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직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검찰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총체적인 레임덕 상황에 빠진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결국 구속된 SD 측근, MB친척 연루 비리에도 이름 등장
'이국철 SLS 회장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이날 SLS그룹 구명 로비 명목으로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 씨를 구속 수감했다. 박 씨를 상대로 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서울중앙지법(김환수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박 씨는 서울구치소로 직행했다.
▲이상득 의원 ⓒ뉴시스 |
검찰은 이미 관련 진술을 확보했으며 계좌추적을 통해 거액의 돈이 입금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이 회장과 문 씨에게 받은 돈으로 보고 출처를 추궁하고 있지만 박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박 씨의 자금이 또 다른 의원실 직원 2명의 계좌를 거쳐간 사실을 발견해 이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박 씨가 7억 여원의 돈을 어디에 썼는지 추적하는 동시에 박 씨가 SLS 그룹 워크아웃 무마를 위해 관련 기관 인사들과 접촉했는지 등에 대한 사실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박 씨가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에게서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1억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포착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은 전날 박 씨를 소환해 유동천 회장에게서 돈을 건네받은 시점과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박 씨가 제일저축은행 영업정지를 막기 위해 금융 당국 인사들을 접촉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유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오빠 김재홍 세방학원 이사에게도 4억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여사의 사촌 오빠와 이 대통령 형의 최측근이 함께 사건에 연루된 것.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의 현직 고위 인사가 유 회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인사는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왕 이상득, 15년 측근 구속됐는데 총선은?
이 의원은 자신의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소장파의 '권력 사유화' 비판을 막아내고,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설, 형님 예산 논란, 자원 외교 비리 의혹 등을 뚫고 온 그도 측근 구속이라는 악재 앞에서는 흔들리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할 말을 잃었다.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보좌관을 잘못 관리한 도의적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해 이 의원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 의원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참여연대(행정감시센터)는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의 보좌관이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에 체포 되었고, 이국철 씨의 로비가 이상득 의원을 향하고 있었던 것은 이 씨 본인의 주장은 물론 증거로도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며 "그런데 검찰은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이상득 의원을 소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제까지 이상득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부산저축은행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이 각각 500억원씩 투자하는 과정에서의 압력행사 의혹,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폭로한 삼화저축은행 구명로비 연루 의혹 등을 포함해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각종 비리 의혹의 배후로 의심되는 이 의원의 경우 "노건평 사례가 아니라 김현철(YS 차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권재진-한상대 라인 검찰 '디도스 수사 착수'…한나라당 정면 겨냥?
검찰이 본격적으로 여당을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 수사와 함께,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 수사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최구식 의원 비서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해 검찰은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권재진 법무부장관, 한상대 검찰총장 등 이 대통령 측근들이 검찰 고위직에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검찰과 여당의 '신경전'이 갈수록 미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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