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전일빌딩에 가한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한 시민이 38년 만에 목소리를 냈다.
시민군 일원으로 활동한 그는 5·18을 애써 함구해왔지만, 역사 왜곡 세력에게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당하자 증언에 나섰다.
20일 5·18기념문화센터에 따르면 1980년 5월 항쟁에 시민군으로 참여한 광주 서구 주민 A(76) 씨가 최근 센터를 방문해 전일빌딩 헬기 사격 목격담을 증언했다.
센터 임종수 소장은 "A 씨가 '적십자병원에서 부상자를 살펴보고 나오던 길에 헬기가 전일빌딩 쪽으로 총을 수십 발 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도청 앞 집단발포가 일어난 21일 이후 22일이나 23일 낮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A 씨는 헬기 기체의 생김새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M-16소총 등 개인화기가 아닌 헬기에 거치한 기관총으로 사격했던 상황을 또렷하게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헬기 사격을 목격한 장소는 전일빌딩으로부터 600m가량 떨어져 있다.
5·18 역사현장인 전일빌딩은 1980년 당시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2016년 전일빌딩 리모델링을 추진한 광주시는 역사현장 훼손을 막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탄흔 존재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는데 그해 12월 이 건물 최상층인 10층에서 탄흔 100여개가 발견됐다.
국과수는 "정지비행 상태 헬기에서 M-60 기관총이나 M-16 소총 탄창을 바꿔가며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탄흔 분석 보고서에서 밝혔다.
1980년 당시 사업체를 운영했던 A 씨는 계엄군 병력이 소총에 장착한 대검으로 청년들을 찌르는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 항쟁에 참여했다고 센터 측에 설명했다.
대학 시절 레슬링을 익히는 등 건장한 체구를 지닌 그는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 씨와 함께 도청을 지켰고, 계엄군이 들이닥치기 직전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어가면서 큰 화를 면했다.
항쟁이 끝나고 나서 보안대 합동수사본부에 자수했고, 사업으로 다져놓은 인맥과 재산 덕분에 사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군 참여 이력을 함구하고 지내왔지만, 지만원(75) 씨로부터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당한 사실을 알고 나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지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광수들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대가로 북한에서 요직을 차지했다'는 주장을 폈고, 5·18 기록사진에 등장하는 A 씨를 '제73 광수'로 지목했다.
A 씨는 관련 인터넷 게시물을 확인한 딸이 아버지의 젊은 시절 모습을 알아보면서 지 씨가 황당한 주장을 펴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임 소장은 "5·18 유공자 신청도 하지 않고 38년 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A 씨가 헬기사격 목격 사실을 밝힌 이유는 지만원의 역사 왜곡 때문이다"며 "이 일을 계기로 A씨도 진실을 밝히는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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