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공중 군사 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연기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남한 정부의 유감 표명을 거론하며 남한과 회담에 마주앉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남북 고위급회담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을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북한은 고위급회담 예정일이었던 16일 0시 30분경 리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한미 훈련을 비판하며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의 조치는 지난 4월 27일 남북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리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은 우리가 취한 조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고 필요한 수습대책을 세울 대신 현재까지 터무니없는 '유감'과 '촉구' 따위나 운운하면서 상식 이하로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남한 정부가 "우리의 통지문을 받은 그 시각부터 변명과 구실로 범벅된 각종 명목의 통지문들을 뻔질라게 들여보내는가 하면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다, 국방부 장관이 한미 연합군 사령관과의 긴급회동을 벌려놓는다 어쩐다 하며 분주탕을 피워대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리 위원장은 태영호 전 공사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발언한 것과 관련, "청와대나 통일부, 국정원과 국방부와 같은 남조선 당국의 직접적인 관여와 묵인 비호 밑에 조작되고 실행된 것이 아니란 말인가"라며 청와대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또 그는 "시대착오적인 남조선 당국의 이 모든 대결 소동들은 지난 시기 적대와 분열을 본업으로 삼던 보수'정권'의 속성과 너무나도 일맥상통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리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은 철면피한 추태로 일관된 변명과 구실을 늘어놓으며 터무니없는 책임 전가에 매달리면서 시간을 허송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이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로 번져지는 데 대해 머리를 싸쥐고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차후 북남 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다. 구름이 걷히면 하늘은 맑고 푸르게 되는 법"이라며 고위급회담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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