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종한 경성대 교수는 "한국으로 국한하자면 지방화의 위기 또한 심각하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서울 중심화에 따라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동화가 심각한 경제문제로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과 김종한 경성대 교수. ⓒ프레시안 |
부산, 울산-마산-대구-안동을 끌어 안아라
김 총장의 제자이기도 한 김종한 교수는 "세계화 진행에 따라 한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도 지방 도시는 오히려 침체되면서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금융-실물-환경위기에 더해 지방의 공동화 또한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구조"라고 했다.
김 총장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가장 오래된 문제이면서도 새로운 문제"라며 "부산을 예로 들면 서울과 부산 간 교통을 편리하게 할수록 오히려 돈과 인재와 정보가 모두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게 현실"이라고 동의했다.
김 총장은 대안으로 지역도시가 중심이 되는 대규모 지역공동체 건설을 들었다. 해양도시인 부산의 경우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해협경제권' 구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일본의 오사카를 예로 들며 "도쿄에 경쟁이 되지 않은 오사카는 인근 교토와 나라, 고베를 끌어 안아 철도망을 확충하면서 공동 경제권을 만들었다"며 "이에 또 소외된 후쿠오카와 큐슈 등 서북부 9주는 그에 대항해 해협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 울산과 마산, 나아가 대구와 포항, 안동까지 아우르는 해협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김 총장은 또 "인근 지역도시와 부산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부산이 다른 도시에 줘야 할 게 있다"며 "부산 신공항(동남권 신공항)을 가덕도에 세우는 것은 부산이 다른 도시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인근 지역도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과 경남, 대구, 경북, 울산 등 동남부 도시들이 동북아 제2허브공항을 동남권에 만들자는 생각으로 지난 2007년 건설 합의한 신공항이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최종 후보지로 압축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부처가 아니라 서울대를 이전하자
김 총장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한 청중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이 중심이 되는 메가시티 구조에 한국 사회의 모든 가치가 함몰되는 시대인데, 생태 보전을 주장하는 김 총장이 부산에도 거대 경제권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이유다.
김 총장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다른 도시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자는 것이지, 서울처럼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메가시티가 돼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세계화가 이처럼 진행되는 시대에 지역이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하나의 지역단위, 예를 들어 경상도로 보자면 경상도 전체가 하나의 독립된 경제권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되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이 모델로는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세종시 건설을 반대했다"며 "단순히 행정부서를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새 수도가 서울을 대체할 역량을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신 서울대를 이전하는 게 더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게 단순히 행정부서 몇 개를 지방에 가져다놓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며 "나아가 외국 유명 대학 아시아 분교를 유치해 지방이 아시아의 '브레인 시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입구를 찾을 것인가
▲"생활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모델이 자본주의의 수탈적 성격과 공생 가능할까." ⓒ프레시안 |
김 교수는 "김 총장께서 위기탈출 입구로 녹색성장을 꼽으셨는데, 어떤 기술혁신으로 녹색정책의 저성장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는다"며 "꼭 녹색 정책만이 입구인지, 다른 입구는 없는지도 고민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유비쿼터스 기술 등은 새로운 차원의 입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책임 자본주의에 대해 김종한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유럽에서 빌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인 사회책임 자본주의 모델로서 현재 유럽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생활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등의 모델을 사회 전반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며 "이런 모델이 자본주의가 가진 수탈적 성격과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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