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울 계획이었던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결국 경찰의 원천봉쇄로 평화의소녀상까지 이동하지 못한체 인도 한복판에 놓여졌다. 이날 경찰은 39개 중대 총 28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노동자상 건립을 막고 소수가 참가한 시민단체와 무력 충돌해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일 오전 9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는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설치하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동을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입구를 막아서면서 1차 충돌이 발생했다. 이후 경찰은 시민단체가 노동자상 이동을 지속하려 하자 경찰 인력을 동원해 강제로 분리, 해산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을 차례로 끌어내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여져 일부 회원들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통제선 밖으로 밀려난 시민단체 회원들은 노동자상과 30m 가량 떨어진 길 바닥에 주저앉아 강제 해산 규탄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물러나자 경찰은 노동자상과 평화의소녀상 등이 서 있는 일본영사관 주변을 돌러싸고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이어 시민단체는 일본영사관 인근으로 이동해 '128주년 노동절, 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다시 한번 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은 곧바로 폴리스 라인을 치고 시민단체의 이동을 제한하고 "영사관 100m 이내에서 집회나 행진을 금지하고 있다. 집회참가자분들은 지금 즉시 불법 집회를 멈추고 해산하길 바란다"며 시민단체의 노동자상 건립을 막아섰다.
이에 시민단체는 "우리 조합원들이 모금해서 만든 노동자상이 경찰 수중에 있다. 우리가 주인인 노동자상을 경찰이 불법적으로 갈취하고 있다"며 "경찰은 우리가 집회 신고를 한데로 정발장군 동강앞에서 노동자상 건립대회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 반발했다.
30여분 대치가 이어지자 결국 시민단체 회원들은 행진을 멈추고 인도와 지하도를 이용해 정발장군 동상 앞으로 이동해 집회를 종료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우리가 노동자상 건립을 시작할때 여러분들은 놀랐을 것이다. 선배 노동자들이 인본 제국주의에 의해서 얼마나 수탈당하고 죽었는지 알게됐다"며 "동지 여러분 경찰이 아무리 막아도 우리의 혼은 죽지 않는다. 노동자상을 소녀상 옆에 가져다 놓지 못했지만 저 장소에 건립하도록 하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시민단체는 경찰에 둘러싸인 노동자상의 이동을 포기하고 해당 장소에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들이 해산한 후에도 경찰은 계속해서 인력을 배치하고 있어 노동자상 건립을 둘러싼 대립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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