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정동영 아저씨 만나러 전주가요"
서울 서대문에 살고 있는 14살 준석이가 이른 아침부터 엄마를 조른다. 준석이 엄마 추준영(49) 씨는 준석이의 말이 뜬금없는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준석이 엄마는 망설임 없이 두 글자로만 짧게 대답했다. "그래"라고.
만 1살 때인 지난 2009년 3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가 터진 준석이는 정상인의 폐활량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픈 몸과 엄마를 이끌고 2일 전주로 나선 준석이와 준석 엄마는 전주에 도착해 민생당 정동영(전북 전주 병) 후보에게 연락을 했다. 준석이는 지난 해 국회에서 만난 정 후보의 목소리와 얼굴을 다시 가다듬어 본다.
"아저씨, 저 준석인데요. 오늘은 제가 아저씨를 꼭 응원하고 싶어 전주에 왔어요"라고 정 후보에게 의젓한 어리광을 부려본다.
준석이 전화를 받은 정 후보는 코 끝이 찡해졌다. 지난 해 7월 국회에서 만난 준석이였다. 몸도 성치 않은데, 그리고 '코로나19'로 더욱 더 건강을 챙겨야 할 준석이가 자신을 응원하러 왔다는 말에 순간 가슴이 먹먹해 진 것이다.
준석이와 약속을 했다. 선거운동 첫날이라 외부에 있기 때문에 전주역에서 만나기로 한 것. 정 후보가 이날 오후 익산을 들러 전주역에서 출정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약속 시간은 오후 5시. 유세차에 오르기 전 정 후보는 준석이부터 찾았다. 반갑게 주먹 인사를 나눴다. 여전히 숨을 쉬는 것이 편치 못한 준석이었지만, 정 후보를 향해 손가락 3개를 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해 그 어떤 누구보다도 관심을 갖고 특별법 제정 촉구와 피해자들의 눈물을 훔쳐 줬던 정 후보는 준석이와 이렇게 연을 맺은 사이다.
준석이는 말한다. "어린 제가 정동영 아저씨에게 얻은 기운과 용기로, 오늘 만큼은 아저씨가 힘이 불끈 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아저씨 화이팅!"
정 후보를 바라보던 준석이의 눈엔 조배숙 후보도 들어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해 정 후보와 함께 애써준 조 후보에게도 다가가 "아줌마도 화이팅! 힘내세요. 저는 아저씨랑 아줌마 같은 분들이 계속해서 우리같은 아이들에게 힘을 주시면 바랄게 없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숨이 좀 가파진 준석이는 엄마의 승용차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한다.
준석이 엄마 준영 씨는 "지난 해 국회를 찾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많은 정치인들에게 내밀었지만, 그 손길을 잡아준 사람은 정동영 의원과 조배숙 의원 밖에 없었다"면서 "항상 피해자들을 위해 귀를 기울여 준 이분들에게 인사라도 하고 싶어 전주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주에 오게 된 것은 오로지 아들 준석이 때문이었다"면서 "어린 아들이 미처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지 몰랐는데 준석이가 '정동영 아저씨, 그리고 조배숙 아줌마' 이야기를 했을 때 오히려 부끄럽고 죄송할 뿐이었다"고 준영 씨는 말을 이어갔다.
준영 씨는 "준석이가 오늘 정동영, 조배숙 의원님을 만나고 다시 힘을 얻어 가는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아들의 아픔을 품어준 두 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두 손을 모았다.
준영 씨는 유세에 바쁜 정동영 후보의 시간을 혹여 뺏앗을 새라 이별인사를 유세차에 새겨진 그의 얼굴에 대신한다.
"준석이 건강하게 잘 키울께요. 앞으로도 세상의 많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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