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사안을 포함한 산적한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민주당은 20일 오후 한나라당과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1일부터 예산결산특위 등 상임위 활동이 재개됐다. 내년 예산은 30일 본회의를 열어 여야가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진표 원내대표. ⓒ뉴시스 |
소위 론스타의 '먹튀' 논란과 관련된 '론스타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 사항에서 아예 빠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7일 "사모펀드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초과지분을 아무런 조건없이 매각하라"고 결정하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이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지 못하도록 장내에서 주식을 강제 매각하는 식의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했었다. 금융위 결정으로 론스타는 5조 원 이상의 이득을 챙겨 한국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론스타 문제'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부터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외환은행 인수자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행장인 하나은행이 선정되면서 또 다른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 결정에 대해 "론스타와 하나은행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지난달 21일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8명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같은 여론을 감안해 민주당이 '론스타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론스타 문제가 이번 정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난 정권부터 계속된 것이라는 점에서 여당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일 양당 원내대표 회담 결과 '론스타 국정조사'는 누락됐다. 그 이유에 대해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이날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국정조사 대상으로 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여야 간에 합의가 있어서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영철 원내대변인도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해당 상임위원회인 민주당 정무위 간사와 허태열 정무위원장(한나라당)이 합의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반대해서 빠진 것이냐고 묻자 "그런 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런데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우제창 의원 측은 21일 "여당과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우 의원 뿐 아니라 민주당 정무위 소속 조영택 의원 측도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 중 국정조사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합의한 의원은 없다"고 밝혔다.
우 의원 보좌관은 "우 의원은 어제 양당 합의에서 론스타 국정조사가 빠진 것을 보고 오늘(21일) 아침 최고위원회의에 배석해 문제제기했다"며 "통합되면서 당 강령으로 '경제민주화'를 채택했는데 통합 후 처음 등원하면서 론스타 국정조사를 누락시킨 것은 당 강령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게 우 의원 생각"이라고 전했다.
조 의원 보좌관도 "한나라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원내지도부에 협상을 일임했고, 원내지도부에 따르면 한나라당에서 론스타 국정조사를 도저히 못 받는다고 우겨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여당과 협상 당사자는 민주당 원내지도부였다고 추측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외환은행 매각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반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민주당, 다음 날 바로 "국정조사 재추진" 결의했지만…
한편 민주당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론스타 국정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이 문제가 누락된 것에 대해 금융노조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 뿐 아니라 당내 반발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과정에서 한국노총이 당내로 들어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종석 대변인은 "론스타 대책특위를 민주통합당 내에 설치하기로 하고 정무위 소속 의원과 금융노조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해 자체조사활동과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며 "특위위원장은 김문호 최고위원이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문호 최고위원은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민주당이 '론스타 국정조사'를 재추진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시기적으로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등원조건에서 빠지면서 내년으로 이 문제가 넘어갔는데, 내년 4월에 총선이 있다. 내년 초부터 여야 모두 선거 국면에 돌입하면서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준한 유한대 교수는 "금융위 결정으로 론스타가 내년 1월1일부터 지분을 자유롭게 매각할 수 있게 됐다"며 "금융위가 6개월 안에 매각하도록 명령했지만, 6개월 안에 나갈 수도 있고 안 나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한 내에 매각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매기는 선이라서 론스타가 어떤 판단을 할지는 모르겠다"며 "국정조사에 있어 시기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의지다. 의원들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들여다보느냐에 실효성이 달려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등원 조건에서 빠졌던 사실은 실망스럽다"며 "한나라당과 협상 과정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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