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검사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벤츠 승용차와 샤넬 핸드백 등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부장판사 출신 최모(49)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임검사를 선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은 최 변호사와 내연관계였던 대학강사 이모(40.여)씨가 "2억원의 빚을 갚지 않는다"며 최 변호사를 고소하고 대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 7월 제출된 진정서에는 최 변호사가 A검사장과 또 다른 검사장급 인사에게 사건청탁을 한다는 명목으로 이씨로부터 1천만원짜리 수표와 골프채, 명품지갑을 받아갔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여기다 지난 18일 사표를 쓴 여검사 이모(36)씨에게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들어 있었다.
대검은 사건을 부산지검에 내려 보내 조사를 지시했지만 사실상 방치됐다. '여검사가 벤츠를 탄다'는 등의 진정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는 이유였다.
그러다 최근 이씨의 제보로 진정내용이 보도되면서 사건은 넉 달 만에 공개됐다.
검찰 조사결과 수표와 골프채, 지갑은 로비용도로 쓰이지 않고 최 변호사 본인이 사용하거나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현금화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얽히고설킨 의혹은 크게 세 갈래다.
◇억지 기소 의혹 = 최 변호사가 친분이 두터운 검사장에게 청탁해 자신이 직접 고소한 형사사건 피의자를 억지로 기소했다는 의혹이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초 식당을 함께 운영하던 동업자의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들통나면서 4억원을 지급하게 됐다가 추가로 수억원을 요구받자 동업자를 공갈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최 변호사가 대학ㆍ사법연수원 동기인 관할 검찰청의 A검사장를 통해 담당검사에게 압력을 넣어 무리하게 동업자를 기소했으나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수사를 맡은 부산지검은 당시 사건기록을 토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검사장은 "최 변호사와 내가 대학ㆍ연수원 동기라는 사실을 세상이 다 아는데 어떻게 내가 그 사건에 관여했겠나"라며 "나는 애초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차장검사가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 이후에는 서울로 발령나서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여검사의 사건 청탁 = 또 다른 줄기는 최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 샤넬 핸드백 등을 제공받은 여검사 이모씨가 동료 검사에게 최 변호사의 사건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다.
경력자 특별채용으로 임관한 이 검사는 임용 전 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변호사로 근무할 때부터 최 변호사와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처음에는 치정문제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 변호사가 이 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하고 대가로 540만원의 샤넬백 대금을 지급한 정황, 사건처리 과정을 상세히 알려주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대가성이 있어 보이는 금품수수 사건으로 비화했다.
이 검사에게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부산지검은 문자메시지 공개 직후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밖에 최 변호사가 관사가 좁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구해달라는 이 검사의 요구로 아파트를 얻어줬고, 이 검사가 인사 청탁을 해 최 변호사가 또 다른 검사장급 인사에게 알아보고 결과를 알려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부장판사에 와인 선물 = 세 번째 의혹은 최 변호사가 올해 초 부산지법의 모 부장판사(50)에게 5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고가의 와인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금품의 액수나 민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부장판사의 위치 등에 비춰 대가성이 없고 수사할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해온 최 변호사가 법원ㆍ검찰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유착관계를 맺었을 가능성 때문에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대법원은 일단 윤리감사관실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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