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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국민 눈으로 보면…

[금태섭 칼럼]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해법(2)

지난번 글(☞바로가기)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의 초점이 빗나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즉 수사권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검찰과 경찰 중 누가 수사권을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한 논의는 없고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어느 범위까지 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면 수사권 자체를 누가,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수사권 문제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먼저 필자의 의견을 결론적으로 밝힌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는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 경찰에서 전적으로 담당한다.
둘째,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폐기하고(즉 중수부를 비롯한 특별수사 부서는 모두 폐지하고 형사부의 인지수사 기능도 없애고), 검찰은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에 대한 2차적, 보충적 수사만을 한다.
셋째, 경찰이 범죄와 관련해서 하는 권한행사는, 그것이 내사이든 수사이든 전부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는 차차 자세히 밝히겠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알기 쉽게 그림을 통해서 현재 수사권이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지,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어떤 구상이 있었는지, 그리고 수사권 자체를 조정하면 어떻게 되는지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글은 논문이 아니고 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한 모든 쟁점을 열거하거나 그에 대한 논박을 빠짐없이 열거하지도 않는다. 검찰과 경찰에서 주장된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고 대체적인 방향을 제시해보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그러한 전제에서 보면 수사권 조정 문제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 현재의 상황

처리하는 사건의 숫자, 수사 인력 등 형식적인 면만 봤을 때 경찰과 검찰은 (그림1)과 같이 수사권을 나누어서 행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상적인 범죄 사건은 경찰이 수사한다. 음주운전, 단순 폭행 등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건들은 물론 살인, 강도, 성폭력 등 강력사건도 거의 모두 경찰의 손을 거친다. 수사 인력의 수로 보더라도 경찰과 검찰의 비중은 10:1 정도로 봐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검찰은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경우가 많다. 고위 공직자의 뇌물 사건, 재벌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대형 경제사건 등은 대부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등 검찰에서 인지수사를 한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체감하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행사 비중의 차이는 숫자로 보는 것만큼 크지 않다. 더구나 검찰은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대해서 수사지휘를 한다.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건은 한건도 없다. 모두 검찰로 송치해야 하고 지휘를 받아야 한다. 결국 훨씬 적은 인력과 사건 수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림2)처럼 실질적으로 거의 경찰과 비슷한 정도의 수사권을 행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사절차에서 검찰이 행사하는 권한은 수사권만이 아니다. 검찰은 기소권한을 독점하며, 재판에 관여하고,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형을 집행한다. 이러한 모든 권한을 종합해보면 검찰은 형사 사법에 있어서 실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경찰과 비교할 때 절대적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림3)이 그러한 현재의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2.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기존의 논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시작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위에서 본 것과 같이 강력한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에서인지 검찰의 직접적 수사권이 아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축소하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었다(물론 중수부 폐지론 등도 주장되기는 했으나, 이것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 논의된 것이 아니라 별도의 검찰 개혁 과제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수부로 대표되는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자는 주장은 부정부패 척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반박에 부딪히기 쉽다는 점, 그리고 오랜 기간 검찰에 눌려온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고 싶다는 염원을 실현하고 싶어 한 것 등이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수사권 조정은 중대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즉 수사지휘권을 폐지 혹은 축소하는 만큼 검찰의 권한은 줄겠지만, 바로 그만큼 경찰의 권한은 강력해지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국가기관이 행사하는 권력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고 행사의 주체만 달라지는 것이다.

만일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전면적으로 폐지한다면 (그림4)와 같이 된다(물론 현재 경찰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은 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는 논의의 편의를 위해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본 것이다).



(그림4)를 현재의 상황을 나타낸 (그림3)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검찰의 권한은 일부 줄어들지만, 그동안 검찰의 통제를(수사지휘를) 받던 경찰의 수사권은 훨씬 강력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지점이 바로 검찰이 수사권 조정 논의에 반대하는 논거가 된다. 즉 우리나라 경찰은 대부분의 외국의 경우와 달리 지역화, 분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단일조직으로 되어 있다. 15만 명의 경찰이 하나의 지휘체계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이 통제받지 않고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할 때 만일 권한의 남용이 이루어지게 되면 정말 커다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 흔히 나오는 말 중에 '경찰 파쇼보다는 검찰 파쇼가 그나마 낫다.'는 말이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물리적인 힘으로 볼 때 검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경찰조직이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것보다는 검찰이 수사에 관한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는 것이다(이런 말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에 나온 말이기도 하다). 검찰이 수사지휘권의 유지를 주장하면서 '인권보호'를 그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강력한 경찰 조직을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의 수사권 조정 논의는 커다란 진전이 없이 지지부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수사권 자체의 조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검찰의 지나치게 강한 권한을 축소하는 동시에 경찰의 권한 남용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사권 자체의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5)가 바로 그러한 조정이 이루어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5)에서 검찰은 직접 수사권을 갖지 않는다. 즉 권한이 상당히 축소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경찰이 권한을 남용할 우려도 크지 않다.

앞에서 본 것처럼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경찰은 '견제'의 논리를 내세운다. 검찰과 경찰이 각각 수사를 함으로써 서로 견제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물론 순수한 의도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고 믿지만, 검찰의 막강한 권한이 남용될 때 일어나는 부작용을 여러 차례 목격한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경찰마저 검찰처럼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소식은 별로 반가운 것이 아니다. 양쪽 기관 모두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식이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검찰의 논리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모순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경찰을 통제하지 않으면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하면서도 검찰 스스로는 아무런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과거 검찰은 직접 음주단속까지 벌인 일도 있다. 법적으로는 지금도 검찰이 직접 음주단속을 할 수 있다. 경찰이 음주단속을 할 때는 지휘를 받아야 하는데, 왜 검찰이 할 때는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검찰의 답변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수사권은 국가 권력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이다.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크고 통제 필요성이 가장 절실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수사에 관한 권한을 직접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으로 나누어서 각각 경찰과 검찰에 배분하면 자연히 양 기관 사이에 견제가 이루어진다. 경찰은 명실상부한 수사기관으로서 자리를 잡게 되지만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것이고, 검찰은 경찰이 하는 모든 수사(내사 포함) 활동을 지휘하지만 직접 수사권을 발동하지 못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이 수사에 관한 권력을 통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회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수사권의 조정이 이루어지면 우리 경찰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권력기관이 수사기관을 장악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설명하고, 검찰이 행사하게 될 보충적 수사권의 범위 등 그 밖에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보려고 한다.

수사권 조정 논의가 가장 뜨거울 때 경찰이 내세운 구호는, "비리 검사에 대한 수사권만 넘겨주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나머지 쟁점은 검찰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검찰은 검사의 인권도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국민들의 심정적 지지를 얻지는 못 했다. 위에서 본 수사권 자체의 조정 방식을 채택하면 이 문제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음 회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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