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달 말 미국 의회 연설문을 미국의 로비업체에 맡긴 일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관례"라는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을 지낸 양정철 전 비서관은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연설문의 초안을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것이 관례라는 주미 한국대사관과 외교통상부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대통령 연설문은 사실상 국가 기밀로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까지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도 극히 일부만 공유하는 내용"이라면서 "특히 외국 순방시 현지 연설을 지금처럼 국가간 외교전쟁, 경제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지 업체에 맡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담당 실무자로서 그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 확인해본 결과 김대중 정부와 그 이전 정부에서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마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춘추관장을 지낸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특히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통령 구술로 초안을 작성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었다고 한다"고 거들었다.
양 전 비서관은 주미 대사관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청와대에 대해서도 "우리가 일했던 것을 비춰볼때 청와대와 상의 없이 대통령 관련 예산을 담당 부처와 공무원이 마음대로 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대통령 관련 예산은 반드시 청와대와 상의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다. 만약 문제가 될 경우 대통령에게 누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부처와 공무원이 임의로 판단한다는 것은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 청와대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7일 일부 언론에 주미 한국대사관이 미국에서 명사들의 연설문 작성을 대행하는 로비업체인 '웨스트윙라이터스'에 이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등 3개 연설문 초안 작성 등을 맡기면서 4만 6500달러(한화 5200여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주미대사관의 일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웨스트윙라이터스에 의뢰한 것은) 주미한국대사관이 청와대 안팎의 여러 의견을 듣는 한 과정이었을 것"이라며 이런 과정은 일종의 '관례'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장 "자문활동으로 이해해달라"
또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대통령 연설은 우리 연설비서관과 참모들이 작성한 것"이라며 "귀중한 기회니까 미국 의회에서도 어떤 기대를 갖는지 자문활동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그는 "외국 연설문은 해당 국가의 관심있는 이슈에 대해 해당 한국대사관에서 취합해서 자료를 보내오고 있다. 그 중에 미국 업체가 대상기관이었던 것같다"면서 "그 절차는 과거부터 내려오는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도 "미국에 가서 국빈연설을 하는데 주미대사관의 의견을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면서 "여러 곳의 의견을 받았고 주미대사관이 그 중 한 곳인데 대사관이 그 회사에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지 상황 등에 대한 리포트냐 아예 연설문 초안을 받은 것이냐는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박 대변인은 "(웨스트윙라이터스 의견을) 일부 채택한 것은 맞지만 (연설문의) 기본 텍스트가 된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웨스트윙브라더스가 미 법무부에 신고한 계약서에는 "우리는 이 대통령과 다른 (한국) 정부 관리들의 코멘트에 기초해 연설문 초안을 여러 차례 변경했다"고 명시되어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도 2009년 미 의회 연설 당시 이 회사에 4만 달러를 주고 연설문을 받았다가 영국에서 비판 받은 해명한 바 있다'는 지적에 박 대변인은 "그런 것 까진 몰랐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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