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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美 의회 연설문, 미국 로비업체 초안 작성 논란

靑 "대사관에서 자료 주는데로 연설하는 것 아니다"

지난 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현지 연설문 작성을 위해 주미 한국 대사관이 로비업체에 4만 6500달러(한화 5200여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일보> 등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미 법무부의 FARA(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외국로비 공개법)자료에 이같은 내용이 드러났다.

▲ 웨스트윙라이터스가 신고한 내역 ⓒFARA 사이트 캡춰

미국에서 명사들의 연설문 작성을 대행하는 '웨스트윙라이터스'는 지난달 19일 주미한국대사관과의 계약서를 FARA에 신고했다. 이 계약서에는 미 상공회의소 연설문 작성과 의회합동연설문 작성, 국빈방문 관련 발언문 작성 등 3건에 대한 계약이 담겼다.

이 회사가 이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3개 연설문 초안 작성, 초안에 들어갈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메모를 주미한국대사관에 제공했다는 것.

이 대통령이 지난 달 미국을 국빈방문, 미 상공회의소와 의회, 백악관 등에서 연설한 바 있다.

웨스트윙라이터스는 9월 28일자 문서에서 주미대사관 측에 프로젝트A와 프로젝트B를 제안했다.

프로젝트A는 미 의회 합동연설문 초안작성 및 초안에 들어간 전략적방향 제시와 관련한 메모작성, 미 상하의원들에 대한 분석 및 전략적 충고가 들어있다. 이 대통령은 의회연설 때 6.25 참전 의원들을 거론하며 참전용사출신 의원에게 거수경례를 해 박수를 받았다.

프로젝트B는 국빈방문 연설과 관련된 것이다. 웨스트윙라이터스는 이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 도착했을 때 할 연설과 국무부의 오찬 연설, 백악관의 국빈만찬 연설 등 3가지 발언을 준비했다. 프로젝트A와 B 연설문 작성 비용은 3만 6500달러. 여기에 상공회의소 연설문 비용까지 합치면 4만 6500달러가 되는 것.

청와대의 반응은 "주미대사관의 일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7일 "(웨스트윙라이터스에 의뢰한 것은) 주미한국대사관이 청와대 안팎의 여러 의견을 듣는 한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위해 현지 연설문을 작성할 때는 외교통상부나 현지 대사관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관례이긴 하다. 그리고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의 작업과 독회를 통해 최종안이 확정되는 것.

주미대사관은 미국 로비회사를 왜 그리 좋아할까?

주미 대사관의 미 로비업체 의존에 대해선 이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황진화 의원은 "FARA에서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재 한국, 중국, 일본 대사관의 미국 컨설팅·자문·로비스트회사와의 업무계약률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이 7.7%로 중국(3.3%)보다 3배, 일본(4%)보다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당시 황 의원은 "지급총액 대비 대사관 지급액을 볼 때, 주미한국대사관이 미국 컨설팅·자문·로비스트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단히 높다"면서 "이러한 높은 의존율이 국익 수호 및 증진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인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우, 대미 영향력 증진을 위해서 미국 회사에 대한 불신 및 국익 증진과 직결되는 보안상의 이유로 미국 회사 의존율이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었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초안을 미국 회사에 맡기는 것은 '국격'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전략기조를 미리 노출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D.C에 소재한 로비회사들은 미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와 인적 네트워크를 긴밀히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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