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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국에 통합당은 '의료민영화' 공약...민주당 공공의료 공약도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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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국에 통합당은 '의료민영화' 공약...민주당 공공의료 공약도 '암울'"

[인터뷰]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의료 공공성 강화 필수"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휩쓰는 와중에 총선이 열린다. 어느 때보다 공공 의료 필요성을 절감하는 때지만, 주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정당에서는 공공의료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해 온 미래통합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개인정보보호법이 통과되고 병원기술지주회사제가 추진되는 등 의료민영화로의 질주는 지속되고 있다.

34개 의료, 시민, 종교, 노동단체 등이 연합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달 30일 각 정당에 보건의료 정책 관련 질의서를 보냈으나, 성의 있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의료 공공성 강화가 애초 거대정당의 관심 밖 사안이었던 셈이다.

이제 단기간에 코로나19 사태를 잡는 건 불가능함은 물론, 수도권에서 2차 폭발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최소 △공공감염전문병원 및 공공병상 확충 △필수 의료 기기 국가 관리 △필수 의료 인력 확충 및 훈련 등 3가지 공공성 강화만이라도 당장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만일의 사태에 조기 대비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다.

8일 우 대표와 인터뷰를 정리했다.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의 공공의료 인프라가 도전받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공공의료 이미 한계... "지금이 공공의료 강화 골든 타임"

프레시안 : 지난 7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5개 의료단체 연합체)이 “지금이 2차 유행을 대비해 시민을 보호할 사회 제도와 공공 의료 체계를 준비할 골든 타임”이라는 성명을 냈다. 아울러 “정부가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조건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기방역이 칭찬받는 모습과 거리가 있는 지적이다.

우석균 : 정부가 상대적으로 역학적 대응을 잘 했지만, 2차 유행에 대비한 공공병상, 공공인력, 공공자원 확충에는 매우 소홀하다.

예를 들어 보겠다. 병원 중환자실은 평시에도 항상 가득 차 있다. 긴급 상황에 중환자실 동원이 애초 어렵다. 환자 수요 폭발 시 의료붕괴가 발생하는 이유다. 코로나19 첫 유행 당시 대구 의료 체계가 매우 힘겨웠던 상황을 되새기면 된다.

여분의 중환자실, 특히 감염병 중환자에 대비한 음압병상이 필요한 이유다. 민간병원은 이 같은 조치를 할 수 없다. 병실 하나가 1년에 버는 돈이 3억 원이 넘는다. 이를 유휴로 돌리라는 지시를 따를 민간병원은 없다. 공공 의료 확충이 필요한 이유다. 당장 지금 준비해야 한다.

프레시안 : 현 상황에서 한국의 의료자원이 2차 유행이 오면 버티는 게 쉬울까. 당장 의료인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우려가 크다.

우석균 : 경기도가 보유한 공공병원의 중환자실 약 30실 중 이미 20실이 넘게 찼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군포 효사랑요양원에서 2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집단감염만으로 중환자실 10실이 찼다. 경기도 전체에 1824개의 요양시설이 있다. 하나라도 더 터진다면 어떻게 되겠나.

의료 인력도 이미 한계다. 현재 3교대로 돌아가는 공공병원 의료 인력을 4교대, 5교대 수준으로 돌려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모자란다.

▲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특별 정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제대로 된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6개월 투자하면 2차 유행 대비 가능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확충이 필요한가?

우석균 : 현재 한국의 공공의료 병상은 전체 병상의 10.2%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10.5%)보다도 오히려 감소했다. 전체 병원 중 국공립병원 등 공공병원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이를 최소 3배로 늘려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70.8%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3개로 OECD에서 높은 수준이지만, 실질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 수는 1.3개로 OECD 평균인 3.0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간호 인력도 태부족하다. 한국이 배출하는 간호사 수는 많다. 하지만 민간병원이 인력을 최소한으로 뽑는 만큼 일이 힘들어, 이직률이 매우 높다. 경력을 단절하는 이도 많다. 예를 들어 삼성병원의 경우 입사 1년 후 이직률이 40%가 넘는다고 안다.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간호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실질 간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감염병 전문의도 부족하다. 더 뽑아야 한다.

프레시안 : 전문의 등은 결국 인센티브를 더 늘려야 늘어날 수 있지 않나?

우석균 : 아니다. 인센티브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 애초 감염병 전공자를 병원이 별로 뽑지 않으니 전공자가 부족하다. 늘어난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공자를 대폭 확충하면 그만큼 전문 인력이 늘어난다.

프레시안 : 특히 의료공공성 확충이 시급한 지역을 꼽자면?

우석균 : 광역시 중 대전, 광주, 울산에는 공공의료원이 없다. 당장 새로 지어야 한다. 의료공공성이 부족한 지자체에도 공공 의료 시설을 더 확충해야 한다. 대구가 그렇다.

대구가 보유한 공공병상이 450개였는데 이걸로 태부족했음이 입증됐다. 공공감염병전문병원을 새로 지어야 하고, 제2 대구의료원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최악의 참사로 남을 청도대남병원은 정부가 사들여 코로나 메모리얼 병원으로 새 출발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의 경우 오거돈 시장이 침례병원 공공화를 공약했으나,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전혀 이행하지 못했다. 서부경남 지역에도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해야 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민간 병원을 인수하면 공공시설 확충은 아주 빨리 마련될 수 있겠지만, 결국 돈이 문제 아닌가?

우석균 : 의료 폭발이 일어나면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마비되는지 이번 외국 사례를 보며 모두들 알았을 것이다. 전 세계가 한 달간 셧 다운한 결과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에 달하리라는 전망(알리안츠)까지 나왔다.

의료단체가 추산한 바로 공공병원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리고 국가 감염병전문병원을 짓기 위해 드는 돈은 20조 원에 못 미친다. 6개월간 투자하면 바로 하반기 2차 유행을 대비할 수 있다.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 ⓒ인터뷰이 제공

총선에 공공의료 강화 공약이 안 보인다

프레시안 : 이번 총선에서 거대정당이 내놓은 의료공약에 공공성 강화가 보이지 않는다.

우석균 : 미래통합당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이 시국에 건강보험기금화 등 완전한 의료민영화 가속화 정책을 공약으로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질본 지역본부 신설 △검역소 추가 설치 △의대정원 확대 △감염병전문병원 확충 정도가 있다. 구체적인 안이 부족하다. 의대정원을 사립대에 늘린다는 건지, 국공립대에 늘린다는 건지도 알기 어렵다.

오히려 여당은 이와 더불어 △제약의료기기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바이오클러스터 정책 강화 등 의료민영화 정책도 제시했다. 국민의당 역시 의료산업 관련 공약 정도를 내놨고, 민생당은 제시한 보건의료공약이 없다. 정부는 병원기술지주회사제 등 노골적인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암울하다.

프레시안 : 각 정당에 최소한으로 요구할 의료 공공성 강화 방안이 있다면?

우석균 : 3가지다. △공공감염병전문병원 신설 및 공공병상 확충 △필수 의료 기기의 국가 관리화 △필수 의료 인력 확충 및 훈련이다.

당장 각 정당이 공동으로 공약해야 내년 예산안에 포함할 수 있다. 각 정당이 코로나 위기를 말만 하지 말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한 구체적 고민을 제시해야 한다. 선거 공약을 보면, 과연 각 정당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교훈을 하나라도 얻었는지 궁금해진다.

프레시안 :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의료계는 물론, 온 사회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우석균 : 백신이 1년 반 안에 나온다고 가정한다면, 지금과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 때까지 유지하는 것 외에 뚜렷한 답이 없다. 섣불리 일상을 복구하려 해서는 새로운 유행 폭발만 앞당길 뿐이다.

일상을 복구하려면 모든 사회, 모든 체제가 일상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가능하게끔 변해야 한다. 모든 직장이 홀짝 근무제를 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고, 대중교통을 지금의 몇 배로 늘리고, 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식으로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노숙자 감염 문제 대응을 위해 놀고 있는 호텔을 정부가 임대해 그곳을 노숙자 시설로 내놨다. 이 정도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식의 정부 주도 대응으로 이 시국에 일자리를 잃는 이들의 생존 문제를 보전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질적으로 가능하게끔 대응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이런 고민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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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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