없는 사람은 급격히 오른 집을 더는 살수 없게 되어 불만이다. 집을 산 사람은 더 많이 오른 집을 사지 못해 불만, 집을 판 사람은 팔고나니 더 올라서 불만이다. 부동산 환상과 투기 심리를 이용한 사기꾼들도 창궐한다. 이로 인하여 모두의 마음은 투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간 19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11억 원가량 거래되던 강남 은마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 20억 원까지 뛰어올랐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와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상황에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가격 하락 안정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무려 19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불과 3년의 기간에 2배 가까운 가격 폭등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불로소득 환수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동산 폭등이 일어났다. 강남 등에 소재한 고가 부동산일수록 가격 상승폭과 절대 금액이 더 컸던 부동산 시장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보통 시민이 가졌던 절망감,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에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정부가 보다 강력하고 분명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그로 인해 시민이 정부의 정책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투기 심리를 계속 자극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고, 그로 인하여 시민이 받아온 고통에 대한 반성과 대책을 말해야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전임 국무총리이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국회의원 후보는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3구를 찾아다니면서 종부세 완화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 서초, 송파, 용산, 양천, 분당 등 고가주택 소재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역시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여기에 미래통합당은 한술 더 떠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로 부동산 가격을 높여주겠다, 고가주택 기준을 높이고 종부세 부담 상한을 낮춘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누구도 주거 안정에 관심이 없다.

정부의 부실한 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큰 고통을 받아온 국민이 앞에 있는데, 높아진 자산 가치를 계속 누릴 수 있도록 보유세 부담을 낮춰주겠다, 재산권을 지켜주겠다, 부동산 가격을 더 올려주겠다는 공약을 한다는 건,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처사다. 집권 여당을 포함하여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표를 구걸하기 위해 끝없이 가격을 올리고 부동산 소유자들의 얄팍한 욕망을 채워주겠다는 식의 공약을 남발한다. 그러나 강남에는 집주인만 있는 게 아니다. 다주택자, 종부세 납세자도 있지만 세입자도 있고, 원룸이나 고시원에 거주하는 저임금 노동자도 산다. (☞관련기사 : 총선주거권연대 "종부세 감면 공약 후보 통합당 22, 민주당 11, 정의당 0명")

실수요자임을 전제로 1가구1주택자 중 1억 원에 매입한 주택 값이 1억3000만 원까지 오른 사람도 있지만, 2억 원에 매입해서 20억 원까지 치솟은 집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1가구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는 1가구1주택의 지위를 이용한 또 다른 투기를 양산하기 마련이다.

주택보유수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모든 주택구매자는 일면 투기 목적을 갖는다. 그렇다면 모든 1가구1주택자는 잠재적 투기꾼이 아닐까? 이들에 대한 세제 특혜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강남아파트 원정투기를 부추겼다. 아직 2배로 폭등한 강남 아파트가격은 거래량만 줄었을 뿐 하락 안정된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아무리 표가 아쉽다 한들 벌써부터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 말이 되는가. 어차피 공동체의 가치보다 내 재산 지키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십억 자산가들은 민주당에 표 주지 않는다.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읽을 수 있는 개헌안 발표가 있었다. 이때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빈곤의 대물림, 중산층의 붕괴 등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로서 ‘토지공개념’을 제시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대한민국의 비전, 통치 철학을 담고 있는 토지공개념은 불과 2년 만에 어디로 갔나.

토지공개념같은 거창한 명제로 포장하지 않더라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과 정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고통 받은 국민의 마음을 안다면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안정시킬 것인지를 공약으로 내세워야 마땅하다.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 급등으로 고통 받는 실거주 1가구1주택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부동산에 낀 거품을 걷어내서 과도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고 이를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재정을 지출해 토건사업을 부양하였다. 영화 <삽질>에 따르면 단기간에 22.2조 원 규모가 투입된 단군 이래 최악의 토목사업이라 한다. 4대강 사업이 뭇 생명을 해치는 그릇된 토건사업이었으나, 적어도 부동산 가격 급등을 이끌 지는 않았다.

그러나 차라리 강바닥을 파헤쳐 토건을 부양하였을지언정 부동산가격을 올려 서민에게 고통을 주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보금자리인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자하는 철학을 갖고 정책을 폈던 것인지, 아니면 아파트를 때려짓는 것보다는 강바닥 파헤치는 것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인지, 아니면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하여 꺾인 투기심리가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효과를 나타내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바닥을 파헤치는데 재정을 때려 붓는 토목 사업이 적어도 국민의 얄팍한 욕망과 투기심리를 자극해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투기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고통과 불행에 빠트리지는 않았다.

지난 3년간 부동산으로 인하여 받아온 국민의 고통에 대한 반성과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집권 여당은 오히려 총선공약으로 종부세 완화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이 같은 판국에서 집권여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원칙을 저버리고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그저 우려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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