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가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수락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제 자주 만나자"고 뜻을 모음으로써 남북 정상회담이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청와대에 가겠다는 발언은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자마자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 남측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하면서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라고 묻자,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으로 넘어온 뒤 바로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면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북측으로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의장대 행렬을 하면서 "오늘 보여준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에 가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 마련된 환담장 앞편에 걸린 백두산 '장백폭포'와 제주도 '성산일출봉' 그림을 소개하면서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이 곧바로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 열차(KTX)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걱정했다.
문 대통령 "남북 고속철도(KTX) 연결하자"
이 과정에서 '남북 철도를 연결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하지 못했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 동안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어깨가 무겁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을 일단락하고 각자 식사를 위해 잠시 헤어질 때도 또 만날 일을 기약했다.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를 걱정한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내가 말씀드리자면,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니까,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합니다. 제가 오늘 내려와 보니까 이제 오시면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면 잘 될 것 같습니다"라고 의전을 걱정했다.
문 대통령 "그 정도는 또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죠"라고 웃으며 말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웃으면서 "오늘 여기서 다음 계획까지 다 할 필요는 없지요"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오후부터 다시 정상회담을 이어가고, 합의문에 서명할 계획이다.
두 정상은 오전에 '냉면' 이야기로 대화를 풀어갔다. 김 위원장은 "오늘 저녁에 만찬 음식을 가지고 많이 얘기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 냉면을 가져왔다"면서 "멀리 온 (평양 냉면)"이라고 말하려다가 잠시 말을 멈추고 "(남과 북의 거리가)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말해 웃음을 이끌었다.
냉면과 철도가 두 정상의 '대화'를 이어주는 키워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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