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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증세없는 '복지서울', 아무나 따라하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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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증세없는 '복지서울', 아무나 따라하다간…

[참여사회연구소 시민정치시평] 복지특별시,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꿈을 꾸는 것은 아니겠지? 취임 후 첫 업무를 무상급식 확대로 시작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복지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내년부터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고,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2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복지확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간보육시설을 국공립보육시설로 전환하고, 비강남권 공교육 정상화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목이 터져라 외치고 주장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 메아리 같았던 복지확대가 지금 서울시민의 눈앞에서 생활이 되어 갈 것 같다. 박 시장의 임기 동안 서울시 예산 중 복지예산의 비중은 21.4%에서 3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강에 콘크리트 덩어리를 띄우고, 서울을 디자인하겠다며 벌여놓은 전시성 토건예산을 줄이면 2조원의 소요예산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조금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서울시 예산의 세출구조 조정을 통해 시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복지의 상당부문이 박 시장의 임기 동안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 박원순 서울시장.ⓒ연합뉴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에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이 박원순 시장의 취임 "10일"도 되지 않아 세출구조 조정을 통해 눈앞에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증세 없이 보편적 복지국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박원순의 서울시가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꿈 깨라!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국가는 불가능하다.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박원순의 복지특별시는 다른 지방정부에서는 불가능하다. 서울특별시는 재정수입이 재정수요를 초과해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유일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예를 들어, 2010년 현재 재정자립도가 11.5%에 그치고 있는 전라남도에서 세출구조를 조정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출구조 조정을 통해 마련되는 박원순 표 복지에 소요되는 추가 예산은 대략 2조원이다. 물론 2조 원은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돈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복지를 OECD 평균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110조 원의 추가재원이 필요하다.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는 복지확대 예산의 60배에 달한다. 110조 원은 세출구조 조정으로 마련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보편적 복지국가를 꿈꾸는 우리들에게 박원순의 복지특별시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저 서울특별시만의 특별한 실험에 그치고 마는 것일까? 두 가지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하나는 박원순의 복지특별시는 한국사회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경로라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박원순식 복지특별시의 경험이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복지에 대한 경험이 일천한 국민들에게 박원순의 복지특별시는 복지를 체감하는 역동적인 체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원순의 복지특별시를 경험한 한국사회는 더 큰 복지, 보편적 복지국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식 복지특별시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왜냐하면 보편적 복지국가는 세출구조 조정을 통한 박원순식 복지특별시와 같은 방식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사회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는 박원순식 복지특별시의 경험이 필요하지만, 박원순식 복지특별시를 넘어서야만 실현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라. 지방정부가 갖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지 박원순 개인의 한계를 지적한 것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2012년 선거를 앞두고 적극적 증세를 주장하는 진영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다. 적극적 증세를 주장하는 진보진영 일부에서 "진보가 증세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주장하면서 증세를 주장하지 않는 것은 사이비 보편주의자다"라고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공감한다. 틀린 주장이 아니다. 보편적 복지확대를 위해 증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4대 강, 디자인 서울 등 토목예산의 삭감과 같은 세출구조 조정과 효율화만으로는 보편적 복지국가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이 시기에 적극적 증세를 주장해야하느냐는 것이다. 복지를 보편적으로 확대할 터이니 증세를 하자는 것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경험이 없는 국민들에게 "묻지마 투자"를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국가와 정부를 신뢰하는가? 누가 세금이 공정하게 걷히고 있다고 믿나?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가 추진하는 증세를 기다리는 것은 분노한 국민들의 저항뿐이었다. 미국 독립전쟁으로부터 영국 보수당의 인두세 도입과 일본의 소비세 도입에 이르기까지 세금을 둘러싼 근현대사는 이러한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한국만이 예외일 수 없다. 더욱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이유가 되었던, 설령 증세가 국민들의 복지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증세를 주장한 정치세력이 선거를 통해 국가권력을 거머쥔 사례는 거의 없다. 박원순이 승리하지 못했다면 복지특별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2012년 친복지진영이 승리하지 않으면 보편적 복지국가도, 이를 위한 증세도 일장춘몽일 뿐이다. 친복지진영에게 2012년 승리가 절실한 이유이다. 시민의 힘으로 만든 박원순의 복지특별시의 성공이 보편적 복지국가를 열망하는 진보에게 중요한 이유이다. 복지특별시의 성공은 시민이 만든 변화가 현실이 되어 시민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유쾌한 경험이 될 것이고, 국민들에게 왜 친복지진영이 2012년 선거에서 승리해야하는지를 각인시켜 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친복지진영의 승리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한 (증세로 대표되는) 사회적 합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12년 유쾌한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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