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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끝난 한명숙, '말바꾸기'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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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허니문' 끝난 한명숙, '말바꾸기' 도마에

與 한미FTA 집중공격…지지자들도 "못 믿겠다" 의심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당대표 취임 한 달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국무총리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에 민형사상 대응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고,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게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했던 일이 다시 거론되면서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여당은 13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한 대표의 이같은 과거 전력을 거론하며 본격적인 공세를 펼쳤다. 트위터 등에서도 같은 내용이 며칠 전부터 확산되면서 "한미 FTA 폐기"까지 얘기하는 한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일 부결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제 역시 원칙적으로는 김진표 원내지도부의 책임이지만, 한 대표가 한꺼번에 여론의 비난을 받는 분위기다. 원내대표는 현역 의원들의 투표로 의해 선출되는 자리이며 엄연히 임기가 정해져 있어 한 대표 권한 밖의 일이지만, 온라인에서 '김진표 퇴출' 운동을 벌이는 이들은 두 사람을 한꺼번에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한명숙 총리, FTA 반대 시위에 '민형사상 대응' 으름장"

▲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여당 내 한미 FTA '전도사'로 불리는 정옥임 의원은 이날 한명숙 대표를 향한 총공세를 폈다.

한 대표에 대한 비판의 근거는 한 대표가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였다는 데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주관하는 집회를 대부분 금지시켰고, 불법 시위를 강행하면 민형사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한미 FTA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금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 모든 일이 한명숙 대표의 총리시절 벌어진 일이었다.

한 총리 주재로 열린 '불법·폭력시위 관계장관회의'의 이같은 결론을 정리했던 2006년 기사가 지난 며칠 동안 트위터에서 새삼스럽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여론을 감지한 듯, 박근혜 위원장도 바로 이 대목을 지적하며 "(노무현 정부가) 'FTA는 좋은 것이고 하지 않으면 나라의 앞날이 어렵다'며 시위도 제지하면서 추진해왔고 그걸 이 정부 와서 마무리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정옥임 의원도 "(민주당이)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10개 중 자동차 분야를 뺀 9개 조항은 노무현 정부때 합의된 그대로"라며 "그땐 잘 몰라서 독소조항을 자그마치 9개나 만들었다면 책임지고 정치판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야 말로 민주통합당"이라고 몰아 세웠다.

정 의원은 "최근 민주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 앞으로 보낸 서한의 초안 작성자는 바로 한명숙 총리가 불법시위를 했다고 지목했던 한미 FTA 범국본 정책위원장 출신"이라는 사실까지 들추며 흠집내기에 열을 올렸다.

사람들이 "한미 FTA 폐기" 민주당 말을 못 믿는 까닭은?

이명박 정부에서 재협상을 통해 이익균형이 달라졌다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해명이지만, 민주통합당 내부의 한미 FTA에 대한 속내는 다양하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옛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의해 날치기 통과되기 전에도, 여당과 합의를 시도하는 김진표 원내대표에 동의하는 '협상파'와 절대 비준은 안 된다고 맞서는 '강경파'가 당내에서 크게 격돌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민주통합당에서 참여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공개적으로 반성하는 목소리를 찾기는 힘들다. 대다수 의원들의 반대 논리 역시 "이익균형이 깨졌다"일 뿐이다. "한미 FTA 추진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주장은 극소수다.

관료 출신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이후에도 "틀어진 이익균형을 다시 맞추면 될 일이지 폐기는 너무 나갔다"고 '당론'과 다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5년 전 일을 다시 되새김질하는 이들이 "'한미 FTA 재협상이 안 될 경우 19대 국회 또는 정권교체 후 폐기하겠다'는 민주당을 믿을 수 없다"고 얘기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정옥임 의원 역시 "'그땐 잘 몰랐다'는 모 정치인의 궁색한 변명은, 몰랐다고 반성이라도 했으니 차라리 나은 편"이라며 "한명숙 대표도 총리 때는 잘 몰랐냐"고 비꼬았다. 정 의원은 "대한민국이 구멍가게도 아닌데 모르고 정책을 폈다는 변명도 그렇거니와 이제 와서 참회록 한 줄도 없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어야 하냐"고 따져 물었다.

트위터에선 '언팔' 운동, 親野 인사들도 "답답하다" 맹비난

한 대표가 코너에 몰린 것은 한미 FTA 전력 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 트위터 공간에서 벌어진 '한명숙 언팔 운동'의 배경은 석패율제 합의였다. 한명숙 대표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했던 사람들이 다시 이를 취소하는 '언팔로우'을 통해 불만을 표출했던 이 '직접 행동'은 총선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진보정당과의 야권연대를 앞두고 진보정당이 거부하고 있는 석패율제 도입을 민주통합당이 추진하는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운동 역시 "야권연대에 대한 민주당의 속내를 믿을 수 없다"는 우려에서 시작된 셈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공격을 제외하고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대부분 친야권 성향의 인사들 사이에서 나온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지난 9일 부결된 이후, 민주통합당의 능력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조국 서울대 교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게서 가장 강하게 터져 나왔다.

따지고 보면, 석패율제 도입이나 조용환 후보자 선출 무산은 원내대책의 범주에 든다. 즉 김진표 원내대표의 책임인 것이다. 그러나 당의 최고 수장은 한 대표라는 점에서 한 대표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별도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김진표 '퇴출(OUT)' 서명을 벌이고 있는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 우석훈 박사, 서해성 교수, 한홍구 교수 등은 "지도부 경선 직후 과감한 개혁을 외쳤던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체제는 환골탈태는커녕 민주당의 '엑스맨'을 대표하는 김진표 원내대표 유임과 민주당의 강령과 정강정책에 반대되는 내부 공천심사위원을 임명해 국민들의 경제민주화 염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이 한명숙 대표에게까지 '전이'되는 데는 한 대표의 인사 역시 한 몫을 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임종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기용한 데서 시작해 18대 국회 최대 권력집단이었고 정세균 대표 체제에서 당의 주요 요직을 다 장악했던 486(40대, 80년대학번, 6월항쟁 세대)을 다시 중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이인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직인선 과정, 공천심사위원 선정과정의 문제점, 한미 FTA 후속 대응 문제, 석패율제 논란 문제, 조용환 후보자 부결로 불거진 원내대책 문제, 남아 있는 야권연대 문제 등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답답해하고 지지자들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가 진짜 허니문을 끝내고 이런 지지자들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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