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론을 펴고 있는 가운데, 야당인 민주당 하원의원 15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직접 대화 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현실적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민주당 로 칸나 의원(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의원 15명은 1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우리는 70년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2가지 목표를 위해 북한과 직접 외교를 추구해온 대통령의 노력에 고무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의원들은 "완전하고 즉각적(full and immediate) 비핵화 주장 등의 비현실적인 요구로 대화의 한계선을 제약함으로써 진전을 방해하려는 자들이 있음에 우려한다"며 이같은 시도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부와 외부에서" 모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겨냥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내의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공화당 매파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자당(민주당) 소속 인사들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더 힐>은 실제로 이 공개서한은 민주당 척 슈머 의원(뉴욕) 등 상원의원 7명이 트럼프 행정부에 '5대 대북정책 원칙'을 제시한 데 대한 "반박(rebuttal)"이라고 보도했다. 슈머 의원 등은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생산 중단 △핵실험장과 핵시설 등의 영구 해체 △탄도미사일 시험 전면 중단 및 해체 외에도 △핵·생화학 무기 해체까지 요구하며 이같은 원칙이 없는 합의는 "나쁜 합의"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반면 칸나 의원 등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계적(phased) 비핵화"를 향한 "더 많은 진전"을 촉구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칸나 의원 등은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긍정적 조치는 68년간 계속된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낸다는(종전) 합의, 한미 연합군의 '참수작전' 훈련 중단, 인도적 지원, 의회 차원의 대화, 남북한 및 북한-미국의 이산가족 상봉,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등"이라며 "우리는 북미 회담에서 도출된 어떤 성과라도 지지하기 위해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만약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없다고 할지라도 절대 군사 행동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이들은 "대화가 차질을 빚거나 실패하는 불행한 경우에도, 미국 헌법이나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에게는 북한을 공격(strike)할 권리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반드시 상기시켜드린다"며 "대화가 깨졌을 경우에, 지난 수십 년간 소련과, 그리고 수년 간 북한과의 핵전쟁을 성공적으로 억지해온 미국의 억지력만이 대통령에게 헌법적으로 부여된 유일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칸나 의원 등의 주장은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대북정책, 나아가 외교정책 원칙을 되살린 것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미국 민주당 정치인 또는 민주당 지지층 등 진보적인 인사들 사이에서도 비판론과 회의론이 대두된 것은 전통적 민주당의 전통과 가치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6일 <뉴욕타임스>에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 해결 노력에 유치하게(childish) 저항하고 있다'는 제목의 비판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슬프게도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과의 평화 과정을 지지하는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존 볼턴과 같은 편에 서서 평화를 뒤엎으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 칼럼의 요지였다. (☞관련 기사 : "트럼프-김정은 회담 실패를 원해? 유치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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