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3명. 국회 안에서 성추행, 강간, 스토킹 등 성폭력을 목격하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숫자(중복 응답자 포함)다. 이 중 437명이 성추행을, 338명은 성희롱을, 52명은 강간 미수를, 50명은 강간 및 유사 강간을 목격하거나 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205명은 국회에서 성추행과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 피해를 직접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수행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치권이 성폭력 사건의 화약고라는 세간의 의심이 확인된 셈이다. 이 조사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의원회관 근무 보좌진 2750여 명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미투(#Metoo)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회 차원의 성폭력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윤리특위위원장인 유승희 의원은 "미투 운동이 아니었으면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해자 중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이번 조사에 익명으로 참여해 가해 국회의원이 누군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조사결과(중복응답 포함)에 따르면 피해자가 직접 겪었던 피해 중 가장 많은 사례는 성희롱(99명)이었다. 다음은 △가벼운 성추행(61명)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메일(19명) △심한 성추행(13명) △스토킹(10명)이었고 △강간 및 유사강간(2명) △강간미수(1명)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직접 피해를 본 응답자는 모든 성폭력 범죄 유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국회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목격하거나 들을 적이 있는 성폭력범죄는 △성희롱(338명)이 가장 많았고, △가벼운 성추행(291명) △심한 성추행(146명) △스토킹(110명)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메일(106명) △강간미수(52명), 강간 및 유사강간(50명) 순이었다.
응답자의 현재 직급은 여성은 7급 이하, 남성은 6급 이상이 다수였으며, 가해자는 6급 이상이 다수였다. 윤리특위는 "이 같은 결과는 국회 내 성폭력 범죄 피해가 상급자에 의한 위계위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성폭력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이들이 수백 명에 달하지만 응답자 중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6명(여성 85명)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57.1%는 '적절한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으나, 42%는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2차 피해'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윤리특위는 "위력에 의한 성범죄의 경우 주변 동료들의 침묵이 성범죄 방조로 이어지거나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회 내 성폭력 범죄에 대해 신고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대응시스템도 미비했다. 고발 등 외부로부터 접수된 성 비위 행위자에 대한 징계처분이 최근 10년 간 9건 있었을 뿐이며, 징계수위도 3개월 이내의 감봉이나 정직 1, 2월 등으로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유승희 위원장은 "국회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이번 조사를 두고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라면서도 "3일동안 진행됐음에도 이번 설문조사의 높을 회수율과 남성 응답률은 성폭력 문제가 남녀 구성원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유 위원장은 "국회의원들과 상급 남성 보좌관들이 조직 내 성범죄에 대해 상당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피해를 키우고 있는 데에는 서열 중심,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가 국회 내에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상급 보좌직원 여성채용할당제, 국회 공무원의 성범죄 신고의무 신설, 국회의원 및 보좌진 성인지교육 의무화 등 법,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5일 익명성이 보장된 설문지에 자기기입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실태조사에서 배포된 설문지 1818부 중 958부가 회수돼 응답률은 52.7%였다. 이 중 여성은 43.1%, 남성은 56.5%가 응답했다. 조사와 분석은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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