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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특집] 뒤집힌 전차에서 부하 구하고 산화한 권영주 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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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특집] 뒤집힌 전차에서 부하 구하고 산화한 권영주 중위

지난 1980년 2월 전차 사고에서, 육군학생군사학교 내 첫 동상 건립

6일 현충일을 앞두고 전국에서 추모 분위기가 가득하다. 전국에 흩어졌던 국가 유공자 가족들은 가까운 현충원을 찾아 고인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의 마음을 눈물로 대신한다.

이들의 그리움의 아픔을 알기는 하는지 현충원에는 숱한 사연의 전몰장병과 순국선열이 무심히 잠들어 있다. 그 중에 한 명. 충남대학교 졸업생들의 기억에 깊이 새겨진 호국인물이 있다.

1980년 2월, 전차부대 소대장으로서 훈련에 임하다 산화한 권영주 중위. 1955년 10월 전북 무주군 설천면 심곡리에서 태어난 권 중위는 대전고 졸업 후, 1975년 충남대 공과대학에 입학했다. ROTC(학생군사교육단)에서 장교로서 갖춰야 할 애국심과 책임감, 사명감 등 교육에 성실히 임했다.

이후 권 중위는 1979년 학군 제17기로 임관했고, 제3군단 2전차대대 1중대 소대장 보직을 받아 대한민국 육군 소위로서 군에 발을 디뎠다.

그의 소대장 시절은 보람 있었다.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의 길도 좋았지만, 소대원들을 이끌고 그들과 동고동락 하는, 학창시절 꿈꿨던 야전에서 훈련하며 땀 흘리는 군 간부로서의 삶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했기에 남다른 책임감과 탁월한 능력으로 부대장의 신임과 부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임관 후 1년이 가까울 무렵,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1980년 2월 9일 새벽, 동계 전투 사격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부대 복귀를 명 받은 권 중위는 주둔지까지 훈련을 겸해 적외선 밀폐조종으로 전차를 이동시키고 있었다.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새벽 3시40분경, 전차는 좁은 교량을 건너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조종수의 진로판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때였다. ‘꽝’.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전차는 기울면서 3.2m 아래의 강으로 추락해 전복되고 말았다. 조종수의 판단 실수로 좁은 교량을 벗어나지 못한 채 다리 난간을 들이받은 것이다.

순간 전차 내부는 전기가 끊기면서 암흑으로 변했고, 과열된 배기통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동시에 유독가스가 전차 내부에 퍼지기 시작했다. 포수와 탄약수 등 부하병사 4명이 기절하거나 다친 상황에서 권 중위는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쳤다.

호흡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병사들을 모두 해치 밖으로 내보냈다. 마지막 병사를 밖으로 밀어내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고 부모님과 사랑하는 이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사고 처리반이 도착했을 때, 권 중위는 연기에 질식된 채 불에 타 숨져 있었다. 그의 나이 25세. 꽃다운 나이에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오직 부하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화염에 휩싸여 산화했다. 군인으로서 그 어떤 전투와도 비교할 만큼 장렬히 최후를 마쳤다.

정부는 권영주 중위의 군인정신과 살신성인 정신을 기려 소위에서 중위로 1계급 특진과 함께 보국훈장 삼일장을 추서했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처음으로 추모공원 내 권 중위 동상을 세워 후배 장교들의 귀감으로 삼았다.

충남대는 지난 1990년 권 중위의 추모 동상을 학군단 내에 건립한 이래 매년 추모식을 거행해 희생정신과 군인정신을 기리고 있다.

올해 역시 세월이 흘러도 기억 속에 살아 있는 권 중위를 위해 유족과 학군단 장병 및 대학관계자 등 200여명이 지난 1일 학군단 연병장에서 제38주기 추모행사를 가졌다.

충남대 오덕성 총장은 이날 추모사를 통해 “권영주 중위의 고귀한 희생정신은 38년이 지난 2018년의 오늘,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며 “조국의 안녕과 한반도의 평화에 이를 수 있도록 살신성인한 권영주 중위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스스로가 뜻을 바로하고 의지를 다지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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