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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위기 1년, 3개의 시소게임이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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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위기 1년, 3개의 시소게임이 진행 중"

[창간 8주년 지방순회 강연회 <4> : 부산] 카지노 자본주의의 앞날은?

3중의 위기와 3개의 시소게임. 김영호 유한대 총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29일 현 세계경제위기에 대해 이런 진단을 내렸다.

김 총장은 이날 <프레시안> 창간 8주년 기념 지방순회강연회 4번째 순서로 부산일보 강당에서 가진 '세계경제위기의 현주소와 한국경제' 강연에서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황금기였던 '1960년대'로의 회귀가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김영호 유한대 총장. ⓒ프레시안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누리엘 루비니 등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들은 현 경제위기를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사이의 괴리에 따른 '2중의 위기'로 파악하고 있지만, 김 총장은 여기에 지구환경(자연)이라는 하나의 층위를 더 놓고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하게 팽창한 금융경제, 지구환경이 감당하기에 버거울 정도로 발달한 실물경제라는 3중의 불일치가 현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단기적 이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아무런 규제 없이 판치는 카지노 자본주의에 대한 해법으로 다시 정부의 규제를 강조하는 케인스주의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김 총장은 주장했다. 시장과 정부의 균형을 맞춰 중산층을 성장시켜 내수기반을 갖춰 '황금기'를 누렸던 60년대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다. 생산이 소비를 늘리고, 소비가 다시 생산을 늘리는 실물경제의 무한팽창을 지구환경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세계경제는 지난해 1929년 대공황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꼭 1년이 지났다. 당장 공황으로 떨어질 것 같았던 세계경제는 1년 사이에 놀랄 만큼 빨리 회복세로 돌아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루비니, 스티글리츠 등 많은 이들이 '더블 딥'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29년 대공황 이후에도 4번의 경기침체를 보인 뒤 경제가 안정세를 찾았다. 김 총장은 이를 '번지점프'에 비유했다. 경제위기라는 큰 충격을 벗어나는 과정은 번지점프를 뛰어내리면 여러 차례 등락을 거듭한 뒤 멈추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정기로 접어들기 위해선 몇 번의 요동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각국의 정부가 지난해 위기 직후 곧바로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단행했다. 이 효과로 번지점프의 상하 진폭이 제압당하고 있지만, 그 덕분에 각국은 재정파탄 직전에 몰리게 됐다. 경기의 번지점프와 케인즈주의와의 시소게임. 이것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첫 번째 시소게임이다.

두 번째는 금융기득권 세력과 금융개혁 세력 간의 시소게임이다. 현 경제위기를 야기한 월가로 대표되는 금융기득권 세력과 이들을 정책을 통해 규제하려는 세력 간의 시소게임은 작년 경제위기 직후에는 금융개혁 세력 쪽으로 기우는 듯 했으나 지금은 그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세 번째는 이산화탄소(CO2)를 양산하는 브라운 세력과 탈 CO2를 밀고 나가려는 그린세력간의 시소게임이다. 이 시소게임 역시 브라운 세력이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김 총장은 "혹자는 이 시소게임을 3차대전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며 "지금은 그린세력이 점점 밀려나고 있어 올해 12월 코펜하겐에서 개최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의정서가 채택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하지만 시소게임은 극적으로 반전하는 경우도 있으니 기대를 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 위기 극복의 단초는 어디에서 찾아야하나? 김 총장은 "모두들 출구전략을 말하고 있지만 그린산업에의 입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9년 대공황이 결국 수습된 것은 193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 각종 전자제품 등 새로운 상품이 나왔기 때문"이라면서 "기술 혁신을 통해 기존의 석유 의존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그린 상품이 개발돼 이들이 대형 경기를 이끌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카지노 자본주의를 사회책임 자본주의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책임경영(CSR)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사회책임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책임소비(SRC)가 궁극적으로 카지노 자본주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


다음은 강연 전문.

금융위기 1년, 무엇이 바뀌었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 주신 여러분의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 이야기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작년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고 일주일이 지난 후 갑자기 금융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라는 요청에 밤을 새워 준비했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금융위기가 세계의 동시 불황으로 연결돼 1929년의 대공황이 연상되는 두려움 속에서의 1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경제는 공황에 빠지지 않고 회복되는 듯한 국면에 당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금융위기가 동시 불황으로 이어졌을 때 100년 만에 한 번 오는 위기라고 했습니다. 역사의 큰 전환점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어떤 차원의 전환점일까요? 자본주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자본주의 중 금융자본주의의 종말일까요? 금융자본주의까지는 아니고 그 중 투자은행이 주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이른바 카지노 자본주의가 끝나는 것일까요?

더 좁혀서 카지노 자본주의 중 가장 형태가 고약한, 악질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신용디폴트스왑(CDS) 정도는 끝나게 되면서 이것을 허용했던 신자유주의는 종말을 맞이하는 것일까요? 어떤 차원으로 매듭을 지을지 아직 모르지만 그 중 하나의 종말을 예상하며 사태를 주시해 온 건 사실입니다.

지금 와서 보니 자본주의의 종말도 금융자본주의 종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들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금융 자본주의의 첨병 격인 투자은행들, 리먼 브러더스를 비롯해 월가를 끌고나간 투자은행들은 사실 종말을 고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은행의 기능은 전통적인 은행으로 넘어가 그 기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파생상품 거래는 여전히 활발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적어도 CDS는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마저도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니 빠졌던 사람이 툭툭 털고 일어나 쓱 걸어나가는 그런 형국 같습니다.

그럼 무엇이 끝났을까요? 형태상으로나 외형상으로나 변화가 별로 없습니다. 투기 금융자본에 대한 여러 규제가 수도 없이 논의되었습니다만 논의에 뒤따를 구체적 정책은 실현된 예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조그만 변화는 분명 있습니다. 우리는 세 가지 시소게임을 보고 있습니다. 경기의 번지점프와 케인스 주의의 시소게임, 금융 투기자본과 토빈주의의 시소게임, 마지막으로 이산화탄소를 양산하는 기존의 산업세력, 즉 브라운 세력과 탈이산화탄소를 밀고 나가는 그린세력간의 시소게임입니다.

▲ 이날 프레시안 주최, 부산시민센터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 ⓒ프레시안

첫번째 시소게임 : 경기의 번지점프 VS 케인스식 정부 개입

현재는 마치 큰 지진 후에 여진이 반복되는 현상과 같습니다. 번지점프하는 것처럼 경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죠. 1929년 대공황 이후에 번지점프 현상이 4번이 있었습니다. 그게 안정되고 난 이후에 케인스의 이론이 나왔죠.

이번 경제위기에는 번지점프 현상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케인스식 정부개입이 먼저 시작됐기 때문이죠. 시장과 정부의 시소게임이 1년 동안 벌어지고 난 이후 지금 경기가 다시 하강하려 하지만 정부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번지점프와 시소게임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일부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의 정부가 동시에 개입했습니다.

뉴욕에서 만난 한 교수는 결국 금융위기의 수렴이 1960년대 케인스 자본주의로 복귀할 것이라는 입장을 갖고 계셨습니다. 1960년대는 자본주의 역사상 황금시대로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 경제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개입했습니다. 시장과 정부가 쌍두마차 격으로 움직인 것이죠.

그 결과 소득이 상당히 평준화되고 중산층이 육성되었습니다. 중산층은 소비를 늘려 재화를 구입했습니다. 소비층이 두텁다는 것은 내수경제가 경제의 안정성을 뒷받침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폴 크루그먼이 주장했던 것 역시 1960년대의 케인스 주의입니다. 정부와 시장이 나란히 경제를 이끌어가서 중산층과 내수 경제를 육성하자는 것이죠.

두번째 시소게임 : 금융기득권 세력 VS 금융개혁 세력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시대는 끝났고 케인스식 국가개입시대가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시대는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동시에 세계가 믿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는 것 역시 확실해졌습니다.

▲ ⓒ프레시안

금융위기가 증명한 것은 세계화가 우리도 잘 모르는 사이에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1929년 대공황만큼 극적인 사태가 일어나자 세계경제를 주름잡던 투자은행들이 일시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이는 삽시간에 미국을 휩쓸고 곧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세계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세계화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유럽으로, 뉴욕으로 가서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이 세계화가 아닙니다. 세계화는 부산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부산의 어느 백화점 안에, 아니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백화점에 진열된 휴대전화의 기초기술은 퀄컴의 CDMA 기술입니다. 휴대전화의 총체적인 디자인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휴대전화의 핵심부품은 일본 제품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만든 부품을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구입해 장착하기도 하지만 만약 중국에서 나온 부품이 더 싸다면 세계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환율과 임금을 고려해 더 싸고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합니다.

그런데 화폐경제의 세계화는 실물경제보다 훨씬 더 즉각적으로 일어납니다. 자동차나 휴대전화가 다른 나라로 건너갈 때는 세관을 통과하는 과정 등 몇 달이 걸립니다. 그 후에도 몇 가지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금융 거래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바로 이루어집니다. 예고라는 게 있을 수 없습니다. 돈이 빠져나가도 그 이후에나 알 수 있습니다. 무역을 잘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머니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게 더 나은 상황입니다. 세금도 붙지 않습니다.

5년 전의 공식통계로 하루에 2조 달러의 돈이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마도 2조5000억 달러에 이르지 않나 추측합니다. 실물경제는 어떨까요. 5년 전 통계로 하루 무역거래는 200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250억 달러라고 가정해도 금융경제와 100배 차이가 납니다.

돈이 넘쳐나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고 있습니다. 외국의 전문기관이 한국의 주가를 높게 평가해 이 돈의 0.1%인 25억 달러만 한국에 들어와도 주가가 급등합니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으로 유입되면 자산가치가 뛰어오릅니다. 1990년대 후반 IT부문이 유망하다는 소문에 이 돈이 들어와 IT 붐을 일으켰다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붕괴되기도 했습니다.

이 돈이 그 후에는 어디로 갔나요? 석유부분에 몰려갔습니다. 1배럴당 20달러였던 유가가 50달러, 100달러, 심지어 150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어디로 갔을까요? 부동산으로 갔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어느 부분이 됐던 이 돈이 몰리면 값이 오르고 이 돈이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면 폭락합니다. 물건의 가치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돈을 먹는 머니 게임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이기도 합니다.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의 불일치에서 위기가 왔고 실물경제의 규모 자체도 지구 환경에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 부담이 기후변화를 불러왔고 환경 위기를 낳았습니다. 이런 이중의 불일치가 오늘날 위기의 모습입니다. 개인 이기심의 제한 없는 발동을 정당화하는 시민사회가 헤지 펀드의 투기를 낳은 것입니다.

카지노 자본주의의 고삐를 잡아야 합니다. 케인스식 개입으로 규제를 해야 하는데 케인스 학파 중 그 부분을 강조한 이가 토빈입니다.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미국 오바마 정권의 각료들도 토빈학파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토빈의 논리는 현재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금융자본에 고삐를 물리려면 금융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지금까지 논의는 많이 되었지만 실제로 시행된 적은 전무합니다. 지금도 시행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헤지펀드가 미국 증권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융 세력의 로비에 묶여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번째 시소게임 : 브라운 세력 VS 그린 세력

이번 금융위기가 낳은 스타가 3명이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셉 스티글리츠와 폴 크루그먼이 있고 금융위기를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가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금융위기이면서 동시에 실물경제의 위기로 연결되는 2중의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세 때문에 그들의 말을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의 눈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실물경제가 자연환경이 허용하는 범위보다 훨씬 더 커지면서 점점 지구에 피해를 입히기 시작한 부분에 주목해야 합니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길 들어보신 적 있나요? 전 세계의 꿀벌이 80%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는 꿀벌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식물의 수정이 되지 않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꿀벌에서 시작해 연쇄되는 종의 멸종이 인간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뉴욕을 들렀을 때 일입니다. 북극곰에 관한 국제회의가 열렸는데 현재 그들이 서식할 곳이 없습니다. 북극해 빙하가 녹다 보니 얼음을 찾아 수영하다 지쳐서 빠져 죽는 것입니다. '북극곰이 사라졌는데 내 인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라고 생각하십니까? 북극곰의 다음 차례가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물경제를 이끄는 카지노 자본주의를 자연환경과 연관 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적어도 석유 에너지가 우리의 핵심적인 에너지로 남아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환경파괴로 인한 피해를 인간이 눈감아 온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이 진정한 위기일 수 있습니다.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못 본 척했지만 이제는 이것들이 인간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석유 에너지의 지배 관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최근 등장한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등의 용어를 살펴보면 생산과정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비용은 좀 더 들 수는 있어도 석유 에너지보다는 신재생 에너지와 태양력 전지 등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이런 에너지를 쓰려면 석유보다 가격이 10배에서 15배 정도 들어갑니다. 이런 에너지를 쓰면 물가가 올라갑니다. 이런 부분이 계속 성장하면 좋겠지만 쉬운 과정을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가 천명한 녹색 성장이 쉬운 일이라면 누가 안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산화타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의 생산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녹색 성장 방향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불황이라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살펴보면 과잉 생산하지 않는 물건이 없습니다. 섬유제품, 즉 의복 같은 경우는 만들지 않는 나라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시장에서 생산자끼리 판매 경쟁을 해서 가격을 낮춰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요?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필요합니다.

세계에는 돈이 넘쳐나는데 갈 곳이 없습니다. 생산해서 돈을 벌어야 더 많은 돈이 투입될 텐데 그럴만한 대형 상품이 없습니다. 1929년 대공황이 결국 수습이 된 것은 193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상품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엔진기술이 개발되어 값싸게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어 자동차가 저가에 생산됐습니다. 교통수단에서 시작돼 텔레비전을 비롯한 전자제품, 비행기 등 그전에 없었던 제품들이 나와서 돈이 쏠리며 대형 경기가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형 경기를 이끌 수 있는 상품이 있나요? 석유보다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혁신이 필요합니다.

제가 보기엔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런 상품들이 개발되면 대형 경기가 가능합니다. 현재의 기술 장벽으로는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입니다.

이익의 사유화, 피해의 세계화를 뛰어 넘으려면

▲ ⓒ프레시안
이런 세 가지 시소게임을 두고 어떤 이는 3차 세계 대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현재 상황은 후자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일례로 그린세력과 브라운 세력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그린 세력이 점점 밀려나고 있어 조만간 코펜하겐에서 개최할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도 의정서가 채택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소게임은 극적으로 반전하는 경우도 있으니 기대를 접을 수는 없습니다.

금융위기의 수습과정에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위기를 일으킨 월가의 투기자본에 대해 미국 정부가 별다른 처벌을 내리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금융위기 최대의 피해자는 결국 납세자와 중소기업이었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개발도상국의 비정규직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정부는 납세자의 세금으로 금융 세력에게 상을 준 격과 마찬가지입니다. 월가는 다시 회복해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익의 사유화, 피해의 세계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본주의가 어디 있을까요. 신뢰가 깨진 자본주의가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양보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요.

위기를 자초한 이들은 책임을 저야 합니다. 금융은 분명 통제되어야 합니다. 금융경제의 복잡한 작동원리를 잘 모르는 이들을 속이는 것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래도 미국에서 오바마 정권이 등장한 것은 세계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카지노 자본주의에서 사회책임 자본주의로

또 하나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저는 사회책임투자(SRI)를 꼽고 싶습니다. 현재 SRI 펀드는 상당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약 5조 달러의 규모로 헤지펀드보다 더 많습니다. SRI는 기업 가운데 사회책임경영을 하지 않고 환경을 훼손하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SRI에 대한 국제기준인 ISO26000 역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현재 SRI 펀드는 한국 기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을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기업의 예를 들어 좀 그렇지만, 한화는 수류탄 같은 무기를 제작하고 있어서 사회투자펀드가 철수했고 삼성에서도 철수한 상태입니다. 착한 돈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헤지펀드 같은 투기자본만 들어오면 한국경제는 투기자본의 천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부터 사회책임의 차원에서 소비해야 합니다.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거나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서는 안됩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착한 기업이 만드는 제품을 사야 합니다. 이것에 책임소비입니다. 일을 해 돈을 벌면 일부는 저축을 하고 나머지는 소비를 하죠? 저축하는 돈을 은행 대신 SRI에 투자해 봅시다. 정부 역시 착한 기업과 이들의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투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듯 환경 문제를 중시하는 정당에 투표해야합니다. 사회책임을 다하는 시민이 한 사람에서 열 사람으로, 다시 100명에서 10만 명으로 될 때 사회책임 자본주의가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위기의 교훈은 개개인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책임 자본주의의 주인공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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