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 전쟁의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일관된 입장이 있다"며 "어떤 나라든 외국에서 군대 주둔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에 그 역사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남북 간, 북미 간, 한미 간의 협상을 통해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정전협정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진작에 했어야 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당시 정전협정 체결자로서 우리는 응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에 재고가 필요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의 분명한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당국자는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해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따라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한중 간 사드로 인해 깊어진 감정의 골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드"라면서 "북핵 문제가 진전을 거두고 있는데, 사드 문제가 더 부각되면 양국 국민 감정에 더 많은 상처를 입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가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북한 핵‧미사일 해결에 따라서 한 가지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바로 한국에서 더 이상 사드가 필요한지 문제"라며 "핵 문제가 어떤 단계에 이르면 사드가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이라는 명분으로 배치된 만큼, 북한의 비핵화로 인해 전제가 사라질 경우 사드가 남아있을 논리적 이유가 없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에 북한의 비핵화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왔다고 보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 당국자는 "(북한 비핵화는) 시작단계인 것 같다"며 "비핵화는 동결, 신고, 검증, 폐기, 재검증, 그리고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단계를 나눌 수 있는데 지금 (북한이) 하고 있는 것은 동결단계에 있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한미 양국이 오는 8월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그는 "우리는 예전부터 '쌍중단'(雙中斷,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을 제의했다. 군사 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며 환영 의사를 표했다.
다만 그는 "많은 사람들이 '쌍중단'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홍보하는 것은 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 보수 세력이나 한국 측에서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당국자는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북중관계가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한국의 노력으로 북한이 비핵화 입장을 밝혔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이러한 배경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북한은 일의고행(一意孤行, 남의 말을 안듣고 자기 고집대로) 식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해왔다. 올해 초부터 북한 측은 한국 측 노력으로 비핵화 입장을 재천명했고 비핵화 협상 궤도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3번 방문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배경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과거 몇 년 동안 중국과 북한 측은 비핵화 문제에서 큰 이견을 가졌다. 북한 측은 핵을 굳이 개발하려 하고 중국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다"며 "북한 측의 두 가지 큰 변화는 첫 번째는 비핵화 목표에 돌아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다시 각 당사국과 대화와 협상을 할 용의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 당사국에는 당연히 중국도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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