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자가 주택보유'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지나친 부동산 시장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임대주택 보급이나 안정적인 전월세시장 도입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개발연구원은 2일 '위기와 정부의 역할: 대공황 이후 미국 주택금융정책과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보고서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미국 정치권이 '전 국민 주택보유'라는 무리한 목표를 고수하면서 공공 모기지 기관인 페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잠재 부실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며 "경제충격을 감내할 수 없는 계층과 무리한 투기 수요를 창출한 계층이 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무너져 내리면서 금융위기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또 "주택시장 부실이 경제위기로 증폭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의 한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근본 원인은 주택 및 주택금융시장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와 정치권에 의해 조성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대공황 이후 국민들의 자가 주택보유에 목표를 맞춘 주택금융정책을 운영해 주택보유율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의 변화와 규제완화에 맞물려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사태를 맞으면서 주택보유율이 1960년대로 돌아가는 수모를 겪었다.
보고서는 또 "미국정부는 1990년대 이후 정부지원기관(GSEs)의 역할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주택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키고 국민들의 주택보유 의사결정을 왜곡시킬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권이 1990년대 주택보유율이 미국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2000년대 들어서도 주택보유 중심의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경제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주택소유라는 경제적 의사결정은 일반 국민에게 평생 동안 가장 큰 비용이 필요한 투자활동의 하나로 시장기능의 원활한 작동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국민의 주택소유 문제를 주택 및 주택금융산업 육성 차원이나 정치적인 이해관계, 사회복지 측면에서 무리하게 해결하려는 방식으로 접근해 주택시장이 정부의 개입이 초래하는 왜곡을 감내하지 못한 경우 현재와 같은 위기의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정부의 주택·주택금융 정책은 경제적 환경이나 시장의 흐름을 왜곡하면서까지 주택소유를 진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국민들이 안정된 주거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의 활용과 안정적인 전월세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국민들의 '주택소유'라는 무거운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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