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키기 어려운 충돌코스로 접어들었다. 4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밝힌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은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생산적 논의"라는 수사에도 불구하고 여야, 여당 내부 갈등은 물론이고 지역 간 갈등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 총리가 "현재 계획으로는 세종시가 50만 인구가 어울려 살 수 있는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명토 박은 대목이다. 청와대와 정부청사 주변에서 정부부처 이전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는 등 분위기는 '9부2처2청 이전 백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안 플러스 알파'는커녕 '마이너스 알파'로 가닥을 잡은 정부 방침에 야당과 충청권의 반발은 필연적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도 일수불퇴의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정운찬 총리의 입장 발표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 움직임에 반발, 당직을 사퇴한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4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대통령이 세종시에 관해 뭔가 특별한 구상이 있다면 당당하게 그 구상부터 밝히고 국민과 당을 설득해야 옳다"고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지금처럼 총리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일부 권력 측 핵심인사들이 당 안팎에서 변죽을 울리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정치권은 물론 나라 전체가 불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며 "미리 결론을 내놓고 형식적인 토론을 할 바에야 토론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차라리 솔직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수도권 초선인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로드맵을 발표한다면서 마치 수정안 대안을 발표한 것처럼,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정안으로 가겠다는 자세"라며 "정운찬 총리는 정치 밥을 더 드셔야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 유정복 의원도 "효율성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치더라도, 국회에서 합의한 사실을 정부가 나서서 뒤집는 듯한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해 민주주의 차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는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정치적 뇌관'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친박계의 다른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이렇게 왜 이렇게 몰아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 대통령이 정말로 진정성이 있다면 총리 뒤에 숨지 말고, 수정안을 낸 뒤에 자신의 직이라고 걸고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또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1월에 수정안을 내겠다는 것은 정말 계산 없는 생각"이라며 "만약에 수정안이 나와도 자유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결'까지 염두한 발언을 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다른 친박 의원도 "수도권 친박 의원들도 수정안 추진은 안 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공식 입장 발표로 친박 의원들의 결집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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