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으로 공천 파동 후폭풍을 잠재우는 듯했으나, 황교안 지도부에 대한 비판 역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천관리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세연 의원이 "최고위가 당헌·당규의 파괴자가 됐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김 의원은 27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당헌·당규에 따르면 '공천안의 작성 권한'은 공관위에 있고, 공천안에 대한 '의결권'과 '재의요구권'만 최고위에 주어져 있다"며 "그런데 최고위는 당헌·당규를 깨뜨리며 직접 공천안에 손을 댔다. 당헌·당규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최고위가 파괴자가 된 것"이라고 황교안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의원은 "다른 당내 구성원들에게 당헌·당규를 준수하도록 강제할 자격과 정당성을 최고위는 스스로 팽개쳤다"며 "양심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그 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다면 법치를 무시하는 우파 전체주의 세력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민주당 정권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다며 입만 열면 '문재인 정권 심판'을 외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대놓고 당헌·당규를 걸레조각 취급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정체성의 핵심인 법치주의를 이렇게 부정해도 되는가. 이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저버린 것"이라며 "(당이) 시민 자유를 마지막까지 지켜내는 공동체 수호자임을 포기하고 끼리끼리,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다 해도 되는 정상배 집단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 이상 더 이상 '보수'를 참칭하지 말라"고 격분을 토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이 진단은 이미 5개월 전 불출마 선언 당시의 진단과 같다. 다만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등장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공관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을 지금은 후회하게 되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17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생명력을 잃은 좀비같은 존재"인 당시 한국당은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고 했던 바 있다.
다만 김 의원은 "앞으로 좌우 극단의 전체주의 세력들이 우리 공동체에 가하는 위협과 폐해를 줄여 나가는 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면서도 "다가오는 4.15 총선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작년의 '당 해체' 주장 당시보다는 어조를 한풀 낮췄다.
그는 "어렵게 전진해 온 대한민국 정치사와 정당사를 수십년 퇴행시킨 안타까운 순간이라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남긴다"며 "최선의 노력을 한다고 했으나, 공관위의 활동과 결과가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훌륭한 후보들을 많이 모셨다고 자부한다"며 "부디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셔서 대한민국이 더 이상 흔들리는 것은 막아 달라"고 당부했다.
정병국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번 공관위가 해왔던 공천 과정을 보면 그래도 객관적이었고 과거 어떤 공관위보다도 특정인의 검은 손이 작동하지 않은 공관위였다"면서 "중간까지는 그야말로 황교안 대표가 말한 대로 어떤 (검은 손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는데, 왜 막판에 가서 몇 군데 문제제기를 하고, 또 당헌당규에도 (권한이) 없는 최고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함으로 인해 덤터기를 다 뒤집어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최고위 결정의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가 작동을 했다고 본다. 공천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는 결국 선거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한 측면들이 많이 있었고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무리수를 두게 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면서 "황 대표가 대표이기 때문에 대표로서 책임을 지셔야 된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선거에서 이기느냐 지느냐 하는 문제가 (황 대표의 책임론을) 판가름할 것"이라며 "이기면 그래도, 그런 무리수를 뒀더라도 이겼기 때문에 '이기는 선거를 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하면 그게 용인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그게 대표한테 책임이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도 "어젯밤 벌어진 당내 공천 내홍을 보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나 자신마저 내려놓았던 희생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었나 되돌아보기까지 했다"고 실망감을 토로했었다.
정 의원은 "참혹한 상황이었고 사기당한 심정이었다"면서 "어젯밤 공관위가 보여준 것은 무기력한 자의 무능함과 무책임이었고, 당 최고위가 보여준 것은 권력을 잡은 이의 사심과 야욕이었다"고 최고위와 공관위를 싸잡아 비판했다.
부산 진구갑에 공천을 받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도 그렇고 우리 당도 그렇고 공천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수가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실 시민들께 드릴 말씀이 없다. 저도 부끄럽기도 하다"며 "제가 생각할 때 판단은 공관위 한두 분 또는 최고위 한두 분, 이런 분들이 조금 잘못된 판단과 생각을 하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사심이 개입돼서 이런 혼란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해 정말 우리가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의왕·과천 지역구 후보로 '김형오 공관위'에 의해 후보로 선정됐다가, 최고위로부터 공천 무효 결정을 받아 후보직을 잃게 된 이윤정 예비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힘을 보여주기 위한 무리한 선택이었다고 보고, 황 대표 계파의 자기 사람 심기 포석이지 않을까 한다"며 "(청년 우선공천 지역인) '퓨처메이커' 지역이라는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선택을 하니까 결국 미래통합당은 '과거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꿔야 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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