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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통합과정서 배달사고가 일어났다고?"

민주당 여성위 "통합 과정서 여성 정치참여 방안 후퇴하나"

대의 민주주의에서 현실이 왜곡되게 정치에 반영되는 첫 번째 문제가 '대표성'이다. 유권자들의 나이, 계층, 직업, 성별 구성과 의회 내 대표자들의 구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한나라당 의원의 24%가 판.검사 출신이다. 17대 국회의원 중 최연소자가 한나라당 김세연(39. 부산 금정) 의원이다. 김 의원 5선 의원이자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냈던 고(故) 김진재 의원의 아들이다. 선거에 나올 수 있는 피선거권은 만 25세부터 있지만, 17대 의원의 평균 나이는 51세다.

왜 '대표성' 문제가 발생하는가? 의원들은 선거라는 총성 없는 '전쟁'을 거치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선까지 갔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당의 공천을 받는 예선도 만만치 않은 전쟁이다. 결국 최후에 웃는 1명 이외에 모든 사람은 지는 게임이 '선거'다. '정치인=의원'은 아니지만, 한국 정치 현실에서 금배지를 단 정치인과 그렇지 못한 정치인이 정치 현실에서 발언권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처럼 자리는 한정돼 있고 노리는 사람은 많으니 자리다툼이 심할 수밖에 없다.

야권에서 한창 진행 중인 통합 문제에 있어서도 '자리다툼'은 큰 문제다. 한 정당 내에선 4년이라는 조정기를 통해 일정정도 걸러지는데도 공천 싸움이 치열한데, 두 정당과 외부세력이 합쳐지는 통합 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공천 등 '자리다툼' 문제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합당을 결의한 16일, 민주당 여성 정치인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 과정의 어지러움을 틈탄 배달 사고가 있었다"고 주장한 뒷면에도 이런 자리다툼이 본질이다. 민주당 여성위원회(위원장 유승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당 개혁특위에서 8개월간(2010년 11월 ~ 2011년 7월)의 활동을 통해 지역구 여성공천 30% 할당(단, 2012년 총선에 한해 15% 할당 경과조치), 대의원 여성 50% 할당, 여성가산점 20% 할당 등 양성평등 개혁과제를 확정한 바 있다"며 "그런데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통합정당 수임기구에서는 위와 같은 개혁과제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의 여성 지역구 의원 비율은 5.7%다.

이들은 "촛불시위나 FTA 반대집회, 선거운동 등 여러 정치활동 영역에서 여성들은 이미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에 대한 요구는 지나친 욕심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철저한 남성중심,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연장"이라고 강조했다.

조배숙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민주당의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성정치 참여의 핵심인 여성 15% 의무 공천분야와 가산점 부분이 흐지부지되면서 가산점 부분만 당규에 집어넣는 선으로 결정됐다"며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그래서 여성정치 참여를 확대해야할 통합정당이 이렇게 후퇴된 모습을 보인 것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당의 통합 과정에서 이 부분이 일차적으로 누락된 이유는 상대적으로 정치 신인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시민통합당 측에서 이런 '할당제'에 대해 문제제기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출신과 원외위원장을 맡아 지역구 관리를 해온 여성정치인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이제 막 통합이 의결됐을 뿐이고 공천 관련 구체적인 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여지는 남아 있다. 또 시민통합당 쪽의 남성 정치 신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비례대표 출신의 여성 의원들에게도 똑같은 특혜를 줘야 하는 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누구도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가 정치 개혁에 있어 중요한 과제임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혁신을 앞세운 정당에서 이를 드러내놓고 처음부터 반대할 사람은 드물다. 한정된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에서 상대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당사자가 자신이 돼야할 때, 고상하게 대의명분을 지킬 사람은 많지 않다. 내년 총선은 야당 후보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에서 치러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여성 할당 문제'가 향후 통합정당 내의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론이 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사건은 앞으로 통합정당 내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자리다툼'의 일단을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는 점에서 가볍게 지나칠 장면은 아니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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