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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전북무형문화재 이종덕 방짜유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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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전북무형문화재 이종덕 방짜유기장

수천 번 두드려 만들어내는 금속공예의 장인...방짜유기의 맥 잇기 온 힘

전북 최초의 무형문화재 43호로 지정된 방짜유기장 이종덕 명인.
문화와 예술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이다. '예술의 고장'인 전북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찾아 작품세계와 삶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최근 웰빙시대를 맞아 방짜유기가 웰빙 그릇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방짜유기가 높은 품격과 함께 신비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방짜유기란 1,300℃가 넘는 치솟는 화염 속에서 단단한 놋쇠에 수천 번의 망치질을 거듭하며 만들어낸 ‘황금빛 그릇’을 말한다. 방짜란 충청도 사투리로 아주 좋은 사람이나 물건 등을 비교해 최상의 위치에 있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따뜻한 음식을 오래 지속시켜 주며, 그 맛도 배로 만들어 준다. 특히 식중독 세균을 사멸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전북에는 국내 최고의 방짜유기 명인이 있다. 전북 최초의 무형문화재 43호로 지정된 방짜유기장 이종덕(57)씨가 그 주인공이다. 방짜유기의 맥을 잇고 새로운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이종덕 명인을 만나봤다.
이종덕 명인이 만든 방짜유기.
◇ 전북 전주는 예로부터 방짜기술의 중심지 명성

한국 유기의 역사는 청동기 유물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오래됐다. 철기시대 접어들며 잠시 자취를 감췄던 우리 유기기술은 삼국시대에 접어들며 다시 발달한다.

조선시대 접어들며 체계화된 유기기술은 놋쇠로 만든 생활용구를 제작하는 데에 폭넓게 사용된다. 특히 임금님 수라상에 사용될 만큼 무독, 무취, 무공해 금속제품인 유기는 음식을 담는 최상의 식기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유기는 1960년대에 들어와 푸대접을 받기 시작한다.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같은 화학제품에 밀려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6.25 전쟁을 거치며 수많은 공방시설이 파괴되고, 유기기술은 그 명맥을 잃는 듯 했다.

전북 전주지역은 6.25 전만 해도 대규모 유기공장이 있었던 지역으로 방짜기술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전주와 남원에 유기장들을 관리하는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전주를 중심으로 익산의 이리유기점, 김제 금산에 원평유기점 등이 있어 주발과 대접, 식기는 물론 징, 꽹과리 등의 악기를 생산하던 방짜 공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 전북의 강한 전통공예 발판삼아 전주서 ‘둥지’

충남 부여 출생인 이종덕 명인은 어려서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주물공장에 취직해 쇠붙이를 녹인 쇳물을 일정한 틀 속에 붓고 굳혀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쇳물을 녹여 그릇을 만드는 일에 흥미를 느낀 그는 독학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방짜유기 제작의 길을 걷게 됐다.

공예 제작은 못 배운 사람들이나 하는 천한 일이라고 여긴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명인은 유기 제작을 평생의 업으로 삼기로 했다. 단 하루를 살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행복하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그는 1992년 경기도 의왕시 나자로마을에서 공장을 설립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넓혀가기 시작한다. 이후 2006년 전주로 터전을 옮기면서 전북의 강한 전통공예를 발판삼아 6년 전 김제 원평에 개인작업장을, 익산에 공동작업장을 만들게 됐다.

김제 원평 공장은 5명의 직원이, 익산 공장에는 9명의 직원이 한마음으로 방짜유기 만들기에 일조하고 있다.
이종덕 방짜유기 명인이 1300℃가 넘는 치솟는 화염 속에서 묵묵히 용해로와 화덕을 오가며 단단한 놋쇠를 두드려 황금빛 그릇을 만들어내고 있다.
◇ 전북무형문화재 지정...국내 최고 ‘방짜유기’ 명인 명성

전주에서 안착하기까지 시련도 많았다. 최고의 전통공예제품을 제작했지만 심한 텃세 탓에 실패와 좌절을 겪기 일쑤. 그러나 이 명인은 거센 시련을 맞을수록 오히려 단단하고 강해졌다.

그는 “당시만 해도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제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아픔과 상처를 받았다”며 “아마도 아내가 이해해주지 않고 보듬어주지 않았다면 정말이지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믿어주고 응원해준 아내가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묵묵히 방짜유기 외길을 걸어온 그는 2006년 제31회 전승공예대전 본상, 2007년 청와대 대통령 전용식기 제작, 2010년엔 전북공예품 경진대회 금상을 수상하며 2011년 전북무형문화재 제43호에 지정됐다.

이종덕 명인은 한국의 유기는 지구촌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극찬한다. 옛 백제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기술과 제작방법으로 완성된 한국 유기의 우수성과 가치는 세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리 속에 주석이 용해되는 최대용량은 14%로, 이를 초과하면 성형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메질을 통해 재료의 강도와 탄성을 증가시키는 단조기술을 바탕으로 주석을 22%나 함유하고도 성형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세계에서도 유래 없는 고유의 유기성형기술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이종덕 명인은 순도가 가장 좋은 구리와 주석을 조달청으로부터 매입하고, 14단계에 걸친 수작업 공정으로 명품 방짜유기를 제작하고 있다. 징이나 꽹과리도 전통방식의 제작을 고집해 타 공방의 악기보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종덕 명인이 만든 작품 중 꽹과리와 징은 국립국악원, 김덕수 사물놀이 등 국내 최고의 팀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릇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아 전 노무현 대통령 전용식기로 채택될 정도로 국내 최고의 방짜유기로 알려졌다.
이종덕 방짜유기 명인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 방짜유기 체험관-아카데미 만들어 ‘방짜유기 참 멋’ 보여주고파

이종덕 명인은 유기에 대한 체계적 공부를 위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금속공예과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한 국내 유일의 ‘석사 방짜유기장’이다. 이 명인은 최근에는 전통기술은 유지하되, 그것을 현대적으로 접목시키기 위한 연구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방짜유기는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수작업 위주의 공정과 대량생산이 힘들다는 점 때문에 갈수록 기술을 전수받겠다는 이가 줄어들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며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명인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방짜유기 기술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작업 공정과 기계화 공정의 적절한 조화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전통공예시장에서의 판로 개척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다.

이종덕 명인은 자신이 열정을 다해 만든 방짜유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명인은 ‘방짜 진품명품’ 이벤트도 가끔 열고 현장에서 현미경 등 장비를 이용,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유기 가운데 진짜 방짜와 가짜 방짜를 구별해 주고 있다.

이들 주물 제품이 방짜로 둔갑하는 비양심적 행위들에게 보낸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의 의미도 있다.

이종덕 명인은 전주한옥마을서 방짜유기 체험관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방짜유기의 참 모습을 알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방짜유기 아카데미를 만들어 기술전수 교육을 하고픈 마음도 가득하다.

이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온 가족이 나서서 이종덕 명인의 일을 돕고 있다.

아내와 조카는 전주 한옥마을 전시관서, 큰 딸과 큰 사위는 김제공장서, 둘째 딸은 대학졸업후 이 명인의 권유로 방짜유기 전수자의 길에 들어섰다. 인근 웨딩거리에서 방짜유기 기술을 활용한 악세서리 공방도 별도 운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방짜유기 명품 가족’이다
방짜유기는 따뜻한 음식을 오래 지속시켜 주며, 그 맛도 배로 만들어 준다. 특히 식중독 세균을 사멸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 “방짜유기 새로운 부활 이루고 많은 후계자 배출”

한편 전북무형문화재보존협회 이사장인 이종덕 명인은 미래의 무형문화재 양성을 위해서도 열정적이다.

지난 2015년 창립한 전북무형문화재보존협회는 현재 40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무형문화재만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공예인과 전통과 현대를 접목해 작업하는 공예인들도 가입할 수 있다.

협회는 월1회 모임과 매년 2~3월쯤 정기총회를 개최, 회원들의 친목과 합동 전시회 등을 협의한다.

전북무형문화재보존협회는 오는 6월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운현궁에서 전시회를 준비 중에 있다.

“저는 전통을 잇고 있는 전북에서 방짜유기의 전통을 잇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방짜유기 및 전통공예의 새로운 부활을 이루고 많은 후계자를 배출하고 싶다.”며 전북도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도 잊지 않았다.

특히 그는 앞으로 유기가 지닌 과학적 기능에 주목, 유기의 웰빙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오늘도 1300℃가 넘는 치솟는 화염 속에서 묵묵히 용해로와 화덕을 오가며 단단한 놋쇠를 두드려 황금빛 그릇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종덕 명인의 손끝에서 또 하나의 문화가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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