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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동부의 최저임금 영향률이 기가 막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데이터 마사지 上

결국 이 정부도 그랬다. 자신에게 유리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이리저리 마사지해서 원하는 수치를 만들어낸다. 골프 타수가 어떻고, 선물 거래지수가 어떻고, 경마장 승률이 어떻고 … 돈 많은 이들이 돈질하는 데이터 마사지라면 <인사이드 경제>가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 등쳐먹는데 이용되는 거라면 얘기가 다르다.

백분율의 백분율? 이런 비교법이 어디 있나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날(5월 29일), 고용노동부 이성기 차관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정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실무자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온 자료가 배포되었다. 기자들을 통해 설명자료를 보면 고용노동부의 노골적인 데이터 마사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우선 이번 산입범위 개편으로 최저임금 영향률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부터 살펴보자. 최저임금 영향률이란 최저임금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상 노동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는 노동자의 비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래 설명 내용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영향률이 21.6%에서 19.7%로 변화했는데 9%가 줄어든다니? 눈을 씻고 봐도 영향률은 1.9% 감소, 아니 정확히 말하면 1.9%p가 줄어들었는데 말이다. 위 자료에 나온 9%는 뭘까? 놀라지 마시라. 여기서부터 놀라운 마사지가 시작되니까 말이다.

그건 21.6과 19.7이라는 숫자 2개를 비교했을 때 나오는 수치이다. 19.7 ÷ 21.6 ≒ 0.912가 된다. 즉 19.7은 21.6의 91.2%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러니 21.6에서 19.7로 숫자가 줄었다면 8.8%, 약 9%가 줄었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런 계산법은 단순한 숫자 혹은 개체 수 비교에나 써먹는 것이지, 지금처럼 영향률 즉 이미 백분율(%)로 표현된 수치 비교에는 적절치 않다. 백분율(%)의 백분율(%)을 계산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백분율의 증감을 의미하는 퍼센트 포인트(%p)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p를 사용하면 완전히 달라지는 수치 해석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는 왜 저렇게 무리한 비교법을 사용했을까? 그건 뭔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마사지가 성행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숫자로 장난칠 때에는 반드시 자기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목적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백분율의 백분율을 사용한 위 표의 수치를 보면, 산입범위 개편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영향률 변화(30.2%)가 가장 크다. 반면 1~4인 사업장 영향률 변화(5.9%)가 가장 작다.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영향률 변화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에 적합한 퍼센트 포인트(%p)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수치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영향률 변화(1.4%p)가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즉,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입는 노동자 비율의 감소가 가장 낮은 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산입범위 개편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반면 1~4인 사업장의 영향률 변화(2.3%p)는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난다. 즉,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혜를 입는 노동자 비율이 가장 많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정부의 기존 설명과 완전히 반대가 아닌가.

정부가 복잡한 계산법, 즉 %의 %를 사용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입범위 확대로 1~4인 사업장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는 노동자 수에 큰 변화가 없다는 억지 주장을 정당화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였다. 산입범위 확대로 가장 큰 변화, 아니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이 바로 1~4인 사업장인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상식적으로 한번 따져보자.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4.6%에서 3.2%로 1.4%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는 것과 “4.6%에서 3.2%로 무려 30.2%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 것을 비교해보자. 누가 봐도 전자의 설명이 훨씬 자연스럽다. 후자의 설명은 과장되었고 억지스러운 얘기 아닌가.

영향 받는 노동자 수로 비교해도 동일한 결론

만일 영향률(%)이 아니라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를 사용한다면 증감률로 비교해도 괜찮은 것 아닐까? 백분율을 비교할 때엔 적절치 못하지만, 개체 수를 비교할 때에는 그렇게 해도 좋다고 하지 않았는가.

내친 김에 노동자 수를 비교해보는 작업도 한번 해보자. 앞의 표에서 각 사업장 규모별 노동자 수에 영향률을 곱하면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가 나오니까 말이다. <인사이드 경제>는 단순 계산으로 아래와 같은 표를 얻게 되었다.

어떤가? 이 표를 보면 영향받는 노동자의 수가 산입범위 개편에 따라 몇 %가 변화하는지를 알고 싶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산입범위 개편 전과 후에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는 노동자 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그 절대치(노동자 수)를 궁금해 한다.

결과는 어떠한가? 1~4인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는 노동자 수가 가장 많이(9만4000명) 줄어들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가장 작게(2만8000명) 줄어든다. 앞서 %p를 사용했을 때와 동일한 수치 해석 아닌가.
그런데 이 표를 보면 훨씬 구체적으로 열이 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는 300인 이상 사업장 2만8000명을 줄이기 위해 가장 열악한 1~4인 사업장 9만4000명을 희생시킨 것이다. 정녕 그대들이 벌인 짓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는가?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위임금 노동자들, 심지어 고임금 노동자들까지 덩달아 임금이 오른다며 난리를 친다. 이건 문재인 정권이 최저임금 제도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선도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제조업을 비롯한 한국의 산업은 재벌과 공기업을 정점으로 하여 1차, 2차, 3차 하청 … 이렇게 수직 계열화되어 있다. 이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으며 시급은 최저시급 수준이다. 여기서 한 단계씩 3차 하청, 2차 하청, 1차 하청, 원청 재벌로 올라갈수록 임금(시급) 역시 올라간다.

이런 조건에서 최저시급이 올라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맨 밑바닥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 수준이 바로 위의 3차 하청 노동자 임금을 조금 상회한다면? 자본가들은 수직 계열화된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연히 3차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 맨 밑바닥 영세사업장보다는 높은 수준이 되도록 올려주게 된다.

그렇게 올려준 3차 하청의 임금이 2차 하청의 임금보다 상회한다면? 마찬가지 방식으로 2차 하청의 임금이 오르고 1차 하청의 임금이 오르며 재벌 원청 노동자의 임금도 오르게 된다. 재벌과 공기업이 수직 계열화된 위계질서를 유지하려면 다른 수가 없다.

최저임금 제도의 진정한 힘은 여기에 있다. 맨 밑바닥의 임금이 오르면 맨 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선도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투쟁에 ‘국민 임투’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노총

최저임금의 진정한 '영향력'

가장 낮은 곳의 권리를 보장하면 훨씬 넓고 보편적인 권리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함으로써, 노인이나 영유아 등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훨씬 넓은 계층의 이동권도 보장된다. 저상버스, 계단 대신 설치된 경사로도 모두 마찬가지 아니던가.

그런데 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에 비장애인인 노인이나 영유아가 탑승했다고, 가끔씩 사지가 멀쩡하긴 하지만 몸이 좋지 않은 일반인이 탑승했다고, 그 이유로 엘리베이터 이용을 제한하는 게 정당한 일일까? 엘리베이터마다 감시원을 배치해 장애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게 옳은 일인가?

5월 28일, 문재인 정권이 바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다. 최저임금이 아무리 올라도 그 영향력이 절대로 넓게 퍼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일 말이다. 상여금도, 수당도 일체 없이 월급 총액이 딱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노동자만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 그런 노동자들은 분명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누려야 한다. 하지만 상여금도, 수당도 없는 그런 일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당연히 더 나은 일자리를 꿈꾼다. 상여금과 수당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일자리 말이다. 이들 일자리도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입어야만 저임금 노동자들은 계속 꿈을 꿀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그런 꿈을 짓밟아 버렸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권리만이 아니라 훨씬 넓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장해왔다. 바로 이런 이유로 최저임금 제도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 제도의 ‘영향률’을 최저 수준으로 묶어두려 하지만, 최저임금의 진정한 ‘영향력’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훨씬 넘어선다. 사회보장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저임금 제도의 위력을 한번 보시라.

제도

내용

고용보험법

실업급여

하한액 : 최저임금의 90%

출산 전후 휴가급여

하한액 : 최저임금의 100%

고용촉진지원금 등

노동자 임금이 최저임금 미달시 지원대상 제외

국가계약법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노무비 등락비율은 최저임금 적용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급여

국가, 지자체는 급여 결정 시 최저임금 고려

산재보상보험법

휴업급여·상병보상연금 등

최저임금 또는 최저임금의 일정비율

장애인고용법

장애인고용부담금

최저임금의 60% 이상

재난안전법

특별재난지역 지원금

사망자는 월 최저임금의 240%

형사보상법

구금 보상금 한도

하루 최저임금의 5

감염병예방법

사망자 일시보상금

월 최저임금의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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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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