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실세' 박영준 찍고 '상왕' 이상득으로?

이상득 측근 체포…이국철 로비 의혹 '검찰 고위층'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측근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 씨가 경기도 부천시 자택에서 8일 체포됐다. 이상득 의원과 가까워 '실세 보좌관'으로 통하던 박 씨는 이국철 SLS 그룹 회장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앞서 박 씨는 이 회장의 청탁을 받은 대영로직스 문환철 대표(구속)로부터 명품 시계를 받았다 이를 돌려줬다. 그러나 검찰은 시계를 돌려준 시기와 문 대표 수사 시점이 맞물려 있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박 씨에게 수차례 검찰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에 불응해 결국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 구인에 나섰다.

박 씨에게 명품 시계를 건넨 문 대표는 SLS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및 워크아웃 무마 등을 위해 힘을 써 주겠다며 이 회장으로부터 7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결국 이 의원의 보좌관이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의 칼 끝이 '상왕' 이상득 의원을 겨누게 될 지도 주목된다. 결국 이 회장이 정권 최대 실세인 이 의원을 보고 측근들에게 금품을 건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배수가 안 받았는데 내가 왜 받았(겠)느냐"고 해명했다.

이 의원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차관 측은 지난 2009년 5월 일본 방문 당시 이국철 회장에게 "박영준 차관을 접대해달라"고 했고, 이에 이 회장은 SLS 일본법인장 권 모 씨를 통해 향응을 제공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차관은 "SLS 관계자가 함께 있었던 것은 맞지만 술값은 지인이 계산했다"며 증빙 자료를 공개했고, 이 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권 씨가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회장을 직접 접대했다"고 말하면서 박 전 차관 해명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김형준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당시 술자리에 동석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국철 회장의 박영준 전 차관 접대 의혹이 불거진 직후 김 전 관장이 권 씨에게 전화를 걸어 "SLS가 비용을 계산한 3차 술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요구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결국 박 전 차관의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박 전 차관을 무고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비망록 내용 일부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 11명에게 로비를 했다는 부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상득 의원 최측근까지 겨냥한 검찰이 '제식구'들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취할 경우,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