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감수성을 갖고 있어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자기를 희생할 수도 있는 의인들 말입니다. '청년의인당' 어떻습니까? 의를 구하는, 의를 이 세상에서 구현하려는 청년 의인들이 모인 정당!" (<청년의인당>(책세상 펴냄))
정치경제학자가 소설을 썼다. 그것도 장편소설을.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공상' 정치소설이다. 물론 구조적 문제임을 양해하지만, 한국 지식인들은 때론 반쪽짜리인 경우가 많다. 전공 분야 논문이 글쓰기의 전부다. 미국에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대중 경제서를 쓴다. 로스쿨 교수는 추리소설을 쓴다. 그런 점에서 저자 최태욱은 이채롭다.
본래 저자는 "선거제도 개혁이 청년을 포함한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약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해온 터다. 주장을 들고 끊임없이 여의도와 학계와 대중 사이를 넘나들었고, 지금도 발걸음은 부산하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골은 넓고도 깊은 법. 불교식 표현을 빌리자면, '근기(根器)'에 따라 방편을 달리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엔 정치소설이다.
소설 속 '위트레흐트 결의'의 꿈은 비례대표제 국가였다. 사회적 합의주의 국가였다. 보편적 복지국가였다. 누구나 평등하게 자유를 누리는 진보적 자유주의 국가였다. 소설이라고 바람에 돛을 달았겠는가. 정치 개혁의 과정은 험난했다. 때로는 순경로로, 때로는 역경로로. 소설은 중도-진보 연립정부가 들어서고,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시민의회가 구성되고, 시민의회가 제안한 헌법안이 통과되면서 87년 체제를 극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진부한 표현으로 해피엔딩이다. 소설 속 핵심 화자가 한석 교수인데, 소설 밖 최태욱을 그대로 투영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저자의 욕망과 열정, 그리고 자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
덧붙여 '청년정치크루'라는 모임이 있다. '청년정책 싱크탱크'를 표방한다. 정치권은 항상 청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공염불이다. 청년들 역시 정치를 외면한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율은 매우 저조하다.
이런 문제의식이 정치 교양서 <청년정치>(바른북스 펴냄)로 이어졌다. 문제의식만으로도 고맙다.
다시 촛불을 묻는다. 형사 처벌 본위의 적폐청산은 헌법 친화적인가. 역대 대통령 자신과 가족들의 명운을 조용히 되돌아보자. 인물 탓인가, 제도 탓인가. 과연, 독점 권력과 국가폭력기관과 재벌로 이어지는 앙시엥레짐을 적폐청산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최태욱은 제도개혁을 목 놓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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