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내부 갈등설을 봉합하는 데 진땀을 뺐다. 김의겸 대변인은 1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와 연결된다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소득 하위 10%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서 허드렛일조차 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하위 10%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의겸 대변인은 "소득 하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90%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다"며 "문 대통령께서는 무직, 영세 자영업자 등 최저임금이 올라도 근로 소득에서 배제된 하위 10% 사람들에 대한 특별 대책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국가 재정 전략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상반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어든다면,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감소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고용이 늘어난다'는 문 대통령 발언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반대로 회의 마무리 발언에선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것은 (최저임금 인상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청와대, 내년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할까?
최저임금 문제를 둘러싼 이같은 혼선은 지난 5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가계 소득 동향 점검회의'에서 '개혁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통 보수 관료파'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격론으로 표출된 바 있다. 청와대는 전날 국가 재정 전략 회의에서 보고된 '최저임금 관련 통계'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일부 언론은 문 대통령이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 "당론으로 정하고 공약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간다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안 좋으면 못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에 브레이크를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김의겸 대변인은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표현은 없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국회가 최근 통과시킨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발언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와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최저임금 제도를 엄청 후퇴시킨 것처럼 (노동계가 비판)하는데, 최저임금법 개정은 왜곡된 임금 구조를 정비하는 것이다. 그런 정비를 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계속 올리려면 감당할 수 있겠나. 최저임금법 취지에 맞지 않게 최저임금 제도가 적용되면 곤란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김의겸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동연 부총리 패싱'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경제 전반에 대한 권한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뒀기 때문에 경제 부총리를 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김동연 부총리가 경제 전반에 대한 컨트롤타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장하성 정책실장으로 대변되는 '개혁파'의 손을 들 것인지, 김동연 경제부총리로 대변되는 '정통 보수 관료파'의 손을 들 것인지를 알게끔 하는 바로미터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지키려면 최소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청와대가 내년도 최저임금 또한 두 자릿수로 인상하는 데 동의하냐는 질문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은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결정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정부로서의 의견을 개진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동계의 불참 속에 정부와 경영계의 합의만으로 '반쪽짜리'로 결정될 확률이 높다. 민주노총은 정기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줬다 뺏는 최저임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발해 노사정위원회는 물론이고 최저임금위원회에도 불참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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