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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평균 55.5세, 이런 정치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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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의원 평균 55.5세, 이런 정치는 망한다"

[인터뷰] 신지예 녹색당 전 서울시장 후보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 6.13 지방선거에서 탄생한 '스타 정치인' 중 하나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구호로 수십장의 선거 벽보가 훼손을 당하는 기록을 세우며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왜 필요한지 증명했다. 개표 결과 4위, 득표율 1.7%로 등수는 만족스럽지만 득표율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선거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0~30대 젊은 여성들과 청소년들의 마음 속 서울시장은 '신지예'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에 대해 그는 "개인적인 갈급증이 있었다"고 말한다.

"정치권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쏟아진 여성 문제에 대해 사실상 무반응이었다. 미투운동, 성평등 문제, 낙태죄 폐지 논란,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 등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데 국회로 가면 의원들은 못 한다고 하고,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가면 권한이 없다고 하고,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로 공을 돌리고. 이런 폭탄 돌리기 식 반응에 화가 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던 것처럼 "남성 정치인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것은 큰 부담 없이 격을 올리는 방법인데 여성 정치인이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일이라고 비판받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개인적으로는 1.7%라는 득표율이 "아쉽다"고 평가했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한국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 한 번 더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은 적잖은 성과로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과도한 기탁금 제도, TV토론 방식의 문제 등 선거법상의 '독소조항', 50%가 넘는 득표율로 전체 의석의 90% 이상을 싹쓸이하는 '승자독식' 방식의 의석 배분 방식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신지예, 고은영(제주도지사 후보) 두 젊은 여성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만으로 한국 정치의 후진성, 구태성을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었던 녹색당의 다음 목표는 "2020년 총선에서 원내 진출"이라고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중정당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향후 원내 진입을 못 한다면 정당의 가치와 효용성을 잃을 수 있다. 환경보호, 생명 공존, 풀뿌리 자치, 비폭력, 평화, 소수자 보호 등 현재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언제까지 녹색당의 것일 수는 없다."

이제 막 '대중 정치인'으로 첫발을 뗀 그는 "지금도 정치가 제 삶을, 제 주변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여전한 각오를 다진다. 정치인의 자질로 '공감능력'과 '체력'을 꼽으며 "그래서 (정치는) 빨리 젊었을 때 하고 그만둬야 한다"는 그의 말이 실현되는 날이 앞당겨질 수 있을까.

다음은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오늘공작소'에서 만난 신 전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신지예 녹색당 전 서울시장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신지예 "서울시장 4위? 아쉽다!"

프레시안 :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그리고 '신지예'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4위를 했다. 득표율 5%라는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신지예 : 악조건 속에서도 4위를 했다는 사실이 기쁘다. 유권자들에게 감사하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가 정확한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2016년 4.13 총선 녹색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서울 득표율 1.13%와 2018년 6.13 지방선거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득표율 1.7%를 비교했을 때 크게 선전한 것인가를 자문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쉽다. 전광판도 없는 1톤짜리 유세차량이 선거운동의 전부였다는 것이 아쉽고, 선거법상 TV토론에 참여하지 못해 유권자들과 접점이 적었다는 사실도 아쉽다. 그럼에도 이 악조건을 잘 뛰어넘어야….(웃음)

(신지예 녹색당 전 서울시장 후보는 득표율 1.7%(8만2874표)로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서울시장 후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김종민 정의당 전 서울시장 후보는 1.6%(8만1664표)로 5위, 김진숙 민중당 후보는 득표율 0.4%(2만2134표)로 6위를 했다. 편집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은 '리딩 메시지'다"

▲ 6.13 지방선거 포스터.
프레시안 :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선거 문구로 주목받았지만, 백래시(backlash,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도 있었던 것 같다.

신지예 : 개인적인 갈급증이 있었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제 또래뿐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에게 '정치가 바뀌면 당신의 일상도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정치권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쏟아진 여성 문제에 대해 사실상 무반응이었다. 미투운동, 성평등 문제, 낙태죄 폐지 논란,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 등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데 국회로 가면 의원들은 못 한다고 하고,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가면 권한이 없다고 하고,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로 공을 돌리고. 이런 폭탄 돌리기 식 반응에 화가 났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반 시민들의 백래시가 만만치 않았다. '일베'가 하는 식의 저급한 공격이 아니라, 한 남성 변호사가 '시건방지다'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반발했다. 다소 충격이었다.

프레시안 :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선거 문구가 2030대 여성 지지자를 결집하게 한 반면, 진보 성향의 남성 지지자마저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신지예 :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시선 차이 아닐까? 기술적으로 이미지를 잘 만들어 지지층을 넓혀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게 정치고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은 전자에만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선거 때면 정치의 가치는 사라진다.

남성 정치인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것은 큰 부담 없이 격을 올리는 방법이다. 그런데 여성 정치인이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일이라고 비판받는다. 일반적으로 여성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이미지가 있다. 말을 잘 들어야 하고, 부드러운 정치를 해야 하고, 모든 이들을 포용해야 하고 등. 아니면, 아예 남자보다 더 남자답게 싸우거나….(웃음)

프레시안 : 방송과 언론도 마찬가지다.

신지예 : 얼마 전 '십이한남' 관련 기사가 보도됐다. '십이한남'은 열두 종류의 남성 얼굴을 12시를 기점으로 시계방향으로 나열한 건데, 익명의 누리꾼이 남성 외모 비하용으로 만든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외모 조롱은 흔한 일 아닌가? 특히 '후방주의'(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경고)라며 비키니를 입은 여성 사진을 돌려보고 평가하는…. 남성들에게는 놀이 문화의 하나다.

(6월 21일 자 <중앙일보>는 '십이한남' 이미지와 함께 한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 상담을 기사화했다. 한 남성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너 1시"(1시 방향 얼굴 이미지와 닮았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해야 하는 게 맞을까요?"라고 묻자,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메갈'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는 것. 그러면서 "남혐·여혐 논쟁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로 전했다. 편집자)

'정치의 역할,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한국 사회가 더 나아갈 수 있게 '리딩'(leading)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는 '리딩 메시지'를 내려고 노력했다. 단순히 전략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지금 얼마나 필요한 이슈인지를 방증한 판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치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 나올 수 없다"

프레시안 :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신지예'와 '고은영'이라는 젊은 여성 대중 정치인을 만들었다. 제주도지사에 출마한 고은영 후보는 원희룡 후보(무소속), 문대림 후보(민주당)에 이어 득표율 3.53%로 3위를 차지했다.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신지예 : 그렇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결과 자체가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들이 뽑은 모의 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돼 너무 좋다. 젊은 정치인을 향한 젊은 유권자들의 열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녹색당이 앞으로 꽃피워갈 가치다. 물론 중장년층으로 가면 한국당이 녹색당을 이기겠지만….(웃음)

사실 선거 초반에는 지지율 여론조사에 잡히지도 않았다. 벽보 훼손 사건(6월 7일 기준 27개의 벽보가 훼손됐다) 이후 지지율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어서 후보를 못 내고, 돈이 없어서 선거공보물을 못 만들었다. 그래서 당이 녹색당과 사람 중 하나를 택한 것이다. 녹색당은 녹색당답게 당뿐만 아니라 사람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저도 그 힘을 많이 받아 완주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 신지혜 전 후보는 지난 6월 4일 트위터에 유세차량(가칭 '트럭이') 사진을 올리며 '만나기가 황금마티즈 급으로 어렵다'는 표현을 썼다. ⓒ신지예서울시장후보공식계정(@2018_jiyeah)

프레시안 : 신지예 전 후보와 고은영 전 후보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현재 선거제도는 젊은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 신인이 출마하기 어렵다.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데, 직접 느낀 점을 바탕으로 지적한다면?

신지예 : 사실 선거라는 것은 승패여부와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보면, 정치 세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문턱을 낮춰야 한다.

무엇보다 기탁금 제도가 가장 큰 독소조항이라고 생각한다. 광역단체장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5000만 원을 내야 하는데, 5000만 원을 기탁하면서 시장과 도지사 후보로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연령이 높고 정치 경험이 있어도 기탁금 5000만 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거공보물 제작도 공영선거라면, 후보 개인이 아닌 국가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는 12면 이내, 기초의원 후보자는 8면 이내로 작성할 수 있는데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다. 저는 2면짜리(1장) 선거공보물을 만들었는데, 그나마 1면은 꼭 표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담지 못했다. 2면짜리 선거공보물과 현수막 비용만 6000만 원이 들었다.(웃음)

(선거공보물 비용은 후보 득표율이 15% 이상일 경우 세금으로 전액 보전되지만, 10% 이상 15% 미만일 경우에는 절반, 10% 미만일 경우에는 보전 받지 못한다. 편집자)

TV토론 참여 문제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거대정당·소수정당 할 것 없이, 원내정당·원외정당 할 것 없이 TV토론과 같은 통로를 거쳐 후보 자신과 정책을 소개한 뒤 여론조사를 해 지지율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현행 선거법은 앞뒤가 바뀌었다. 지지율을 근거로 TV토론 참여가 결정된다. 정치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김진숙 민중당 후보, 인지연 대한애국당 후보, 우인철 우리미래 후보, 최태현 친박연대 후보와 함께 소수정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 비초청 TV토론에 참여했는데(6월 4일 오후 2시 방송), SNS를 중심으로 '여성 후보 또는 신지예 후보가 TV토론에 나오는 걸 보고 싶다'는 해시태그 운동이 있어 선관위가 울며 겨자 먹기로 만든 자리였다. 그런데 초청 TV토론과 비초청 TV토론의 주제와 진행방식이 달랐다. 서울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분야인 미세먼지가 빠지고 재활용 폐기물 대책을 토론하라고 한다거나, 후보 간 자유토론 시간도 없는 주제에 맞춘 발표문을 낭독하는 식이었다. 선관위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제82조2)에 따르면 △국회에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 △직전 대통령선거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 시·도의원 선거 등에서 전국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3(지지율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 △ 공식 선거운동 기간 개시일 30일 전부터 선거운동 기간 개시일 직전 일까지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한 지지율이 100분의 5(지지율 5%) 이상을 확보한 후보만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TV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다. 편집자)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이 사표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될까 봐 박원순 후보를 찍었다'는 유권자들도 꽤 있다. 한국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는데,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팔 걷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신지예 전 후보의 TV토론 모습. 국회방송 갈무리.

"한국당, 지금이 기회다. 같이 하자"

프레시안 : 선거제도 개혁, 같이 하자는 제안인가. 가능할까?(웃음)

신지예 : 본인들을 위해서라도, 또 한국당을 위해서라도 지금이 기회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한국당에게도 이득이다. 바른미래당, 정의당, 녹색당, 민중당 등 야당 모두가 합심할 수 있는 의제다. 한국당에 제안한다. 선거제도 개혁, 같이 손잡고 해보면 어떨까?

프레시안 : 민주당과 한국당이 거대정당에 유리한 '2인 선거구제'를 고수했지만, 한국당 입장에서는 부메랑이 된 것 같다. 만약 한국당이 민주당과 손잡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에서 지방의회 의석을 더 많이 얻었을 수도 있다.


신지예 : 한국당이 지금처럼 민주당과 도모한다면, 소멸할 것이다. 본인들이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른다면, 2020년 총선 때는 이번 선거보다 더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페미니즘 정치는 이제 시작됐다!"

프레시안 : '정치인 신지예'가 아닌 '그냥 신지예'가 궁금하다.

신지예 : 중학교 입학 후 머리 길이와 속옷 색깔까지 명시되어 있는 가정통신문을 받고 충격받았다. 청소년이 됐는데 오히려 억압받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노컷운동' 문화제를 기획하는 등 두발 규제 폐지 및 청소년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 교육청은 두발 규제를 학교의 자율에 맡기겠다며 학교-학부모-학생이 같이 교칙을 정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데, 회의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학교에 민주주의 정신이 없는데, 어떻게 회의가 민주적으로 이뤄지겠는가. 이에 한계를 느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리고는 서울 영등포에 있는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에서 공부하며 사회에 나가 할 수 있는 일을 배웠다. 졸업 후 청소년 진로허브인 '하자센터'에서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이야꾼의 책공연' 스타팅 멤버로 참여해 4년 동안 일했다. 당시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한계가 있었다.

2013년 '지금 우리가 행복한 일들을 동료와 가족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목표로 '오늘공작소'를 만들었다. 첫 프로젝트로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감을 찾아 필요로 하는 만큼만 버는 일명 '50만원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아이디어를 계속 실험하며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했다. 청년들이 새로운 일감을 만들 수 있도록 기술과 인문학 워크숍도 진행했다.

적게 벌고 적게 쓰기 위해서는 월세를 줄이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서 2014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40년 전 지어진 공영주택단지 부흥주택을 저렴하게 빌려 재생한 뒤 재임대하는 '부흥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목공을 배워 직접 수리하면 네 채를 재생했다. 청년 주거 문제의 한 사례로 조명도 받았다. 그런데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평생을 그곳에서 산 집주인마저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적법한 일'이라고는 하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당시가 2016년 4.13 총선을 앞둔 때였다. 그래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를 결심했다. 지금도 정치가 제 삶을, 제 주변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힘든 일이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저는 낙심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 페미니스트 정치의 시작점은 제로가 아니라 1.7%이기 때문이다. 결국 페미니스트가 승리할 것이다"라는 낙선 소감 글과 뛰어가는 여성 이미지를 곁들인 "페미니즘 정치는 이제 시작됐다!"라는 낙선 현수막도 화제다. '녹색당'과 '신지예'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신지예 : 2020년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중정당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향후 원내 진입을 못 한다면 정당의 가치와 효용성을 잃을 수 있다. 환경보호, 생명 공존, 풀뿌리 자치, 비폭력, 평화, 소수자 보호 등 현재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언제까지 녹색당의 것일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 원내 진입뿐 아니라 교섭단체까지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나뿐 아니라, 고은영 후보도 더 나서야 한다. 2020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좋은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그동안 비어있던 홍보 분야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자원을 바탕으로 해 볼만한 실험이라고 본다.

정치인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감정적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현장을 찾아 같이 분노하고 그 힘으로 변화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그러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빨리 젊었을 때 하고 그만둬야 한다. 20대 국회의원 평균 나이가 55.5세로 역대 최고령이라고 하던데, 이런 국회는 곧 망할 것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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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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