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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햄버거의 비극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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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햄버거의 비극은 진행형

[안종주의 안전사회] 햄버거 먹고 장애인 된 아이 엄마의 절규

여기 통곡하는 한 엄마가 있다. 그 엄마는 그날 맥도날드 매장에 가지만 않았더라면 하고 후회하고 있다. "아이에게 '해피밀 불고기 버거 세트'를 먹이지만 않았더라면 오늘의 비극은 없었을 텐데"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엄마의 두 뺨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아이는 '해피밀 세트'를 먹고 지금 콩팥 기능이 거의 망가진 2급 신장장애인이 됐다. '해피밀 세트'가 아니라 '언해피밀 세트'였다.

그는 분노하고 있다. 지금은 여섯 살인, 비극이 잉태된 2016년 당시 네 살배기 아이의 잘못으로 콩팥이 망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준 것이, 그것을 먹은 것이 부모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결코 죄가 될 수는 없다.

그는 그날 아이에게 사 먹인 햄버거 때문에 엄마로서도 난생 처음 들어보는 희귀한 질병인 용혈성요독증후군에 아이가 걸려 지금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 검찰 등 정부 어느 곳에서도 자신들의 사연을 '나몰라' 하는 것 같아 화가 끝없이 치밀어 오른다.

햄버거 말만 들어도 소스라치는 엄마의 고통

두 아이의 엄마인 최은주 씨는 햄버거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미어진다. 그리고 2016년 9월25일 일요일 오후 3시께 있었던 일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네 살 딸과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집 인근인 경기도 평택 용이동에 있는 맥도날드점에 들렀다.

아이들은 2300원짜리 '해피밀 불고기 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이 세트는 미취학어린이에게 큰 인기였다. 장난감을 함께 주기 때문이었다. 그날따라 장난감은 이미 다 나갔고 <나는 스쿨버스>란 책자를 사은품으로 받았다. 큰 아이는 햄버거를 게 눈 감추듯 꿀꺽 다먹어치웠다. 둘째는 아버지와 함께 나눠 먹었다.

그런데 그게 다행히도 둘째 아이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았다. 평소 자주 패스트푸드점에 들르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았다. 매장 안에서 먹을 수도 있고 자동차를 타고 주문한 뒤 햄버거를 받아갈 수 있는 드라이브인 매장이었다.

집에 와서 저녁때가 되었지만 아이는 "배가 안 예뻐"라면서 저녁을 먹지 않으려 했다. 아이를 씻기고 재웠다. 밤 12시에 아이가 갑자기 설사를 했다. 아이는 씻고 그냥 자겠다고 했다. 작은 아이도 새벽에 가벼운 설사를 했다.

아침이 되어 증상이 심하지 않은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냈다. 둘째는 상태가 나빠 아침 9시에 동네 소아과의원에 데려갔다. 진료실에서 구토를 했다. 하루 전 햄버거를 먹었다고 했지만 의사는 급체·소화불량이라고만 했다. 유산균제제 하루치를 받아왔다.

의원-대학병원 전전, 오진에다 세균 검사도 하지 않아

하지만 상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8시 30분에 이번에는 소아과가 아니라 동네 다른 가정의학과·내과 의원에 들렀다. 의사는 심한 장염이라고 진단했다. 약국에서 경구약을 조제 받았다. 집에서 기저귀를 살펴보니 호박색의 설사에 점액질이 보였다. 놀라 의사에게 전화했다. 혈변일 수 있으니 다시 오라고 해 수액주사를 맞았다.

저녁이 되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바닥에 누워 배가 아프다며 "아이구, 아이구" 하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신음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아이가 지금처럼 중증장애인이 될 것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냥 심하게 아픈 것 정도로만 여겼다.

소아응급실이 있는 수원 아주대병원에 데려갔다. 2시간 가량 대기해야만 했다. 의사는 장중첩증이라서 48시간 내 시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초음파진단을 네 번이나 했다. 하지만 깨끗한 영상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된 판독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아이에게 조영제를 먹인 뒤 어쩔 수 없이, 다시 말해 선택의 여지없이 방사선을 쬐게 만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의사는 심한 장염으로 장벽 세포가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혈변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용혈성요독증후군과 장출혈성대장균 이야기를 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수족구병은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지만 용혈성요독증후군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대장균은 알겠는데 장출혈성대장균은 또 뭐란 말인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그는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의사는 수치를 보여주며 급성신부전이 왔기 때문에 아이는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엄마로서 속수무책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치료법도 없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혼자 아이를 데리고 30일 오후 서울 강남의 삼성서울병원으로 갔다.

삼성병원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 진단서에선 햄버거 언급 없어

삼성병원에서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이며 이는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질환은 법정 감염병이기 때문에 격리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1군 법정감염병이다. 이런 환자가 병원에 오면 즉시 보건소나 방역 당국에 신고하게끔 되어 있다. 제1군감염병은 마시는 물 또는 식품을 매개로 발생하고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감염병을 말한다.

아이는 소아격리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며 이전 병원에서 했던 검사를 다시 처음부터 했다. 뇌경련이 왔다며 한바탕 난리법석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수는 차분히 지시를 내렸다. 이 질병이 어떤 증상과 경과를 거치는지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교수는 24시간 혈액투석을 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고도 했다. 스스로의 면역 기능으로 회복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고 덧붙였다. 패혈증도 왔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생존 장치인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화장치)도 4일간 가동했다. 이 장치는 몸 밖에서 인공 폐와 혈액 펌프로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한 후 체내에 넣어주는 기기로 삼성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에 몇몇 대학병원에만 있다. 힘겹게 생명을 건진 뒤 소아중환자실에서 두 달간 지냈다.

의사는 이런 질환이 조리기구가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되는 등 위생불량과 병원성대장균에 오염된 가공육 패티와 소시지를 덜 익혔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세균검사를 했으나 세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 이전 병원에서 항생제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병원성대장균은 사라지고 독소(시가톡신)만 남아 각종 장기를 파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세균이 검출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항목이 있다며 보호자가 전액 부담을 약속하면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생명이 풍전등화인데 돈 때문에 검사와 치료를 못 받겠다는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시가독소는 나왔다.

맥도날드에 신고,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엄마는 맥도널드 본사의 소비자고객센터에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야기하며 신고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신고를 받아도 현장에 나가지 않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라고 했다. 기댈 곳이 없었다. 마침내 한국방송 등 공중파 방송 3사에 차례로 인터넷게시판을 통해 고발했다.

KBS에도 전화했다. 이틀 뒤 기자로부터 회신이 왔다. 방송에서 아이템으로 다룰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해 10월부터는 모든 언론사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다루느라 정신이 없었다. 햄버거병에 관심을 두는 언론사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최순실 사태가 햄버거병의 진실을 드러내고 아이의 억울함을 제때 풀어줄 수 있는 길을 가로막은 셈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뒤 지난해 5월에서야 방송이 이 사안을 다루어주었다. 뒤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최 씨는 언론사 제보 전에 소송을 맡아줄 로펌에도 연락했다. 한결같이 상담은 잘해주었지만 상대가 맥도날드인 것을 알고는 하나 같이 승소하기 어렵다며 소송 맡기를 거부했다.

방송 후 한국방송 기자의 도움으로 KBS 자문변호사였던 황다연 변호사 쪽에서 연락이 왔다. 얼른 찾아갔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맥도날드를 형사고소했다. 맥도날드의 나몰라하는 태도가 너무 괘씸해 황 변호사를 통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이 아닌 형사고소를 먼저 한 것이다.

압수수색 검찰 철석같이 신뢰, 결과는 불기소

사건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맡았던 팀에 배당됐다. 담당 배철성 검사는 "아이가 너무 어린데 이런 고통을 겪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밝혀내지 못하면 아무도 못 밝힌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와 원료(쇠고기 패티) 공급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압수수색까지 할 정도면 뭔가 나올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쇠고기 패티 원료에서 시가독소가 나왔다. 그 순간 "아! 이제 밝혀지는구나"라고 여겼다. 하지만 허망하게도 검찰은 증거 불충분이라며 맥도날드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리고 말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는 생각에 분노가 더욱 치밀었다. 최 씨는 뒤돌아보면 아이가 혈변을 볼 때 설사 가검물(검삿감)을 병원이 검사해주도록 요구했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어 그러지 못한 것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원망의 대상에는 맥도날드와 검찰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리고 대학병원도 포함된다. 2016년 사건 발생 당시 식약처에 불량식품신고를 했다. 식약처는 평택시청 위생과로 하여금 아이에게 햄버거를 사먹였던 매장에 대한 위생점검을 벌이게 했다. 하지만 맥도날드 매장에서 패티를 조리하는 온도에 별 문제가 없었다는 허무한 대답만 들었다.

병원, 보건소, 질병관리본부, 식약처 모두 역학조사 외면

질병관리본부 쪽은 상담부서에서 전화로 40분간이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하지만 병원이나 보건소 쪽이 신고를 해주어야만 자신들이 현장에 나가 역학조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주대병원과 삼성병원 쪽에 역학조사를 신청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병원 쪽에서는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진단서도 두 달이나 지나 발급해주었다.

삼성병원에서는 실제로 아이를 격리한 뒤 치료했지만 나중에는 무슨 까닭인지 격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고를 제때 하지 않아 감염병 관리법 위반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지 아니면 나중에 재판이 있을 경우 병원 쪽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인지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병원 의사들이 치료 외에 원인 규명과 같은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먹었던 그 햄버거는 이미 아이 뱃속을 지나 설사 등으로 몸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직접 증거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조금씩 남겨 집에 가지고 와 검사를 대비해 냉장고에 보관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식의 증거불충분으로 가해회사를 기소하지 않는다면 식품회사는 앞으로 사실상 처벌이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모골이 송연할 따름이다.

엄마를 아프게 만든 것은 또 있다. 인터넷에서 횡행하는 악성댓글 때문이다. 아이의 사연이 방송된 뒤 인터넷에서는 "아이에게 햄버거를 처먹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맘충이다." "아이를 가지고 돈 벌려 한다." "안 뒈져서 다행이다." 등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악담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엄마는 아직도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아이는 지금도 매일 10시간 정도 복막투석을 받고 있다. 콩팥은 90% 가까이 손상됐고, 배에 구멍을 뚫어 투석하고 있다. 신장장애 2등급 장애인이다. 아이에게 "손상된 신장 기능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말을 엄마는 차마 해줄 수가 없다. 침대에서 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알림이 울리게 해놓았다. 생명과 직결되는 호스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아이는 밤잠을 설친다.

평생 고통 속에 세상을 살아야 하는 여섯 살배기 여자아이. 누구의 잘못으로 이 끝없는 고통은 그칠 줄 모르는가. 그날 햄버거를 사준 부모 탓인가. 햄버거를 먹은 아이 탓인가. 패티 원료 공급업체 때문인가, 맥도날드 회사 때문인가. 병원과 식약처, 질병관리본부, 검찰은 아이의 고통을 들어주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는가. 아니면 외려 고통을 가중시켰는가. 이 글을 찬찬히 읽은 이라면 그 해답을 알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의 고통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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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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