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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방치? 靑 "직권취소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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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방치? 靑 "직권취소 불가능"

양승태 사법부 '흥정 판결' 근거로 책임 회피

청와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판정을 직권 취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을 이유로 들었지만, 대법원의 가처분 관련 판결은 전교조를 노조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판단이 아닌 데다가 최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 사례에 포함돼 있기까지 했다. 전교조는 물론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해고자 문제에 대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와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것을 바꾸려면 본안사건을 다루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아보는 것과, 노동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방법 2가지밖에 없다"며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현재 정부의 입장은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홍영표·이정미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라며 "이 법률이 국회에서 합의를 통해 처리되면 정부로서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8개 중 국내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비준하지 못하고 있는 4개에도 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지난해 9월 4일 문 대통령이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 접견시 "국제 노동기준에 맞게 국내 노동법을 정비하는 문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김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전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교조 지도부를 면담한 자리에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직권 취소 검토를 시사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한 해명 성격이었다.

김 장관은 전날 오후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조창익 위원장 등 전교조 지도부를 만났고, 조 위원장이 "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반적 해석이다. 당장 직권취소 입장을 밝혀주시면 좋지만 안 되면 늦어도 이달 안에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하도록 일정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장관 법률자문단 소속 변호사들에게 자문받고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법률 자문을 받겠다는 것은 직권 취소 조처를 검토하겠다는 뜻으냐'는 취지의 물음에 "법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며 "여러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이 발언이 '직권취소 검토'로 보도되자,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김 장관의 진의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직권 취소는 쉽지 않은 방식인 점 등을 고려해 법률 검토와 함께 가장 적절한 방식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김 장관의 발언 바로 다음날 청와대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아버림에 따라, 전교조와 시민사회는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든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대법원의 지난 2015년 6월 3일 판결은,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는 노조 자격이 없다며 '법외노조'임을 통보한 데 대해 전교조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단이었다. 당시 1심과 2심은 전교조의 효력정지 가처분 주장을 인용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해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놓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이른바 '사법 흥정'을 벌인 16개 판결 사례 가운데 포함돼 있고, 전교조는 판결 무효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과 별개로, 전교조가 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은 현재 2심까지는 전교조가 패소했고 대법원에서는 무려 2년 3개월째 계류 중(2016.4.1. 대법원 2부 배당)이다. 이 소송이 바로 김 대변인이 '본안사건'이라고 언급한 내용이다.

설사 법원 판결이 '사법 농단'의 결과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판단이라 해도, 대법원의 가처분 청구 기각 취지 결정이나 '본안사건'에서의 원고 패소 판결은 정부(노동부)의 행정조치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뜻일 뿐 전교조의 노조 자격 여부를 직접적으로 다투는 성격의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스스로 행정조치를 철회하기만 하면, 대법원 판단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5년 5월 28일, 법외노조 통보 조치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해직 교원에 대한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며 합헌 결정을 하면서도 "교원이 아닌 사람이 교원노조에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법외노조로 할 것인지 여부는 행정당국의 재량적 판단"이라고 했다. 법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지만, 이 법을 적용할지 여부는 행정부(노동부)의 재량에 맡길 수 있다는 취지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둔 4월 20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에 보낸 정책질의 답변에서 "임기 초반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청와대 입장은, 20대 국회 하반기원구성조차 못 하고 있는 여의도 상황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원론적이거나 무책임하기까지 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9월 방한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을 접견 중인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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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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