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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권에서도 삼성은 성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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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권에서도 삼성은 성역인가?

[안종주의 안전사회]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겐 '정권 교체'란 없었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삼성전자는 글로벌어글리기업이다. 삼성전자를 위해 헌신하다 직업병으로 숨진 많은 어린 노동자를 외면하다 손가락질을 국내외로부터 받은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대전고등법원이 삼성전자 노동자를 대량 죽음으로 몰아간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삼성전자 쪽은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등에 그 보고서에는 중대한 기업비밀이 있다며 정보공개 보류를 요청해 기어코 그 뜻을 이루고 말았다. 이로써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직업병을 인정받는데 큰 걸림돌이 생겼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심층보도 내지는 비판보도 등을 외면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일부를 제외하곤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있다. 촛불혁명의 불길은 대통령을 바꾸고 정권을 교체했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성역처럼 군림하고 있다. 적어도 삼성전자 직업병을 생각하면 말이다.

28개 시민사회단체 청와대 앞 항의집회와 성명 낭독

양심과 양식을 지닌 일부 전문가는 신문기고를 통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는 특정 시기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공정에서 화학물질 등 위험인자에 대한 노출 상황이 기록되어 있다. 노동자가 질병에 걸렸을 때 산업재해를 입증할 실마리가 되는 유일한 정보들"이라며 "그런데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는 노동자의 알권리를 막을 정도의 기업비밀 정보는 없다"고 지적했지만 그 외침의 파문은 큰 호수에 던진 작은 돌멩이와 같은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들이 마침내 떨쳐 일어났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내린 2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는 삼성전자 직업병 희생자의 상징인 황유미의 부친 황상기 씨를 비롯해 피해자단체, 안전단체, 인권단체, 노동단체, 환경단체 등의 활동가와 대표 등이 모여 청와대를 향해 힘껏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라고.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하라고.

이들은 이날 삼성반도체, LCD 공장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를 막으려는 삼성전자와 산자부를 규탄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대선 시절 약속한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지켜줄 것과 안전에 관한 알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산자부와 법원은 삼성공화국의 기관인가?"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잇따른 삼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방해 활동에 대한 정부 기관과 법원의 후속 조처는 과연 이들이 국민을 위한 기관인지 삼성공화국의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에게는 아직도 정권 교체가 되지 않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고 외쳤다.

성명서는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에 대해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자체 측정한 결과이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는지 알 수 있는 미약하지만 거의 유일한 근거"라고 지적하고 "직업병의 입증 책임을 사업주가 아닌 병든 노동자에게 돌리면서, 노동자에게 이런 정보마저 차단하는 것은 산재를 입증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집회 뒤 청와대 서한 전달, 산자부는 거부로 무산

이어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는 작업환경 측정 결과와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접근권 등 국민의 안전에 관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산재 후진국, 노동자가 안전하지 못한 나라로 남을 것인가"라며 이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생명과 안전 최우선 정책과 자세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날 항의 집회와 기자회견 뒤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황상기 씨와 송경용 신부 등은 청와대를 방문해 사회혁신수석실을 통해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이날 백운규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던 계획은 산자부의 거부로 무산됐다.

'국민의 안전권 및 알권리 보장을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에 참여해 이날 집회와 성명, 기자회견에 뜻을 같이 한 단체는 모두 28곳으로 다음과 같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광주인권지기 활짝, 구속노동자후원회, 기업인권네트워크(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제민주연대, 좋은기업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환경운동연합),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생명안전시민넷, 일과건강, 원불교인권위원회, 장애여성공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함께하는시민행동,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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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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