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영국에서 게이, 레즈비언 취업차별 개선 조짐 보여
영국의 게이, 레즈비언과 같은 성적 소수자가 직업을 구하는데 차별적 시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는 개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2017년에 별도의 방식으로 조사 연구한 결과를 비교해 그 윤곽이 드러났다.
영국의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 닉 드라이다키스 교수 등은 2015년 대학생 2000여 명이 자신을 게이와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이력서를 사원 모집 회사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연구한 결과, 성적 소수자가 이성애 지원자에 비해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서섹스 대학 벤 에벌리 교수는 2017년, 남녀 대학생이 자신을 게이와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이력서를 남녀 CEO가 심사하는 형식으로 조사 연구한 결과, 드라이다키스 교수팀의 연구 결과와 조금 다른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에벌리 교수팀 연구 결과, 여성 CEO는 이성애자 지원자보다 성적 소수자 지원자를 선호했지만 남성 CEO는 반대의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소수자에 대해 여성 CEO가 더 호감을 갖는 것으로 밝혀진 연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의 두 조사는 방법론 등이 달라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영국 사회의 성적 소수자를 향한 견해나 태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를 보면, 연구에 참여한 2312명의 남녀 대학생들은 성적 정체성만 다를 뿐, 다른 기재 사항은 동일하게 쓴 이력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자신을 모두 21살, 대학 3학년생, 영국 출신에 미혼, 평균 성적 2등급이라고 소개하면서 게이나 레즈비언, 또는 이성애자 남녀라고 밝힌 이력서를 공기업과 사기업 사원 모집에 1만1098번 제출했다.
그 결과 동일한 기술과 경험을 가졌음에도 성적 소수자들이 인터뷰 통보를 받은 수치는 이성애 지원자에 비해 5% 적었다. 인터뷰를 하러 오라고 통보한 기업에서도 게이 지원자가 제시 받은 급여는 이성애 지원자에 비해 평균 2% 적었고, 레즈비언 지원자도 이성애 지원자에 비해 1.4% 적었다. 성적 지향에 따라 취업 조건에서 차별이 나타난 것이다.
한편 서섹스 대학 연구의 경우 남녀 CEO 400명에게 게이와 레즈비언, 이성애 남녀라는 성적 지향만 차이가 있을 뿐, 전문성이나 경력은 동일하게 기재된 취업 지원자의 이력서를 무작위로 심사해서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점수를 주도록 했다.
남녀 CEO들은 성적 정체성의 파악이 가능한 이력서에 대해 1(가장 부적절)~7(가장 적절)점으로 등급을 매기도록 요청받았다. 그 결과 여성 CEO들은 게이와 레즈비언 지원자에게 평균 5.21점을, 이성애 남녀 지원자에게 평균 4.8점을 주었다. 반면 남성 CEO들은 게이와 레즈비언 지원자에게 4.6점을, 이성애 남녀 지원자에게 4.93점을 주었다.
여성 CEO는 동일한 조건일 경우 게이와 레즈비언 지원자를 이성애 지원자보다 우선적으로 채용키로 한 것과 달리 남성 CEO는 이성애 지원자를 더 선호했다. 여성 CEO들은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더 유능하고 다정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반해, 남성 CEO들은 이성애 지원자들이 더 유능하다고 판단했으며, 이런 평가 차이가 고용의 차이로 나타났다.
영국은 2010년 차별금지법이 시행되어 차별 철폐와 공개적이고 투명한 인사관리 등이 강조됨에 따라, 성 소수자 차별 상황이 개선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두 번의 조사 연구 결과, 성적 소수자들은 여전히 취업 시장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등 장벽에 막혀있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고용 결정 시 남녀가 팀이 되어 지원자를 심사한다면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적 대우를 줄일 수 있으리라는 제안이 제기됐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영국 사회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태도가 더 개선될 때까지 성적 소수자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어떤 경우에 공개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에벌리 교수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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