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보수진영이 강세를 보여온 PK(부산·울산·경남)지역 중에서도 진보진영 세력이 우세한 곳을 선정한다면 단연 울산 동구가 꼽힌다. 이 지역은 현대중공업이 자리하고 있어 사실상 노동자를 대표하는 후보자가 당선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곳이다. 하지만 과거의 선거 과정을 볼때 진보진영이 결집되기 보다는 분열화되면서 후보자들이 난립해 보수진영에 자리를 내주기도 하는 등 쉽게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지역으로 변모했다.
다행히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진보진영의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당선될 수 있었으나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해 쉽지 않은 선거가 예상된다. <프레시안>과 만난 김종훈 후보는 "2014년 지방선거 때 단일화에 실패해 석패하면서 동구청장, 국회의원 모두 미래통합당이 차지하게 됐고 불과 몇 년 사이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쫓겨났다"며 보수진영이 집권할 경우 동구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차별없는 노동 현장을 위해 뚝심 있게 일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아래는 민중당 김종훈 울산 동구 국회의원 후보와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2002년 울산시의원을 시작으로 오랜 동안 정치활동을 해왔다. 본인 소개와 함께 이번 선거에 임하는 각오가 있다면?
김종훈 : 민주노동당 울산시의원부터 2011년에 동구청장을 지냈고 현재는 20대 국회의원이다. 대학 때인 1989년 현대중공업 128일 투쟁에 함께하면서 동구와 인연을 쌓았고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등을 보며 정치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때로 진보노동정치를 시작해 벌써 30년 가까이 돼 간다. 코로나 위기로 전 국민이 어렵다. 특히 동구는 지난 조선업 경기 침체 때 일방적인 대량구조조정으로 3만4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인구도 1만5000여 명이 줄었다. 오랜 터널을 뚫고 이제 조금 수주가 늘어나는 와중에 닥친 코로나로 또다시 힘겨운 시기를 버텨야 할지 걱정이다.
20대 국회에 들어가니 박근혜 정권하에서 대통령부터 각료들까지 조선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조선업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산업이다 대량 구조조정은 안 된다고 협박도 하고 설득도 했다. 다행히 조선수주가 조금 나아지고 현대중공업이 연구소를 성남에 이전하면서 생긴 공백을 막기 위해 1600억 원 규모의 자율운항선박실증센터 유치도 진행됐다. 구청장 시절부터 추진한 미포산단 미포지구 조성도 곧 완료되고 풍력 등 신산업 유치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아직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체불에 허덕이고, 법인분할로 원청노동자들은 교섭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4년 온 힘을 쏟았듯이 노동자와 주민을 위해 모든 걸 걸고 함께 가려고 한다.
프레시안 : 지난 총선에서는 진보단일화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는 노동당까지 후보를 출마시켰다. 지역 민심은 좀 어떤가?
김종훈 : 울산은 예전 선거부터 노동자들과 주민들께서 진보단일화를 해와라고 요구해 오셨다. 보수수구정당에 진보진영이 분열해서는 불리하다는 지적인데 지난 선거에서는 동구와 북구가 진보단일화를 이뤄냈고 민주당도 힘을 모았고 그 결과 모두 승리했다. 이번 총선은 단일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당과 협상을 아직 진행하고 있지만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지역 노동자와 주민들은 여전히 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저 역시 2014년 지방선거 때 단일화가 안 돼 석패한 경험이 있다. 그때 패배로 동구는 구청장도 국회의원도 모두 미래통합당이 차지하게 됐고 불과 몇 년 사이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쫓겨났다. 그만큼 진보단일화는 중요하다.
프레시안 : 후보자 등록과 함께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공약을 내세웠다. 이유가 있는가?
김종훈 : 국회에 들어가 보니 참으로 참담했습니다. 일하는 국회를 걸고 시작한 20대 국회는 현재 법안처리율이 36%도 채 되지 않았다. 여야 정쟁에 본회의와 상임위는 개점휴업이 일쑤였고 주요 현안들도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유가족들 가슴에 못을 박아도 5.18 막말을 해도, 자녀 채용비리에 친일망언을 해도 어떤 처벌을 받지 않았다. 국민이 특권을 견제할 장치가 없으니 국회의원들은 당연히 국민 명령보다 당리당략에 몰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회특권을 폐지하고 개헌을 하더라도 국민소환, 국민발안, 국민투표 등을 도입해 직접정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 차원에서도 연말부터 최근까지 국민의 국회 운동을 통해 5만 명 이상 국민들 의견을 청취해 오기도 했습니다.
프레시안 : 지난해 법인분할 문제로 발생한 현대중공업 노사 간 갈등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해결책이 있다면?
김종훈 : 참 갑갑하다. 작년 임단협이 4월이 되도록 타결되지 않고 있다. 회사가 징계철회 등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노조가 크게 양보한 제안이 있었지만 사측은 사보를 통해 변명으로 일축하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현중 노사갈등 본질에는 기업 지주사 체계에 있다고 본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있는 와중에 또다시 법인분할을 통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또 생겼다. 결국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하고 타결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특히 임단협도 늦어지고 하청노동자들은 기성금 삭감으로 월급이 깎이고 체불되는 대도 재벌일가는 지주사를 통해 931억 원 배당금 잔치를 벌인다. 이런 사정이 지속되는 한 노사화합은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원청책임법을 제개정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프레시안 : 조선업 침체와 함께 코로나19까지 경제 악화가 심각하다. 해결책이 있다면?
김종훈 : 코로나 사태로 세계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증시, 환율은 물론이고 유가폭락 등으로 선박 발주 역시 지난해 대비 80% 가까이 떨어졌다. 조선해운 시황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도 올 2월까지 수주가 24만3000 CGT로 세계 점유율이 약 20.7%에 머물면서 전년 대비(36.6%) 감소했다. 조선업 경기가 회복되던 추세가 코로나 사태에 또다시 꺾이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 위기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 내년에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지금은 당장 힘든 노동자들과 영세상공인들을 지원할 방안이 시급하다. 현대중공업처럼 대기업들은 쌓아둔 사내유보금이나 원청이익을 하청에게까지 풀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을 발표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미국은 1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재정을 부양책으로 내놓았다. 우리도 그 정도 수준에서 추진하고 차별 없는 전국민 재난기본소득 등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지원 등을 할 때에는 노동자 고용보장 등의 전제조건을 반드시 둬야 할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재선에 성공한다면 동구 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싶은 공약은 무었인가?
김종훈 : 크게 두 축이 있다. 동구를 지탱해온 우리 노동자와 주민들이 존중받고 기술고도화와 신산업으로 새로운 미래전략을 만드는 것이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노동자가 존중받기 위해서는 원하청 차별이 없어야 한다. 임금체불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하청차별금지법과 중대산재는 원하청 모두에게 가중처벌을 두는 법도 주요공약이다. 지역미래전략으로는 자율운항선박실증센터를 중심으로 기술기업과 대학연구소들을 유치해 조선해양신기술타운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2023년 조성이 완료되는 미포국가산단 미포지구에 재생에너지 기업 등 신산업을 발굴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반을 마련하겠다. 현대중공업이 법인분할과 본사이전을 하면서 포기한 복지공백도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이 책임질 수 있도록 예산확보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동부회관 공공형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남목종합체육관(가칭) 설립도 시작하겠다. 대형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서부동에도 서부복지관을 건립해 주민들 삶의 질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프레시안 : 끝으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종훈 : 코로나19 사태로 갑갑하고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계실 줄로 안다. 마스크 줄서기에 독박육아,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특히 어렵다. 세계 경제가 흔들린다는 소식에 조선경기가 다시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실 것이다. 지난 조선업 위기에 우리는 많은 희생을 감당해 왔다. 다행히 수주가 조금 나아지고 자율운항선박실증센터 등 대규모 정부사업도 유치됐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걱정이지만 힘을 모으면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임기 4년 동안 오로지 동구주민과 노동자들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그 결실이 조금씩 보인다. 이제 막 시작된 조선업 기술고도화와 차별없는 노동현장을 위해 뚝심 있게 일하겠다. 다시 한 번 주민들의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
취재 : 김진흥, 박호경, 홍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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