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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방사성 침대 파문, 해결 위한 7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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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라돈 방사성 침대 파문, 해결 위한 7가지 조언

[안종주의 안전사회] 라돈 방사성 침대, 대한민국을 흔든다

우리 사회가 라돈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한 회사에서 만든 여러 종류의 침대에서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대응은 너무나 더디고 무능하기만 하다. 소비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른바 '라돈 방사성 침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이 터지자 정부 당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범정부 차원의 긴급대응팀을 꾸려 침대사용자 등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문제의 침대를 즉각 수거해 당장의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데 사건 발생 2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건 발생과 사건 진행 형태, 그리고 정부의 대응이 2011년 벌어져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너무나도 많이 닮았다 해서 라돈 방사성 침대 파문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견주기도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닮은 점 8가지

첫째,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점, 둘째 사건 발생 오래 전에 여러 차례 막을 수 있었던 지점이 있었으나 이를 모두 놓쳤다는 점, 셋째, 제품 제조·판매 기업들이 이윤에만 관심이 있었지 안전은 나몰라 했던 점, 넷째, 건강에 도움이 되기 위해 구입해 안방에서 사용했던 제품이 거꾸로 건강을 위협한 점, 다섯째, 실제로는 인체에 위험한 제품임에도 '숙면' 등 건강을 보장해주는 제품인 양 허위·과대 선전한 점, 여섯째, 위험한 제품이 10여 년 동안 버젓이 팔리는데도 정부 당국과 관련 기관, 기업, 전문가, 언론 등 우리 사회 어느 누구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점, 일곱째, 사건의 원인이 드러난 뒤에도 기업과 정부는 우왕좌왕 하며 조기수습에 실패한 점, 여덟째, 피해자와 잠재적 피해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점 등 너무나도 많은 점들이 닮았다. 다른 점은 원인 물질이 하나는 살균제 성분의 화학물질이고 하나는 방사성물질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이번에 문제가 된 방사성 광물인 희토류 금속 모나자이트가 돌침대에 쓰인 것을 적발해 더 이상 이 광물을 침대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음이온 발생'을 광고한 대진침대에만 무려 3000㎏ 가까이 사용했다. 유해물질이 한 번 침대에 사용됐다면 누군가가 또 다른 방법(돌침대가 아닌 제품)으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법에 따른 안전관리를 하지 않아 이번 사태가 터졌다. 전형적인 인재이다.

이번 사태의 주무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생활방사선 문제를 책임지는 전문기관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그 전문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5월 10일 1차 중간발표 때 침대 하나만 조사한 뒤 침대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방사성 라돈은 인체에 별 해가 없는 것처럼 밝힌 대목이다. 조사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다. 그것도 한 방송사가 문제를 제기한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 발표하면서 말이다. 침대를 다양하게 구입해 조사할 수 있는 여유가 충분히 있었다.

조사의 기본도 무시한 채 안전한 것처럼 1차 발표한 원안위

첫 번째 발표에 대해 일부 언론과 전문가 등이 문제 제기를 잇달아 하자 원안위는 부랴부랴 다른 모델의 침대를 구입하고 조사방식을 바꿨다. 처음 조사했을 때는 침대 매트리스 속 커버에서만 나오는 방사성 물질을 분석했다. 비현실적인 조건의 조사였다. 침대에는 매트리스 안에 스펀지 등이 들어 있는데 이를 빼놓고 한 것은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실제 사용 조건에 걸맞은 방식으로 바꾸고 여러 모델의 침대를 조사하니 결과는 완전히 다른, 매우 충격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법에서 정한 관리기준(안전기준이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함)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높은 방사선 피폭이 우려되는 놀라운 결과였다.

소비자들은 놀라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언론도 1차 발표 때까지만 해도 "기준치 이내" "안전" 등의 제목으로 보도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한 방송사의 자그마한 중소기업 죽이기로 몰아가다 태도가 급변했다. 앞 다퉈 이번 사태와 그 파장을 보도하고 원안위와 기업을 강하게 질타하기 시작했다.

첫 단추가 너무나도 잘못 꿰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태 해결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데 여기에다 원안위는 방사성 침대만 수만 대가 되는, 그리고 방사성 물질에 피폭돼 생명과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들만 수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사태를 맞이해 무능력한 직원 몇십 명 밖에 되지 않는 소기업에 리콜 등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방사성 침대만 리콜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오산이다. 방사성 침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등에서 결함이 발견돼 리콜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성격이다. 이미 모든 방사성 침대 사용자가 적게는 1개월에서부터 많게는 10년 넘게 피폭돼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마나 피폭됐는지 몰라 잠 못 이루는 소비자들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자신들과 자녀들이 피폭된 방사선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이것이 그동안 건강에 악영향을 일으키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폐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17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가 이번 사건의 현안을 점검하기 위해 연 회의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한 라돈 침대 사용자가 어린 아기를 안고 와서 눈물을 흘리며 이런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기업, 정부, 전문가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정말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 원안위가 지금까지 보인 행태를 보면 주임무가 원자력발전소 등 인공방사능 물질 안전관리고 여긴 탓인지 자연방사선과 생활방사선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소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나자이트와 같은 방사성 광물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국내 광물전문가 등의 자문을 그동안 제대로 받았는지, 관련 연구나 실태조사를 해왔는지 의심이 간다.

라돈 침대는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해 그들의 불안과 공포, 분노를 달래며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 속히 라돈 침대를 수거해야 한다. 지금처럼 신고만 2만 대가 넘는데 기껏 수거한 것은 300대에 불과한,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정부가 나몰라 해서는 안 된다.

사태 해결을 위한 7가지 조언

우지라면 파동을 비롯한 수많은 식품파동, 가습기살균제 등 화학물질 파동, 원진레이온을 비롯한 직업병 파동, 에이즈,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 파동 등을 30여 년 동안 직접 지켜보며 경험한 전문가로서 정부에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즉각 범정부 긴급대응조직을 꾸려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원안위가 평소에 해오던 방식으로 절대 해결 못한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말하고 있지만 평소에 해오던 그런 정도의 협력 체계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청와대와 총리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한다.

둘째, 가정에 있는, 그리고 호텔 등 숙박업소와 콘도 등에 있을 수 있는 라돈 침대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수거해 안전한 곳에 보관한 뒤 최종 폐기 처분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결코 자그마한 침대기업에 맡겨놓을 일은 아니다. 정부가 지자체와 손잡고 전국 주요 도시별로 수거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즉각 소비자 대응 콜센터를 만들어 건강·심리 상담과 라돈 침대 임시 보관방법, 리콜 등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을 실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수십 명 규모의 전문상담사와 심리상담사와 트라우마 치료 경험 등이 있는 정신과 의사 등도 포함해야 한다.

넷째, 모든 라돈 방사성 침대 사용자들을 등록 받아 평생건강관리수첩을 발행해주고 이들을 코호트로 해서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은 대조그룹과 폐암 발생을 포함한 장기간 건강 영향 조사연구를 정부가 해야 한다.

다섯째, 모나자이트가 침대 외 어떤 제품 등에 사용됐는지 정밀하게 조사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나자이트 외에 다른 방사성 광물은 수입한 적이 없는지, 했다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일반인들이 이로 인해 피폭될 위험성은 없는지 조사해야 한다.

여섯째, 이번 기회에 음이온 선전 제품이 과연 선전한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음이온을 발생하지 않고 그 음이온이 효과가 없다면 그런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거나 적어도 음이온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일곱째, 감사원은 즉각 이번 사태에 대한 긴급 특별감사를 벌여 원안위 등 관련 정부 부처가 그동안 제대로 일을 했는지, 직무유기와 기업과의 유착이 없었는지 감사를 벌이고 문제가 있을 경우 곧바로 검찰 등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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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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