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0일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 30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양 정상은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여러가지 반응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이어 "양 정상은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을 포함, 향후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화 내용을 간략히 설명했다.
한미 양국 정상 통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양국이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를 계속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지난 17일(미국 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관련 기사 : 트럼프 "리비아 모델, 우리가 생각하는 모델 전혀 아니다")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미국의 변함없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이 "의견을 교환"한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여러가지 반응들"이란 △지난 16일 새벽 남북 고위급 회담 전격 취소 통보 △같은날 낮 김계관 외무성 1부상의 담화 △17일 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발언 △18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취재기자단 명단 접수 무응답 △19일 조선적십자사(조적) 중앙위 대변인의 탈북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송환 요구 등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적 대변인은 19일 이 통신사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어 북한 종업원들의 탈북을 "강제 유인 납치"로 규정하고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심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그 전날인 18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취재기자단 명단 접수를 거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오늘(18일) 북측의 초청에 따라 23~25일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우리측 기자단 명단을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통지하려고 했으나 북측은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았다"며 "북측에서 접수하지 않는 이유 등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17일에는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역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려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관련 기사 : 북한 "남조선 현 정권과 마주 앉기 쉽지 않아"), 16일에는 한미 연합 공군훈련 '맥스선더'를 빌미로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를 통보하는가 하면 김계관 1부상의 담화문 발표를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미국에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북한, 강경파 볼턴에 '직격탄'…북미 협상 '판흔들기')
청와대는 한미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을 상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이같은 흐름을 놓고 볼 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적 인식 공유에서부터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준비 전략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로부터 시작될 비핵화 협상 관련 한미 양국의 대응 방안, 특히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의 병행추진 방안 등과 관련해 심도깊은 의견 교환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 통화와 관련해 "(미국 현지는) 토요일 밤늦은 시간인데 통화를 한 점은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라고 원론적으로 논평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히 상황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고, 현재 정세에 대해 양 정상이 의견을 교환한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포괄적·구체적 내용을 다룰 것이고, 오늘은 현재 정세에 대한 판단이 중심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생각을 많이 물어봤다"며 그 이유는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났기 때문에 대통령이 북한의 생각에 대해 의견이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비아 모델' 등이 통화에서 언급됐는지 기자들이 묻자 "그런 구체적 얘기를 할 시간은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해서는 '내일(21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느냐'는 물음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선 아직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이 탈북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청와대 입장이 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입장이 없다. 견지해온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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