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자, 청와대는 13일 "남북 정상회담 때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고 환영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풍계리 갱도를 폭파하는 다이너마이트 소리가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여정의 첫 축포가 되기를 바란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두 나라 지도자 사이에 믿음이 두터워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기상 상황 등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25일 사이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만약 오는 23일에 핵실험장을 폐기한다면, 미국 현지 시간으로 22일인 한미 정상회담 날짜와 겹친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시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 폐기 의지’를 내비친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장면을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한국 기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여러 나라의 언론인을 초청한 것은 핵실험장 폐기를 국제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 북한이 일본 기자들을 검증단에 끼워주지 않은 데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의 선택이라 저희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아직 일본과는 공식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과 연관 있는 듯하다"고 추측했다.
"북한, 사실상 유일한 핵실험 가능 장소 폐기"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4개의 갱도가 있다. 1번 갱도에서 1차 핵실험이, 2번 갱도에서 2~6차 핵실험이 일어났다. 3번 갱도는 핵실험할 수 있도록 완벽한 상태로 유지됐고, 4번 갱도는 최근까지 핵실험용으로 굴착 공사를 진행하던 곳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 의미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4곳 갱도를 폭파하고 인력을 철수한다는 것은 최소한 앞으로는 미래의 핵에 대해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핵무기는 소형화, 고도화돼야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데, 그런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풍계리 외 장소에서 또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북한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사실상 거의 유일한 장소가 풍계리"라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는 것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은 굉장히 까다롭다. 미국의 경우 사막 한가운데나 낙진이 퍼지지 않을 수 있는 태평양 한가운데 섬 등에서 핵실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땅이 좁아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적고, 풍계리는 암반층이 단단해서 핵실험을 할 수 있고 가까운 곳에 도시가 없는 거의 유일한 장소라는 것이다.
선사찰을 해서 북한의 핵 개발 기술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첫 술에 어떻게 배부른가. 물론 비핵화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비핵화라는 게 긴 여정이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전문가가 같이 한다면 여러가지로 사전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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