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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민심'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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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민심'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싸우자"?

[기자의 눈] "한미FTA 반대는 김정일 지령"이라는 괴담은?

10.26 재보선 다음 날 이명박 대통령은 "재보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특히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그날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구체적 향후 방안에 대해선 조금 지켜봐달라고 부탁드린다"면서 "표심에 대해 깊이 새기고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으니 이에 대해 후속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고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명박산성'의 주인공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청와대 경호처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청와대의 첫 민심 수습 방안이 나왔다. 민심을 잘 수용할 수 있도록 수석비서관들이 매일 아침 회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31일에는 "청와대와 부처들이 외부 인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팀을 짜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나왔다.

이에 대해 민심은 심드렁했고, 구체적 내용도 없고 인적 쇄신도 없다는 한나라당의 반발도 따랐다. 급기야 소장파 의원 25명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하는 연판장까지 돌렸다.

그리고 7일, 재보선 이후 청와대와 정부 차원의 구체적 액션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에선 정무수석이 여당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발송했고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선 대검 공안부 주재로 경찰청, 외교통상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석한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렸다.

청와대와 검찰이 젊은 세대와 이들이 소통하는 SNS에 던진 첫 번째 직접적 메시지는 "싸우자"였다.

ISD,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가 되다

▲ 지난 2008년 6월 19일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며 고개를 숙이던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은 여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젊은층의 직접 행동이 처음으로 나타난 지난 촛불정국에 대해 "우리는 2008년 광우병 사태에서 거짓이 어떻게 진실을 압도하는지 똑똑히 목격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뒷산에서 대통령이 들었다는 아침이슬 노랫소리는 잊은 지 오래였다.

김 수석은 "FTA가 반미 선동의 도구가 되고 있다"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해선 "한나라당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다. 가치는 타협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싸워 획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황식 총리가 "ISD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제사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더니 청와대 정무수석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고 의미부여한 것이다. "ISD가 크게 위험한 것이 아니다"는 차원도 넘어 아예 이명박 정부가 지켜야할 국정 기조, 핵심가치가 된 것이다.

김 수석은 '김일성의 길이냐 박정희의 길이냐'며 색깔론도 서슴지 않았다. 한·미 FTA 처리에 반대하는 세력은 반미주의자, 친북주의자가 됐다.

"G20하면 450조", "FTA반대는 김정일 지령" 같은 괴담은 어쩌나?

청와대가 이 지경인데 검찰이 가만있을 수 있으랴. 공안대책협의회를 거쳐 검찰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시위와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에 구속수사를 하는 등 강경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 사범 처벌은 '미네르바'사건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고 구속 결정은 법원의 소관이라는 것은 중요치 않아 보였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나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 드러났듯, 검찰의 기소만으로도 사람들 입에 재갈을 물리고 괴롭힐 수 있다는 경험에 의거한 것인 듯 싶다.

법리가 그리 중요친 않아 보이지만 완전히 무시할 순 없는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 적용에 힘을 실었다. 허위사실 유포로 피해를 입은 단체를 위해 민사소송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국가기관의 손해배상에는 나설 수 있을지 몰라도 민간 분쟁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것엔 살짝 눈을 감았지만 이 역시 촛불집회 당시 이미 벌어졌던 일이다.

물론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으로 도망갔고 협상 당사자들은 총살당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인터넷 괴담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색출해 보니 중학생', '친구한테 장난 문자 메시지'였던 전례가 수두룩하다. 다 구속수사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이런 괴담은 어떤가 싶다. "G20서울회의의 경제적 효과가 450조 원이다", "한미FTA로 우리 경제영토가 세계에서 제일 넓어졌다", "한미FTA 반대는 김정일의 지령이다", "종편 만들면 일자리 2만 개 생긴다" 이런 허위 사실의 유포자는 대다수 국민들이 다 안다. 구속수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누가 바보인지 내년에 보자

어쨌든 청와대와 검찰은 10.26 재보선 민심에 대해 이렇게 화답했다. 여당 의원들에게는 강행처리를 독려하는 채찍질을 했고, 불안해하는 대중을 향해선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대신 "그 입 다물라"고 겁박했다.

"바보도 경험으로부터는 배운다"는 말이 있다.

이 정권을 잘 모르고 2008년에 이어 다시 반대하는 사람들이 바보인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미네르바 재갈 물리기·PD수첩 기소 등 '촛불 뒤끝'이 결국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까맣게 잊어먹은 이 정권이 바보인지는 아마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판가름 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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