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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트럼프 만나서 해야 할 두 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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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트럼프 만나서 해야 할 두 가지 이야기

[기고]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북한 비핵화 달성 어렵다

북한이 돌연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5월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계관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관리들이 '선 핵포기 후 보상' '리비아식 핵포기' '핵·미사일·생화학무기 완전폐기' 등을 밝히고 있는데 대해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에게 일방적으로만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북한이 불만을 표시하면서 회담을 재고하는 협상력 제고에 들어갔다. 자국의 입장이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인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유가 없지 않다.

첫째, '모욕감을 주지 말라'는 대북협상의 1원칙을 미국이 가볍게 본 것이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미국의 오만함이 드러나자 이에 반발을 한 셈이다. 지난 13일 폭스뉴스에 출연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은 막대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고 인프라 개발을 원한다"며 "그들은 고기를 먹을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게는 미국이 마치 시혜를 베푸는 듯한 자극적인 발언으로 들렸을 게 분명하다. PVID, 인권 등을 예사로 드러내는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볼턴 류'의 발언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둘째, 워싱턴과 평양 간 물밑 협상에서 주고받기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사이가 좋을 때는 양보가 가능하지만 자극적인 외부발언이 여과 없이 돌출되는 예민한 상황에서는 주고받는 것에 쌀 한 톨의 누락도 생겨서는 안 된다. 장기간 메마른 산에 무심코 던진 성냥불이 산 전체를 태우는 화근이 되는 이치와 같다. 이는 첫 번째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셋째, 협상의 지렛대를 높이는 전술의 일환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협상에 나서기로 전 세계에 이를 공개한 마당에 돌아올 때 손에 쥐는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그 회담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전술적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예상을 깨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북한 군부의 움직임과 연관이 있다.

일부에서는 싱가포르 행 김정은 일행이 이용할 비행기를 두고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체위원회단'이 탑승할 것이라고 조롱한다. 강경파 군부 세력들과 민족주의자(nationalists)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넷째, 트럼프가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다면 김정은도 못 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양측 간에 협상의 기울기가 분명 존재하지만 협상 깨기가 트럼프의 전유물이 아님을 북한이 분명히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든든한 버팀목인 중국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수 있다. 북한이 아직까지 중국을 신뢰한다면 굳이 미국과 굴욕적인 협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으로서도 미군의 주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김정은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트럼프와 힘겨루기를 하는데 한 표를 보탤 것이라고 약속을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중국 관점에서는 비핵화가 이루어질 경우 주한미군이 '구조적으로 전환되어'(should be structurally modified) 군사공격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는 고공에서 벌어지는 미중 간 전략게임의 일부이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결국 비핵화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그레이트 게임'의 하부구조라는 시각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통일, 외교, 국방 당국자들은 예기치 않은 북의 강경한 태도에 당혹감을 드러냈지만 미국은 의외로 차분한 대응이다. 트럼프의 트위트를 통한 반응도 없다.

대신 미국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일괄타결식 비핵화 해법인 '리비아 모델'이 미국의 공식 방침인지에 대해 "그것이 우리가 적용 중인 모델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비아식 해법이 나왔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가 (리비아 해법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핵화 해법이 작동되는 방식에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고 강조했다. 자칫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정교한 대응이었다.

미국은 북한을 애써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비핵화 협상 결과 북한이 최대 피해자(the great loser)라는 모양새를 만들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도 움직였다. 예고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17일에 개최하고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이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재의 핵심은 북미 양측이 대결구도로 가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음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이다. 북한으로서는 어느 누구도 위협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으로부터도) 협박과 모욕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가 강하다.

현실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만드는 외통수는 없다. 미국에서 또 다시 만지작거리는 군사적 방법도 완벽한 묘수가 아니다. 게다가 중동 화약고에 성냥갑을 던져놓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에 또 다른 성냥갑을 던져놓고서 동시에 중대한 두 사안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에 문재인 정부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갖고 가야 한다. 첫째, 비핵화 후 미국이 북한에게 취할 정치군사적 지위에 대해 정밀하고 지속가능한 입장을 마련하고, 나아가 그것을 향후 남북, 미국, 중국 등 4자 평화체제 회담에서 정당화 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미국이 북한을 패전국 다루듯이 몰아붙이는 것에 주의를 환기 시키는 일이다. 북한 스스로 비핵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신의 위상 변화를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지 미국의 입장에서만 달성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님을 분명하게 주지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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